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대표는 2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이번 일로 걱정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검찰 수사 결과,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있을 시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어떤 고려도 없이 당헌·당규에 따라 엄정하고 단호하게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수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면서, 국민의당 자체 진상조사단(단장 이상돈 의원)의 활동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면 책임지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진상조사단이 사실상 '의혹 도려내기'용 아니냐는 비판에 대한 대응인 셈이다.
그러나 안 대표가 언급한 "엄정하고 단호한 조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해석의 여지가 열려 있다. 국민의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의 비리 혐의로 검찰에 기소될 경우 즉각 당원권이 정지된다(국민의당 당헌 11조 2항 3호).
이런 가운데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출당 조치"를 언급한 것이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자진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지만 출당(제명)되면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무소속 비례대표 의원'이 된다. 19대 국회 때의 '통합진보당 사태' 당시, 이른바 경기동부가 장악한 당에서 의원직을 유지한 채 '탈출'하기 위해 김제남·박원석·서기호 의원 등이 이런 방법을 동원해 논란을 빚은 바 있었다.
박 원내대표의 "출당" 발언은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박 원내대표 측은 "'당원권 정지'를 잘못 얘기한 것"이라며 단순한 '말 실수'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박 원내대표는 "우리 당헌·당규에는 검찰 수사를 받고 만약 기소된다면 출당 조치하게 돼 있다"라는 식으로 말했었다.
다만 박 원내대표의 '말 실수'가 주목받는 배경은 따로 있다. 국민의당 지도부가 말과는 달리 실제로 비리 의혹 대상자들에 대해 "엄정"하거나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진상조사단장이 안 의원과 가까운 이상돈 의원인 점도 그러했고, 그 진상조사단의 중간 결과 발표가 '당과 아무 관계 없다'는 식이었던 것도 의혹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진상조사단 핵심 관계자는 최근 <프레시안> 기자 등과 만나, 안철수 대표가 '왕주현 사무부총장에 대해 당직 정지라도 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는 건의를 이상돈 진상조사단장 등을 통해 받았음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왕 부총장의 경우, 국민의당 진상조사단 차원에서도 완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왕 부총장이 왜 공보물 인쇄를 '비컴'이라는 회사에 맡겼는지에 대해서는 국민의당 내에서도 여전히 의심어린 시선이 많고, 진상조사단도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규명을 해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날 <조선일보>는 비컴 운영자가 왕 부총장과 "친구 관계"라고 진상조사단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와 관련, <프레시안> 기자와 만난 핵심 관계자도 "두 사람(왕 부총장과 비컴 대표) 입에 당의 운명이 달렸다"고 말한 바 있다. "당이 브랜드호텔에 내야 할 돈을 '비컴'에게 (대신) 내게 한 정도라면 실무상 문제이지만, 왕 부총장이 별도로 돈을 받았다면 일이 커진다"는 얘기였다. '비컴' 대표는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의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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