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더 강해졌고 더 빨라졌다

'제재와 반발' 악순환 반복…대화 국면 요원할 듯

북한이 9일 5차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의 위기 국면이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대북 제재와 북한의 반발'이라는 악순환은 예정된 수순이다.

북한의 이날 핵실험은 지난 1월 6일에 단행한 4차 핵실험에 이어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아랑곳없이 핵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행동이다.

현재 5차 핵실험의 성공 여부와 어떤 종류의 실험을 했는지 등을 분석 중인 군 당국은 북한의 역대 핵실험 중 가장 파괴력이 큰 규모(10kt 상당 : 1kt은 TNT 1000톤 폭발 규모)라고 밝혀 핵실험 위력이 더욱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규모는 1차 1kt, 2차 2~6kt, 3~4차 6kt으로 추정됐다.

핵실험 주기가 짧아진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한 이후 2년 7개월 만인 2009년 5월 25일에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3차 핵실험은 이로부터 3년 9개월 뒤인 2013년 2월 12일에 감행했고, 올해 1월 6일에 했던 4차 핵실험까지는 2년 11개월이 걸렸다.

북한이 2~3년 주기를 깨고 불과 8개월 만에 5차 핵실험을 감행한 배경은 미국과 한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풀이된다.

4차 핵실험 직후 유엔 안보리가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내용을 담은 것으로 평가되는 결의안 2270호를 채택, 실행했음에도 북한이 올해에만 두 차례나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한미가 주도하는 대북 제재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한미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명분으로 미사일 실험을 하고, 이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등이 채택되면 핵실험으로 더 강하게 반발하는 '제재와 반발' 패턴이 반복된 셈이다.

특히 4차 핵실험 뒤인 지난 3월 15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른 시일 내에 핵탄두 폭발 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여러 종류의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하라"고 지시한 이래, 북한은 무수단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중거리 탄도미사일 능력을 키워왔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핵탄두 폭발 시험은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핵탄두를 만들어 폭발시키는 실험을 의미한다. 이에 성공할 경우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어 5차 핵실험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지난달 26일 북한 외무성이 담화를 통해 "공화국의 존엄과 생존권을 조금이라도 위협하려드는 경우 군사대국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사변적인 행동조치들을 다계단으로 계속 보여줄 것"이라고 밝혀 핵실험을 예고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결국 북한은 정권수립 기념일을 맞아 5차 핵실험을 감행, 대내외적으로 핵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예상되는 추가 제재까지도 감수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에 맞서 북한 체제 붕괴론에 근거해 제재 일변도의 대북 정책을 추진해 온 정부는 더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예고하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정은 정권이 핵실험을 통해 얻을 것은 국제사회의 더욱 강도 높은 제재와 고립뿐이며, 이러한 도발은 결국 자멸의 길을 더욱 재촉할 것"이라면서 "국제사회와의 공조 하에 유엔 안보리 및 양자 차원에서 추가적으로 더욱 강력한 제재조치를 강구하는 한편,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모든 수단을 다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즉시 유엔 및 한반도 관련국들과 공조를 모색하며 대북 제재에 착수할 방침을 밝혀 상당 기간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의 모멘텀을 찾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반도 비핵화 방침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의해 온 중국과 북한의 관계도 냉각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핵실험을 사전에 중국에 통보했을 가능성은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국장이 지난 6일 중국을 방문했으나 특별한 공개 행보가 포착되지 않아 그의 방문 목적이 중국 측에 5차 핵실험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구하는 데 있었던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적으로 정부는 북한의 핵공격 방어용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론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보수 진영에선 전술핵 도입, 독자 핵무장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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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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