[단독] 전인범 '갑질' 논란, 본인 취임 행사에 부인 학교 직원 동원

성신여대 내부 문건서 확인…9일 대법 판결서 사실관계 확정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의 2009년 사단장 취임 축하 행사에 아내가 총장으로 근무하는 대학교의 교직원과 차량이 동원된 정황이 담긴 해당 대학교 내부 문건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내용은 9일 대법원 판결에서도 사실관계로 확정됐다. 본인 행사에 연관성이 전혀 없는 학교 직원들이 동원된 것으로, 이는 '갑질'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 전 사령관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안보 분야 자문 인사로 영입한 인물로, 그의 아내는 전날 교비 횡령 등 혐의로 법정구속된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다. (☞관련 기사 :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 징역 1년 법정구속)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은 9일 전 전 사령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조모 전 성신여대 부총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조 교수의 의혹 제기가 일부 사실이라고 본 2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항소심(2심) 재판부는 "원심(1심)은 고소인(전인범)의 사단장 취임식에 성신여대 '학생'이 동원된 사실이 없는 점 및 위 보도에는 '강제'로 직원과 학생을 동원하였다고 되어 있으나 피고인(조 교수)은 어떻게 직원과 학생을 강제로 동원했다는 것인지 전혀 밝히고 있지 못한 점 등의 이유를 들어 이 부분 제보 내용 및 보도 내용이 '허위'라고 판단하였으나.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피고인의 제보 내용 및 언론 보도 내용은 그 중요한 부분에 있어 객관적 사실에 합치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검사 제출 증거들만으로는 위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문에서 밝혔다.

당시 2심 재판부는 "기록에 의하면, ⓐ2009.11.10 고소인의 사단장 취임식이 개최되게 되자, (성신여대) 총장 심화진은 남편인 고소인에게 '부대 병사들을 시키지 말고, 음식 준비는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고소인은 이에 동의한 사실(고소인의 원심 법정 진술), ⓑ총장의 지시를 받은 성신여대 측은 학교와는 전혀 무관한 고소인의 사단장 취임식을 위해 '제27사단장 이취임식 시행 계획'이라는 제목의 시행 계획서를 작성하는 등으로 준비했는데, 그 내용 중에는 '다과회 메뉴, 필요 물품 등 준비 사항, 기념품, 참석할 행사요원(22명), 사용할 학교 차량. 화환 및 테이블 세팅' 등등이 기재돼 있었던 사실, ⓒ사단장 취임식을 위한 성신여대 측 준비회의에 심 총장이 참석하기도 했던 사실, ⓓ취임식 당일 행사요원인 성신여대 소속 직원과 조교들 20여 명은 06:30경 학교에 모인 다음 음식, 기념품 등을 싣고 강원 화천군 소재 27사단으로 출발했는데 위 날짜는 정상근무일인 평일임에도 행사요원들은 따로 휴가를 내지 않았던 사실, ⓔ27사단에 도착한 성신여대 측 행사요원들은 사단장 취임식 이후 열리는 간부식당에서의 축하 파티 및 사단장 공관에서의 다과회를 위해 테이블 세팅 등 준비를 하고 또 위 파티 및 다과회에서 서빙을 한 사실 (중략) 등이 인정된다"고 사실관계를 확정했다. 이는 이날 대법원에 의해서도 그대로 인정됐다.

<프레시안>이 판결문에 인용된 '제27사단장 이취임식 계획'이라는 제목의 성신여대 내부 문건을 단독 입수해 확인한 결과, 성신여대는 이 학교 장모 교수에게 우산, 담요 등 사단장 취임식 기념품을 준비시켰고, 행정 교직원과 조교 등 24명을 '행사 요원'으로 지명하기도 했다. 성신여대는 또 25인승 버스와 12인승 승합차 등 학교 업무용 차량을 동원해 성신여대에서 화천까지 참석자들을 실어 나르기도 했다. 성신여대는 '행사 요원'들을 아침 6시 30분까지 출근하도록 지시하고, 이들에게 "모든 짐을 싣고 이동"하라는 지시까지 문서로 내렸다.

▲2009년 11월 성신여대가 작성한 '제27사단장 이취임식 시행계획' 제하 문건. 당시 27사단장으로 취임한 이는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이고, 성신여대 심화진 총장은 그의 아내다. ⓒ프레시안


▲성신여대가 전 전 사령관의 사단장 이취임식을 위해 기념품과 행사 요원 등을 준비한 정황이 문건에 담겨 있다. ⓒ프레시안
▲성신여대는 학교 차량과 교직원 개인 차량 등을 동원해 70여 명의 참석자를 27사단으로 실어 날랐다. '2차 출발' 대상자 중에는 9일 대법원 판결에서 일부 유죄(벌금 100만 원) 판결을 선고받은 조모 교수의 이름도 있다. ⓒ프레시안

앞서 1심 재판부는 '성신여대 직원은 자발적으로 참석한 것일 뿐 전 전 사령관이 직원을 강제로 동원한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조 교수에게 이 부분 유죄를 포함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이 부분에 대한 유죄 판결을 파기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 및 대법원은 '사단장 취임 축하연' 건 외에 조 교수가 언론에 제보한 △전 전 사령관이 중국 여행에 성신여대 교직원을 통역 비서로 대동했다는 주장, △학교 체력단련 시설을 무단으로 이용했다는 주장 등에 대해서는 '허위'가 맞다고 보고, 조 교수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날 대법원 판결은 전 전 사령관의 '아내'가 아닌 '본인'의 부적절한 행동이 사실로 확정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2심 판결문에 따르면, 전 전 사령관은 아내인 심 총장이 '부대 병사들을 시키지 말고 (취임 축하연) 음식 준비는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는 취지로 말하자 이에 동의했다고 한다.

전 전 사령관을 영입한 문재인 전 대표는 전날 심 총장이 교비 횡령 혐의로 법정구속되자 "전인범 장군은 제가 국방·안보능력을 높이 사서 그 분을 우리 국방·안보 분야의 자문단의 일원으로 모신 것이고, 제가 그 부인을 자문역으로 모신 바는 없다"고 했었다. 아내의 일은 아내의 일일 뿐, 전 전 사령관 본인은 잘못이 없지 않느냐는 취지의 말이었다.

그러나 사단 간부식당에서 이뤄진 축하연에 이어, 사단장 공관(관사)에서 이뤄진 다과회에까지 성신여대 교직원·조교 등이 서빙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데 따라, 심 총장 본인을 넘어 전 전 사령관 본인에 대해서도 추가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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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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