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장직에서 물러난 안철수 의원으로부터 '인적 청산'의 우선순위로 지목된 전 지도부 인사들, 이른바 '쌍권'(권영세·권성동 의원)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안 의원과 정면 충돌했다. 혁신위의 첫발을 '기득권 청산'으로 내딛으려 한 안 의원의 구상이 거부당한 상황에서 친윤(親윤석열)·주류 세력은 안 의원의 혁신위원장 사퇴가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서였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8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안 의원을 겨냥해 "'쌍권'을 표적 삼아 인적 청산을 외치면 당 대표 당선에 유리하다는 무책임한 제안이 이어졌고, 안 의원은 결국 자리 욕심에 매몰돼 이를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전 원내대표는 안 의원의 당권 도전을 "분열의 언어로 혼란을 조장하고, 그 혼란을 발판 삼아 개인의 지위를 탐하는 시도"로 규정하며 불쾌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에 앞서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밤 페이스북을 통해 안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는 "비열한 행태"라고 비난했다. 권 전 위원장은 "자신의 이익 추구를 마치 공익인 양, 개혁인 양 포장하며 당을 내분으로 몰아넣는 비열한 행태를 보이는 점은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첫 안건인 혁신 인적 쇄신안으로 최소한의 사람을 거명했음에도 그것부터 벌써 반대에 부딪힌 것"이라며 "결국 혁신위는 안될 것이 뻔하고, 혁신위가 출범한 다음 실패한다면 당은 더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전당대회 출마는 계획된 것은 아니었나'라는 물음에 "전혀 아니다"라며 "(당 대표가 되면) 가장 최소한의 인적 쇄신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절연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안 의원은 전날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혁신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의 혁신위원장 내정 발표 닷새 만이자, 비대위에서 혁신위 인선안을 의결·공개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대신 안 의원은 '인적 청산'에 방점을 둔 혁신안을 펼치기 위해 그 대안으로 직접 전당대회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혁신위 출범 전 당내 인사 두 명에 대한 인적 청산을 타진했는데, 송 비대위원장으로부터 끝내 거절당했다고 토로했다. 인적 쇄신 대상으로 꼽은 두 명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지난 대선에서 후보 강제 교체 논란을 일으킨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던 분들'이라고 안 의원은 설명했다. '쌍권'에게 탈당 수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오히려 당의 분란만 초래한다"며 송 비대위원장이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안 의원의 '인적 쇄신' 제안은 일단 뭉갠 채, 혁신위 좌초를 안 의원 책임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인적 쇄신이 불발된 데 대한 책임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박성훈 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안 의원이 갑작스럽게 사퇴하는 바람에 혁신의 동력이 소실되지 않도록 최대한 그 흐름을 이어가겠다"며 "일단 혁신위는 어제 출범했다. (비대위가 발표한) 혁신위원들 중심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족한 부분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선임하겠다. 가장 가까운 비대위 날짜인 목요일(10일) 시점에 맞춰서 하겠다"고 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신임 혁신위원장 물색에 들어갔다.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열며 안 의원의 혁신위원장직 사퇴를 언급한 송 비대위원장은 "당의 변화, 쇄신을 바라보고 있는 당원과 국민에게 혼란을 드려 송구하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신임 혁신위원장을 모시고 당의 쇄신을 이끌 혁신위를 출범시키도록 하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당내 일각에선 안 의원의 인적 청산 요구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한동훈계이자 당권 도전을 선언한 조경태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안 의원에게 "좀 실망스러웠다"면서도 "친윤의 핵심으로 분류됐던 분들은 (안 의원을 향해) 어떤 목소리를 안 내는 것이 좋겠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해 많은 분이 한남동 관저로 몰려갔다. 무려 45명"이라며 "지금 내란 특검이 진행 중인데, 이런저런 부분에서 인적 청산 대상은 대폭 늘어날 수 있다"고 예견했다.
박정하 의원도 MBC 라디오에 나와 "혁신을 하려면 최종적으로 인적 쇄신은 불가피"라고 말했다. '5대 개혁안'을 제시했지만 당내 주류 세력에게 막힌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은 기자들에게 "가장 확실하고 빠르게 국민에게 개선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인적 쇄신"이라며 "이런 걸 밀어내려는 (기득권의) 관성이 있을 텐데 그렇기 때문에 혁신위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일이 재발한 것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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