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박영선, 동성애 혐오 발언 논란

2013년 차별금지법 발의자 박영선 "차별금지법, 하나님 섭리 어긋나"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을 맡고 있는 박영선 의원이 보수 기독교 행사에 참석해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는 발언을 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박 의원은 지난 2013년 당시 민주당이 발의한 차별금지법 공동 발의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도 같은 행사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보다 박 의원의 발언 수위가 더 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성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행동'은 3일 박 의원과 김 대표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무지개행동은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녹색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등 진보 정당의 관련 직능위원회와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등 성소수자 이슈 관련 단체, 참여연대·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민우회·성폭력상담소·여성의전화·인권운동사랑방·언니네트워크 등 시민·여성·인권단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노동위원회·민주주의법학연구회·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민주노총·사회진보연대 등 직능·사회단체,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종교계 기구들로 구성됐다.

무지개행동은 "보수 기독교계의 혐오와 차별에 동조하는 김 대표와 박 의원을 규탄한다"며 "성소수자와 무슬림의 존엄과 인권을 부정한 혐오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이 사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무지개행동이 문제삼은 것은 지난달 29일,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국회 본회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쏠려 있던 가운데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나라와 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한 3당 대표 초청 국회기도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기총 회장인 보수 기독교계 인사 이영훈 목사가 대표를 맡고 있는 '나라사랑운동본부'가 주최한 이 행사에서, 김 대표는 "여러분들께서 나라를 살리기 위해 주장하시는 차별 금지법, 동성애법, 인권 관련법에 대해서는 여러분들께서 원하는 대로 당에서도 방침을 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이어 연단에 오른 박 의원은 "차별금지법, 동성애법, 인권관련법, 이거 저희(더민주)는 다 반대합니다. 누가 이것을 찬성하겠습니까?"라며 "특히 이 동성애법, 이것은 자연의 섭리와 하나님의 섭리를 어긋나게 하는 법"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박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은 이 자리에 계신 한기총의 모든 목사님과 기독교 성도들과 정말로 뜻을 같이한다"며 "마치 더불어민주당이 이것을 반대하는 것처럼 카톡에 이상한 유언비어들이 막 돌아다니고 있는데, 현혹되지 마시고 저희를 믿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 그것이 바로 단합된 대한민국이요, 이 자리에 계신 기독교 목사님들과 기독교 성도분들이 원하는 '서로 화합하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무지개행동은 "제1야당으로서 새누리당의 대안을 자처하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라는 박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와 나란히 차별 선동에 뜻을 같이 했다는 사실은 깊은 좌절과 분노를 자아낸다"며 "박 의원은 자신의 차별적 인식을 재삼 확인하며 반(反)성소수자 세력에게 인증받으려 애썼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현실 정치'의 논리는 기득권을 위해 변화를 유예하라는 말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며 "더민주가 새누리당과 다른 대안으로서 국민들에게 신뢰받고자 한다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하고, 이번 박 비대위원의 언행에 대해 책임 있는 해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선, 대선 등 큰 선거를 앞두고 더민주의 전신이었던 구 민주당 계열 정당(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민주통합당)이 보수 기독교 세력의 눈치를 보는 것은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지난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은 여성 및 성소수자 권리 보호를 위해 노력해 온 진선미 변호사를 비례대표 의원으로 영입하고서도, 당 종교특위 위원장이었던 김진표 당시 의원이 대선캠프 기자회견장에서 "동성애·동성혼을 허용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김 의원의 이 발언은 당시 <프레시안> 기사를 통해 최초로 보도됐고(☞관련 기사 : 기독교 표 급한 민주당 "동성애 허용법 제정 안되게 노력")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제법 큰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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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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