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전날 본회의를 실시간으로 지켜본 <프레시안> 기자인 저는 표 의원의 질의를 다룬 기사에서 이 발언을 소개하지 않았었습니다. (☞관련 기사 : 표창원 "여성 범죄 피해 심각" 지적에…황교안 "4대악 개선되고 있다") 표 의원이 야당 소속 의원이어서, <프레시안>이 '진보 언론'이라서 '봐 준' 걸까요?
아닙니다.
어제 국회에서 직접 본 표 의원과 황교안 총리 간의 질의 응답에서 '잘 생긴 남자 경찰관의 외모에 고교생이 이끌렸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라는 식의 주장을 전혀 감지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질의 응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도 '문제적 발언'을 잡아내지 못한 무능한 기자이거나, 야당 의원이라고 '봐 주는' 비윤리적인 기자가 되기 싫어서 하는 변명이 아닙니다.
기자가 이해한 표 의원의 질의 취지는 '스쿨폴리스 선발이나 운영이 실질보다 실적 위주로 이뤄지고 있고, 특히 홍보 실적이 중요하다 보니 외모 위주로 선발이 이뤄졌다. 이런 부실한 운영이 낳은 사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은 표 의원과 황 총리 간의 문답 전문입니다.
표창원 : 지난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서 학교전담경찰관이 여고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이것이 은폐됐던 사실 알고 있나? 원인이 뭐라고 진단하고 있나?
황교안 : 기본적으로 그 담당 경찰관들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잘못된 처신을 한 것으로 판단한다. 또 우리 정부에서도 경찰관 관리를 충분히 하지 못한 그런 부족함이 있었다.
표창원 : '개인적 일탈'이라는 말인데 저희들의 분석은 다르다. 대통령의 '4대 악(惡) 척결' 공약을 너무 충실하게 이행하려는 경찰이, 4대악 중 '학교 폭력' 예방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를 증설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학교전담경찰관의 선발 기준을 '인지도'와 '호감도' 두가지로 평가한다. 그래서 여학교에는 잘 생긴 젊은 남자 경찰관, 남학교에는 예쁜 여자 경찰관(을 배치했다). 결국 사태가 벌어질 것은 예견돼 있었다. 아울러 경찰관들에게 부여되는 점수 중에 가장 높은 것이 홍보 점수다. 홍보를 잘하면, 기사에 보도되면 7점, (그런데) 중요 범인 검거는 5점이었다. 이런 것들이 지금 이 사건을 만들어냈고 은폐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황교안 : 의원의 평가는 과대하다. (반박. 이하 생략)
표 의원은 6일 오전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해당 보도에 대해 억울함을 격정적으로 토로했습니다. 그는 전날 자신의 발언은 "홍보 실적에 집착해 제도를 운영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취지"였다며 "(경찰이) 외모지상주의로 스쿨폴리스 제도를 운용한 게 문제라는 것인데, 오히려 제가 '외모 때문에 이런 일이 났다'고 말했다고 한다면 지나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표 의원은 "(스쿨폴리스 선발) 기준 자체가 '인지도', '호감도' 두 가지이고, 이는 '청소년들이 (해당 경찰관을) 알고 있느냐', '좋아하느냐'는 것"이라며 "경찰에서 그런 분위기를 부추겼다. 경찰관의 외모를 강조하며 포스터를 붙이고, 만남 이벤트를 하고, '오빠한테 모든 문제를 물어봐. 상담해 줄게' 같은 내용의 홍보를 하게 했다. 학교전담경찰관 역할을 '홍보맨'으로 만들었다. (저는) 이런 부분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표 의원에 따르면, 범죄 현장을 누비던 경찰관들이 '스쿨폴리스'로 투입되기 전까지 받는 교육은 상담 교육을 포함해 고작 1주일에 불과합니다. 그의 말처럼 "경찰이 1주일 만에 교육자, 상담가로 변화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는 "(언론이)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호도하고 있다"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선거제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회의원은, 공개된 발언 한 마디 한 마디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말 꼬리'를 잡힐 만한 발언은 금기입니다. 제한된 질의 시간에 많은 내용을 다루다 보니 서론·본론·결론을 갖춰 말할 수는 없었을 테지만, 말하던 문장을 완전히 마치지도 않고 "…여학교에는 잘 생긴 남자 경찰관. 사태는 예견돼 있었다"라고 말한 것은 실수일지도 모릅니다. 본인이 의도한 것은 마침표(.)였겠지만, 언론은 쉼표(,)로 받아쓸 수도 있습니다. "여학교에 잘 생긴 남자 경찰관, 사태는 예견돼 있었다" 이렇게요.
하지만 '선거제 민주주의'의 주요 행위자가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라면, 이 제도를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언론입니다. 국회의원의 '말 꼬리'를 놓칠까봐 노심초사하기보다는, 전체적인 맥락과 취지에 대한 이해를 전달하는 게 언론의 본령이라고 여겨집니다. 글을 마치며, 이 칼럼의 분류 카테고리를 '정치'로 해야 할지 '미디어'로 해야 할지 잠시 망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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