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혐오' 기독교 의원들, 고등 교과서 수정 요구

"동성애자 불행한 삶도 교과서에 실어라"

국회의원들이 '동성애 저지'를 적극 표명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조찬기도회(회장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교계 교과서 동성애·동성혼 특별대책위원회'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동성애를 조장하는 고등학교 교과서를 즉각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진표 의원(민주당 기독신우회 회장), 새누리당 김기현 의원(새누리당 기독신우회 회장) 등의 현역 의원들이 이날 기자회견의 주축이 됐다.

지난달 보수단체와 기독교단체를 중심으로 교학사, 천재교육 등의 출판사에서 발행한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 교과서가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들은 해당 교과서가 이른바 '동성애 반대' 측의 입장과 근거는 실어주지 않고 '동성애 찬성' 측의 입장만 편향적으로 실었다고 크게 반발했다.

기독교계를 주축으로 '동성애 조장 교과서 문제 대책위원회'를 결성한 이들은 특히 교과서가 "동성애가 후천성 면역 결핍증의 원인이 아니라"고 서술한 것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은 아니지만, 남성 동성애자가 에이즈를 전파시키는 고위험군이라는 사실은 통계자료에 의해 밝혀졌다"는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들은 지속해서 △동성애를 비도덕적이라고 보는 주장의 근거들도 삽입 △동성애는 정상이며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단정하는 내용의 삭제 △동성애를 비도덕적으로 보는 사람의 인권도 존중되도록 기술 △동성애자들의 불행한 삶도 기술할 것 등을 요구해왔다.

이번에는 정치권이 이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 기자회견까지 개최한 것이다. 기자회견을 연 의원들은 "동성애자의 인권은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하여 옳고 그름의 판단이 되는 동성애 행위 자체를 정상시하고 이를 반대하는 사람의 의사를 무시하는 정부의 태도와 인식은 실로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동성애에 대한 왜곡된 윤리관을 갖게 하고 동성애자가 될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들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있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동성애를 비도덕적이라고 지탄하지 않는 교과서는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교육 정책과 교육 내용은 국가의 백년대계인 만큼 이러한 중요 사안들은 널리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적인 합의와 공감대를 조성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한국 교회의 총의를 모아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 중 눈길을 끈 사람은 김진표 의원. 지난 2월 민주당 김한길·최원식 의원이 각각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전과, 성적지향, 사상 등 20여 개 영역에서 차별을 당한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도록 한 법이다. 인권위가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고 가해자는 최고 30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물 수 있어 차별을 금지하는 강력한 기제가 될 것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성적 지향의 자유'에 대한 반발이 빗발치자 결국 김한길·최원식 의원은 발의를 철회했다.

당시 김진표 의원도 차별금지법에 공동발의자로 서명했었다. 그러나 이후 논란이 일자 기독교계와 시민단체 지도자에게 "민주당은 동성애·동성혼의 법제화에 반대하는 기독교계 주장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동성애·동성혼을 허용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도록 노력을 다 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 지탄을 받았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정민석 씨는 "동성애자는 옳고 그름의 문제라든가 가치 판단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되려 소수자를 차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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