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9일 '긴급 안보대책 관련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오늘 회의에서는, 국민들 사이에서 '우리가 직면한 북핵이 이전과 다른 실질적 위협이고 위기상황인 만큼, '공포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까지 금기시하고 논의에서 배제해 온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 모든 가능성을 강구하자'는 요구가 많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염 수석대변인이 언급한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란 과거 미소 냉전 시기의 상호 핵 억제 전략이다. 미국과 소련 양 진영이 모두 핵무기를 이용한 선제·보복공격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한 쪽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상대방의 보복 핵공격을 불러와 양 쪽 모두 궤멸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공포'가 오히려 핵무기 사용을 억제한다는 이론이다. '상호 파괴 확증(mutual assured destruction)' 전략으로도 불리는데, 약자인 'MAD'는 공교롭게도 '미쳤다'는 영어 단어와 같은 철자이기도 하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식 지도부 회의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으니 우리도 가져야 한다'는 식의 논의가 있었음을 당 수석대변인이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이어서 이목을 집중시킨다. 염 대변인은 앞서 북한 핵실험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을 밝히는 논평에서도 "이번 북한의 핵실험은 북한 핵이 소량화·경량화로 발전하면서 '위협'의 단계를 넘어 '위기의 현실'이 됐음을 확인시켜 줬다"면서 "우리로서도 '비상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하기도 했다.
염 대변인은 "우선 즉각적이고도 고강도의 국제사회 응징이 절실하다"고 제재 강화에 우선점을 찍으면서도 "우리 스스로의 강력한 자구책을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것이 아니가 하는 국민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도 우리는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었다.
이날 여당 내의 핵무장론자인 원유철 의원(전 원내대표)은 성명을 내고 "이번 핵실험은 더는 유엔 안보리, 국제 사회의 제재와 국회의 규탄 결의만으로는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 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라며 "핵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핵 보유밖에 없다. 우리도 평화 수호를 위한 자위권 차원의 핵무장 수순을 밟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대한민국은 이제 결단을 해야 한다"며 "북한의 '파멸의 핵'에 맞서 평화를 지키기 위한 자위권 차원의 핵을 가져야 한다"며 "우리도 더 강력한 핵으로 김정은의 무모함을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염 대변인은 새누리당 지도부 긴급 회의 결과에 대해 "군은 이번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위력 면에서 4차 때보다 약 두 배나 큰 규모이며 세부 사항은 분석 중이라고 보고했다"며 "회의에서는 '우리 국민은 정부를 믿고 흔들림 없이 일상 생활을 영위해 달라'고 당부하고, 안보 상황에 대해서는 군과 민이 한 마음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염 대변인은 "실질적인 북핵 위협에 (대한) 효율적 대처를 위해 안보 관련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하고, 고도의 무기체제 구축 등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한 국방비 증액 등을 적극 강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이정현 당 대표는 5차 북핵 실험과 관련한 여야 대표 회담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염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북핵 능력의 고도화가 실제적인 위협으로 다가온 만큼, 무분별한 안보 정국을 경계하고 중대한 안보 위기에 초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북핵 대비 여야 당 대표 회의 개최를 공식 제의한다"며 "국가 안보에 여야가 따로 없음을 국민 앞에 천명하고,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우리 정치권의 의지를 피력하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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