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4당(6석)인 정의당의 노회찬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을 통해 '증세를 통한 평등',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간의 평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노 원내대표의 4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 키워드는 '노동', 그리고 '증세'였다. 노 원내대표는 "부자 감세, 노동시장 유연화 해법이 현실을 개선시키지 못했음은 분명함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또 다시 똑같은 해법, 아니 그 이전보다 더 심각한 해법을 내놓고 있다"고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노 원내대표는 "모든 것들을 하기 위해 우리가 마주해야 할 마지막 관문은 세금 인상, 즉 증세"라고 대담하게 주장했다. 그는 "경제를 살리고, 비정규직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보육과 교육에 투자하려면 유일한 해법은 재분배를 통해 복지를 강화하고 그를 통해 역동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뿐"이라며 "대기업과 고소득자들이 좀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해 사회에 기여하고, 약자들도 기본권을 누리는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법인세를 다시 원상태로 회복해야 한다"면서 "1990년대 말 28%였던 법인세는 계속해서 인하돼 지금 22%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은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처럼 말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 사회의 안정성이 유지돼야 기업도 안전하게 유지 가능함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노 원내대표는 현 정부 경제정책의 문제에 대해 "그간 정부는 일관되게 감세 정책을 펼쳤고, 특히 법인세를 대폭 인하했다. 기업의 세금을 깎아 주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투자로 이어져, 고용이 창출되고, 소비가 다시 살아나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논리였다"며 "그러나 그 결과는 무엇이었나. 투자는 활성화되지 않았고, 일자리는 열악해졌으며, 30대 재벌에는 700조의 사내 유보금이 쌓였고 그중 현금성 자산만 100조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또한 지난 정권은 일관되게 '노동 유연화'를 주장하며 비정규직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했다"면서 "(이는) 고용이 유연해야 기업들이 해고 부담에서 자유로워져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는 논리였으나, 그 결과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비정규직 비율과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230만 노동자, 그리고 임시 일자리와 실업을 반복하는 고용불안 사회"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데도 정부는) 간접 고용제도인 파견제를 확대하고, 기업들에게 더 쉬운 해고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삶이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이제 지하실까지 파고 있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노동 문제의 해법에 대해 노 원내대표는 "20대 국회가 세워야 할 첫 번째 정의는 바로 노동시장에서의 정의"라며 "그 중심에 비정규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기업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보았을 때 대기업 비정규직은 65, 중소기업 정규직은 49.7,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실현해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을 폐지해야 한다"며 "비슷한 업무를 하는데도 급여가 차이나고, 옷 색깔과 식권 색깔이 다르다. 이런 차별을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비정규직 비율이 유난히 높은 것은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차별이 무한정으로 허용되어 왔기 때문"이라며 "한국과 비슷한 실상이었던 일본도 비정규직 임금을 인상해 정규직의 80%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공공부문부터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2015년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비정규직 차별회사에 대한 징벌적 금전 보상 제도를 적용하겠다고 공약하셨다"며 "저와 정의당은 박 대통령의 약속을 강력히 지지한다. 약속을 지키시라. 그렇지 않으면 정의당이 박 대통령의 약속을 대신 지키는 '진박정당'이 되겠다"고 압박했다.
그는 노동 문제에 이어 자영업 대책, 교육 정책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자영업자 문제에 대해 "비정상적인 자영업의 규모를 줄여나가기 위해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 격차·차별 시정으로 노동 시장을 떠난 분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흡수해아 한다"고, 교육 문제에 대해 "특목고와 자사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치 개혁 분야와 관련해서는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이전에 결선투표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개혁이 이뤄져야 함을 그는 강조했고, 특히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와 관련해서는 불체포 특권 남용 방지와 세비 축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2012년 기준 우리나라 국회의원 세비는 OECD 주요국가 중 일본, 미국에 이어 3위"라며 "국민소득이 독일의 절반인데 국회의원 세비는 독일과 거의 같다. 국민소득 대비 의원 세비를 독일 수준으로 받으려면 세비를 절반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노 원내대표는 연설 말미에 "모든 당이, 마음으로 함께 통과시켜 주셨으면 하는 법안을 마지막으로 말씀드린다"며 "바로 세월호 특조위 활동 보장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을 지난달 말로 강제 종료시켜 버렸고, 유가족들은 청와대·국회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며 "세월호 진상 조사는 누군가의 이해득실로 따질 쟁점이 아니다. 한 사람도 억울함이 없도록 철저히 조사하라고 했던 분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노 원내대표의 연설 전문(全文).
정의를 실현하는 20대 국회를 만듭시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국회의장과 동료 의원 여러분.
정의당 원내대표 노회찬입니다.
□ 모든 정당의 유사한 현실인식. 문제는 해법
지난번 정진석, 김종인, 안철수, 세분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경청하였습니다.
사회양극화와 고령화시대를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높았습니다.
현실인식과 해법제시 중에서 특히 현실인식이 대동소이하다는 점에서 한편으론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인식이 비슷하다고 안도하기엔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 매우 위중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부지런하다고 합니다.
실제 OECD 평균보다 1년 동안 300시간 더 일하고 있습니다.
하루 8시간으로 계산하면 1년에 37일을 더 일하는 셈입니다.
정년퇴직 후에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합니다.
한국남성들의 유효은퇴연령은 72.9세이며 심지어 75세 이상 인구의 고용율은 세계 최고입니다.
그런데도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부지런해서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 때문에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힘든 노동에서 떠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상황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악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서울 서초구의 고소득층 수명이 평균 86세인데
강원 화천군 저소득층의 수명은 71세라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소득양극화가 건강양극화를 거쳐 수명양극화로 이어지고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성공한 국가, 불행한 국민>이란 책에서 김승식 저자는 이렇게 묻습니다.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성공한 국가라고 일컬어진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경제적으로 불행하다고 느끼며 살고 있다.
도대체 왜 경제적으로 성공한 국가의 다수 국민의 삶이 고단하고 불행한 것인가?"
현실인식이 비슷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IMF외환위기 이후 우리의 현실은 거의 개선되지 못하였습니다.
오히려 악화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기업 총부채는 1/2로 줄어든 반면 가계부채는 4배로 늘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2배로 는 것도 이 시기입니다.
사회 곳곳에서 소수의 강자는 더 강해지고 다수의 약자는 더 약해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지난 10년, 아니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를 운영해왔던 해법들이 결국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오늘의 상황을 만든 정책들과 결별하지 않고서
현실을 한 걸음도 개선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입니다.
□ 지난 시기의 감세·노동유연화 등은 명백히 실패한 해법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그간 정부는 일관되게 감세정책을 펼쳤습니다.
특히, 법인세를 대폭 인하했습니다.
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투자로 이어져,
고용이 창출되고, 소비가 다시 살아나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가 무엇입니까.
투자는 활성화되지 않았고, 일자리는 열악해졌으며,
30대 재벌에는 7백조의 사내유보금이 쌓였습니다.
그중 현금성 자산만 100조가 넘는다는 통계입니다.
또한, 지난 정권은 일관되게 노동유연화를 주장하며,
비정규직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고용이 유연해야 기업들이 해고의 부담에서 자유로워져,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비정규직 비율과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2백30만 노동자,
그리고 임시 일자리와 실업을 반복하는 고용불안 사회입니다.
이렇듯 부자감세, 노동시장 유연화 해법이
현실을 개선시키지 못했음은 분명함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또 다시 똑같은 해법,
아니 그 이전보다 더 심각한 해법을 내놓고 있습니다.
간접고용제도인 파견제를 확대하고,
기업들에게 더 쉬운 해고 권한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삶이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이제 지하실까지 파고 있는 형국입니다.
솔직히 인정합시다.
더 이상 이전의 해법은 대안이 아닙니다.
실패한 해법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해법을 내와야 합니다.
그것이 20대 국회가 짊어진 책무입니다.
□ 사회 각 분야에서 정의의 실종이 오늘날 사태의 원인
현실 인식의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해법의 차이가 난 것은
'원인에 대한 진단'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저와 정의당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정의가 실종된 것이
오늘 우리가 맞고 있는 위기의 근본원인이라고 판단합니다.
특히 경제에서 정의를 찾기 어렵습니다.
헌법 119조 2항이 규정하고 있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적정한 소득의 분배,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방지,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는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헌법을 고치자는 얘기가 많습니다만
저는 이 대목에선 제발 헌법을 지키자고 부르짖고 싶습니다.
사법부는 또 어떻습니까.
사법부를 상징하는 정의의 여신 디케는 한손에는 저울,
다른 한손에는 칼을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직 부장검사가 전화 두 통으로
서민들이 평생 벌어도 못 벌 돈을 벌어들이는 전관예우의 법정에서
과연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합니까?
만명만 평등할 뿐입니다.
여기에 정의가 어디 있습니까.
오늘날 대한민국 '정의의 여신상'은 한손에는 전화기,
다른 한손에는 돈다발을 들고 있을 뿐입니다.
국회의 자화상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국회 사무처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회는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주요기관 중
신뢰도가 가장 낮은 기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3백명 전원이 4년마다 한번씩 국민으로부터 선출되는데
국회가 지난 10년간 연속으로 신뢰도가 가장 낮게 평가고 있다면
국회의 구성과 운영방식에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우리 앞에 또 위기가 닥치고 있습니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세계적인 경제 불확실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이 위기의 극복해법이,
2년 전 세월호처럼 가장 약자부터 먼저 희생하는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불의일 뿐입니다.
불의한 국가는 오래 유지될 수 없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정의를 다시 세워야 할 때입니다.
정의당은 그 이름처럼,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정의를 하나하나 다시 세워나가겠습니다.
□ 모든 분야에서 정의를 세웁시다
20대 국회가 세워야 할 첫번째 정의는 바로 노동시장에서의 정의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비정규직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그 규모로도 세계 최고이고,
그 대우 수준도 가장 열악합니다.
대기업 정규직, 대기업 비정규직, 중소기업 정규직, 중소기업 비정규직.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층층이 쌓여있는 계층구조에서
대기업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보았을 때
대기업 비정규직은 65%, 중소기업 정규직은 49.7%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5%에 불과합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실현해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을 폐지해야 합니다.
비슷한 업무를 하는데도 급여가 차이나고, 옷 색깔과 식권 색깔이 다릅니다.
이런 차별을 그냥 두어서는 안 됩니다.
전체 고용인구 속에서 우리나라가 비정규직 비율이 유난히 높은 것은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차별이 무한정으로 허용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비슷한 실상이었던 일본도 비정규직 임금을 인상하여
정규직의 80%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박근혜대통령께선 2012년 대선과정에서
공공부문부터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2015년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비정규직 차별회사에 대한 징벌적 금전보상제도를 적용하겠다고 공약하셨습니다.
동시에 일방적인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 방지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설립하고 해고요건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저와 정의당은 박근혜대통령의 약속을 강력히 지지합니다.
약속을 지키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정의당이 박근혜대통령의 약속을 대신 지키는
'진박정당'이 되겠습니다.
둘째, 폭발직전의 자영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시장만큼
낙수효과이론이 횡행한 곳도 없을 것입니다.
강자가 살아야 약자도 살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노동시장의 약자 즉 노동자를 보호하던 제도들이 후퇴하면서
노동시장에서 축출되거나 퇴각한 노동자들로 자영업 인구가 폭증하였습니다.
이제 자영업 종사자는 600만, 경제활동인구 대비 미국의 4배입니다.
미용사자격증을 가진 분들이 60만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60만 대군이면 대한민국 국군을 넘어서는 인구입니다.
그리하여 음식점 절반이 1년 내에 문을 닫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영업은 중산층 몰락의 현장이 되고 있습니다.
도시 자영업자 평균소득이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지
오래되었습니다.
영세자영업이 대자본의 갑질로부터 보호받고 공생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정부와 국회가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비정상적인 자영업의 규모를 줄여나가야 하고
그것은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에서의 격차와 차별을 시정하여
노동시장을 떠난 분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흡수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의사가 있다면 병주고 약주는 의사일 것입니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실업부조를 늘이는 것은 시급하지만
실업자를 양산하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실업수당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병을 내버려둔 채 약만 주는 꼴이 되기 쉽습니다.
1차 분배구조의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시장에서 생긴 격차를 온전히 2차 분배 즉 복지로 메꾸려는 시도는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프랜차이즈업체와 가맹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와 차별등을 완화하고
제대로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의당이 앞장서겠습니다.
셋째, 교육에 있어서의 정의는, 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
사회 신분의 고착화를 막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짧은 시간에 성장한 모든 나라의 특징은
평등한 교육제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6-70년대 고교평준화 등
교육기회의 확대를 통해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평등한 교육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부모의 지위가 자식의 대학을 결정하고, 부모가 부유할수록
자녀의 대기업 취업률도 높아졌습니다.
가난하면 학업과 돈벌이를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경쟁이 불가능합니다.
이제 평등한 교육을 통한 자수성가의 꿈은 한낱 교과서에만 나오는 얘기입니다.
한국의 교육은 기회의 균등이라는 본연의 사명을 저버린 지 오래되었습니다.
정반대로 교육은 이제 부와 가난이 세습되고 승계되는 통로로 전락하였습니다.
교육정의의 과제가 너무도 많지만 저는 오늘 한 가지만 제안 드립니다.
입시를 격화시키는 외고, 국제고 등의 특목고와 자사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해야 합니다.
사실상의 고교서열화와 중학교 서열화까지 부추기는 특목고, 자사고 입시를
폐지해야 우리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에게도 숨통이 트일 것입니다.
특목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인권상황에 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관련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보고서(이하 '한국보고서')>가 채택되었습니다.
'한국보고서'는 한국 경찰이 집회 금지시 적용하는 규정 및
차벽·물대포 사용, 집회 참가자에 대한 민형사상 탄압,
교사와 공무원 등의 노조 설립 어려움,
삼성 등 기업의 노조 무력화 등에 대해 우려를 밝히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농민 백남기 씨 사건을 언급하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기소를 예로 들며
집회참가자에 대한 형사기소는 사실상(de facto) 집회의 권리를 ‘범죄화(crimimalise)’하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한국보고서는, 차벽 설치와 집회금지규정은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이하 ICCPR) 21조에 어긋난다며
한국 정부에 ICCPR 준수를 촉구했습니다.
한국은 1990년 4월 ICCPR을 비준했고 7월부터
법률과 동일한 효력으로 국내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현재 유엔 인권이사회 순회의장국입니다.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의장국의 인권 보장 상황이 열악하다는 보고서가 발표된 것은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회가 비준한 조약이 실현되도록 국회가 앞장서도록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 이제 증세를 말해야 할 때.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동료 의원 여러분.
앞서 말씀드린 모든 것들을 하기 위해
우리가 마주해야 할 마지막 관문이 있습니다.
그것은 세금인상, 즉 '증세'입니다.
경제를 살리고, 비정규직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보육과 교육에 투자하려면
유일한 해법은 재분배를 통해 복지를 강화하고,
그것을 통해 역동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뿐입니다.
대기업과 고소득자들이 좀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해 사회에 기여하고
약자들도 기본권을 누리는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 해법인 것입니다.
법인세를 다시 원상태로 회복해야 합니다.
1990년대 말 28%였던 법인세는 계속해서 인하되어
지금은 22%까지 떨어졌습니다.
기업들은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처럼 말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 사회의 안정성이 유지되어야 기업도 안전하게
유지 가능함을 알아야 합니다.
인도 출신으로 시카고대학교 석좌교수이자
IMF 최연소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세계적 석학 라구람 라잔은,
지난 2003년 'Saving Capitalism From The Capitalist'라는 책을 썼습니다.
우리말로는 '자본가로부터 자본주의 구하기'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현재 자본주의 체제의 개혁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세력으로
자본가 집단을 지목하며,
지나친 부와 소득의 집중이 사회를 후퇴시킬 것임을 경고했습니다.
세계적으로나 우리 사회에서나, 재벌과 대기업의 책임이 막중해지고 있고,
이 위기 시대에 책임을 회피하거나
오히려 위기를 이용해 자신의 부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대기업과 경영진, 고소득층이 경제위기 시대에
증세 등을 통해 공동체의 유지에 함께 나서줄 것을 다시 한번 호소합니다.
□ 국민투표를 통한 선거제도 개혁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지금 우리 사회에 놓인 많은 과제가 있지만,
또 다시 개헌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권력구조를 변화시키자는 개헌 주장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국민의 의지가 정치권력에 정확히 반영되는 제도,
즉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입니다.
권력구조가 지붕이라면, 선거제도는 기둥입니다.
그런데, 기둥을 그대로 둔 채 지붕만 바꾸는 것을 진정한 개헌이라고 우리는 부를 수 없는 것입니다.
대통령제를 유지한다면 결선투표제를 통해
국민 과반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나와야 합니다.
또 어떤 권력구조이든
국민의 지지가 국회의석수에 일치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돼야 합니다.
승자독식과 지역패권정치를 연명시켜온
현행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그대로 둔 채
권력구조 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기둥을 그대로 둔 채
초가지붕을 기와지붕이나 콘크리트 슬라브 지붕을 바꾸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물론 20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선거제도 개혁을 국회에만 맡겨둘 경우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을 우려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국회의원에게 자신의 권력을 위임하고자 하는 국민을 우선 위한 제도입니다.
따라서 최근 영국이나 뉴질랜드에서 한 것처럼
국민들이 직접 선거제도를 정할 수 있게 보장합시다.
각 당과 차기 대통령후보들이 책임있게 안을 내고
차기 정부 첫 해인 2018년 12월 31일까지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들이 선거제도를 결정하게 합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국회 내에 국회의원선거제도 개혁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합니다.
□ "특권은 내려놓고 일하는 국회를 만듭시다" 국회 개혁의 비전
존경하는 국회의장과 동료의원 여러분.
이제 앞서 말씀드린 것들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하여,
우리 국회가 어떻게 혁신해야 할지를 말씀드리면서 오늘 대표연설을 마치겠습니다.
우리 국회가 요즘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사회에서 가장 신뢰도가 낮은 집단이 국회인데
더 말하기가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정의당은 다음과 같은 국회개혁의 방향을 제안합니다.
"특권은 내려놓고 일하는 국회를 만듭시다"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의 남용을 막읍시다.
국회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보고된 지 72시간이 지나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도록 합시다.
또한 각 정당은 소속의원이 부패, 비리에 연루되었을 경우,
회기 중이더라도 영장실질심사에 자진출석하도록 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출당 및 제명조치를 당헌당규에 명시합시다.
다음으로, 국회의원의 세비를 줄입시다.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회의원 세비는
OECD 주요국가 중 일본, 미국에 이어 3위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독일의 약 절반인데 국회의원 세비는 독일과 거의 같습니다. 국민소득 대비 의원세비를 독일 수준으로 받으려면 세비를 절반을 낮춰야 합니다.
저는 국회의원 세비를 절반으로 줄일 것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그러면 현 최저임금의 다섯 배가 될 것입니다.
제가 있는 의원회관 5층을 청소하는 청소노동자 중 한분에게 여쭤보니
새벽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면서 약 130만 원 가량의 월급을 받습니다.
주말에 특근까지 해야만 140만 원이 조금 넘는 액수를 수령할 뿐입니다.
국회의원 세비를 반으로 줄이더라도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 임금의 세 배,
최저임금의 다섯 배 가까운 액수입니다.
같이 삽시다. 그리고 같이 잘 삽시다.
평균임금이 오르고 최저임금이 오른 후에
국회의원 세비를 올려도 되지 않겠습니까?
20대 국회가 먼저 나서서 고통을 분담하고, 상생하는 모범을 만듭시다.
마지막으로, 일하는 국회를 만듭시다.
국회의 역할은 정부가 제대로 일하도록 견제하고, 감시하며,
그럼으로써 결과적으로 정부의 활동을 돕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정부가 행하는 각종 활동에서 국회가 검증할 수 있는 부분을 끊임없이 검증합시다. 그런 점에서, 상시청문회법 통과야말로 일하는 국회의 첫 걸음이라고 저는 주장합니다.
나아가 20대 국회는 공직자들을 철저히 검증하여
박근혜 대통령이 훌륭한 공직자들과 일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자 중 1200여 명이 인사청문 대상이고
그중 600여명이 상원인준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임명에 영향을 행사하는 자리 중에
인사청문대상은 63명에 그칩니다.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되는 자리는 훨씬 적은 23명입니다.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공직 책임자들이 제대로 된
검증도 거치지 않고 임명되어 나중에 말썽이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해 주시면,
국회에서 훌륭한 인물들을 검증하여 정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외에도 특수활동비 폐지, 독립적 국회의원 징계기구와
독립적 국회 감사기구 설치,
그리고 상시회기제도 도입과 예결위 상임위화, 소위원회 실시간 중계,
교섭단체 요건 완화 등
"특권은 내려놓고, 일을 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저희 정의당은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여야를 넘어서서 국회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일에 힘을 모아 주실 것을
다시 한번 호소드립니다.
□ 세월호 특조위와 마지막 인사.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그리고 저희 정의당까지,,
우리는 비록 서로 다른 정책과 비전을 갖고 있지만
20대 국회는 많은 부분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며
좋은 법안들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모든 당이, 마음으로 함께
통과시켜 주셨으면 하는 법안을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바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보장 법안입니다.
지금 정부는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을 지난달 말로 강제종료시켜 버렸습니다.
이에 대해 유가족들은 청와대 앞에서, 국회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농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료 의원 여러분.
세월호 진상조사는 누군가의 이해득실로 따질 쟁점이 아니지 않습니까.
한 사람도 억울함이 없도록 철저히 조사하라고 했던 분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었습니다.
새누리당의 이주영 전 장관은 팽목항에서 수십일을 묵묵히 구조에 힘썼습니다.
이 문제에는 여와 야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20대 국회에서 세월호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의 마음을 달래며, 국민들이 갖고 있는 상처를 어루만져 주기 위해서라도,
세월호 침몰의 진상규명을 하는 데
여야 모두가 함께 나서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비록 저희 정의당은 6석의 작은 정당이지만,
정당투표에서 7.23%, 172만명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였다면 저희들의 의석수는 20석이 훌쩍 넘어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국민 여러분의 성원을 바탕으로,
원내 유일 진보정당답게 국민들의 권익을 지키고,
확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저희 정의당의 행보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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