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모르면 패가망신합니다!"

[독서통]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 쓴 강주성 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큰 병에 걸리셨거나, 가족 중 장기 입원이 불가피했던 일을 겪어보셨습니까.

막막하셨죠? 물론 병의 중함 때문에 가장 큰 심적 고통을 겪으셨겠지만,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문제로 혼란스럽거나 불안하셨을 겁니다. 이런저런 전문 용어가 정신없이 오가니 당장 바보가 된 것만 같고, 병원에서 지시하는 여러 사항을 꼭 따라야 하는 건지도 혼란스럽죠. 무엇보다, 병원비가 고민입니다. 큰돈이 한 번에, 혹은 장기간에 걸쳐 계속 필요하다는 점만큼 막막한 게 없습니다. 민간 보험 광고가 TV를 뒤덮어버린 큰 이유가 이런 불안함 때문이겠죠.

혹시 이런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내가 속았다'는 이유 모를 불안함 말이죠. 모르니 불안한 겁니다. 최소한 병원 시스템이 어떤지, 나나 내 가족의 병원비는 어떤 형태로 청구되는지 정도는 알면 그나마 불안함이 덜하지 않을까요.

이런 궁금증을 가진 분에게 맞춤한 책이 한 권 있습니다.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강주성 지음, 행복한책읽기 펴냄)입니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병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설명하는 책입니다. 조금 (누군가에게는 매우) 비판적인 입장에서 병원의 실태를 알아보고, 환자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지난 2007년 프레시안북에서 나온 책을 지난해 개정해서 다시 펴냈습니다.

김종배 <시사통> 대표와 강양구 <프레시안> 기자가 공동 진행하는 '독서통'은 2일 이 책의 저자 강주성 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글리벡 약값 인하 운동과 건강세상네트워크 활동으로 대중에게도 익히 알려진 강 전 대표는 이해하기 쉬운 말로 우리나라 병원의 문제점을 술술 설명했습니다. 한 시간이 부족해서 중요한 의료 사고는 정작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했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소개합니다.

▲ 강주성 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백혈병 환자, 의료 투사로 거듭나다

김종배 : 매주 화요일 오후에 보내드리는 독서통 시간입니다. <프레시안>의 강양구 기자 나오셨어요. 안녕하십니까.

강양구 : 네, 안녕하십니까.

김종배 : 이번 주 책 한 권 또 읽어야죠?

강양구 : 우선 개인적 체험을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오전에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어요. 다행히 검사 결과는 좋게 나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의료 담당 기자라서 보통 사람보다는 병원 사정이나 의사 세계를 잘 아는데도 불구하고, 병원만 다녀오면 왜 이렇게 짜증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절차부터 치료에 이르기까지 환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많습니다.

오늘은 저 같은 아쉬움을 가진 분을 위한 책을 가지고 왔어요.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라는 책입니다.

김종배 : 언제부터인가 책 제목에 '사용 설명서'가 붙은 경우가 보이더군요.

강양구 : 아마 따지고 보면 이 책이 원조일 거예요. 오늘 가져온 건 개정판이고, 이 책이 2007년 처음 나왔거든요. 큰 골격은 변함이 없지만, 그사이에 바뀐 사정 등을 수정해서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김종배 : 특별히 이 책의 저자를 설명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강양구 : 저자 강주성 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의료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이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1980년대에는 인문·사회과학 책을 내는 출판사 편집자셨고, 1990년대에는 경영 컨설팅을 하셨어요. 제가 알기로 당시 컨설팅받은 업체 중 한겨레신문사도 있습니다. 잘 나가시다가 백혈병에 걸리셨어요. 운이 좋게 골수 이식을 받으시고 회복하셨습니다.

이후 '이제 내 살 길 찾겠다' 하고서 훌훌 털어버리셨다면 삶이 편하셨을 텐데, 환자로 지내시면서 대한민국 병원과 의료의 민낯을 보시곤 환자 중심의 보건의료 운동을 이끄셨습니다. 글리벡 약값 인하 운동부터 시작하셨죠.

김종배 : 결국 이 책은 처절한 경험에서 우러난 내용을 담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글리벡 약값 인하 투쟁이 엄청나게 큰 이슈가 되었는데, 이 투쟁이 시민 단체 출범으로까지 이어졌죠?

강양구 : 네, 건강세상네트워크라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이 주도하는 단체가 만들어졌죠. 지난 10년 동안 아주 많은 일을 했어요. 예전에 '특진비'라고도 불렸던 선택 진료비가 차례로 폐지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선택 진료비가 폐지되는 데에 이 단체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예전에는 병원 식대가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았어요. 이제는 적용되죠. 이 변화도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열심히 운동한 덕분입니다. 예전에 비하면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이 상당히 올라갔습니다. 이제는 암에 걸려도 예전처럼 패가망신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을 다 강주성 전 대표가 중심이 된 건강세상네트워크가 했습니다.

김종배 : 걸어오신 길에 비하면 짧은 소개입니다. 이쯤에서 직접 애청자 여러분께 강주성 전 대표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강주성 : 네, 감사합니다.

강양구 : 작년부터 건강이 다시 안 좋아지셨다는 얘기를 들어서 걱정했습니다.

강주성 : 목에 염증이 생겼는데, 이게 왜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약도 없고, 목구멍은 자꾸 좁아지고, 숨 쉬는 게 쉽지 않습니다.

김종배 : 진단명은 뭔가요?

강주성 : 병원에서 이것저것 검사를 다 해봤는데, 검사상으로는 이상이 없데요. 그럴 경우에 보통 환자에게 통지하는 병명이 '자가 면역성 질환'입니다.

김종배 : 뭔가 문제가 있는데 모르는 경우에 이렇게 이름을 붙입니까? (웃음)

강주성 : 예. 제 병명은 목 점막에 생긴 자가 면역성 염증.

김종배 : 제가 책을 읽으면서 '만약 나였다면, 용케 맞는 골수를 찾았고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그다음부터는 만사 젖혀두고 오로지 내 건강 관리에 매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많은 분이 그러실 겁니다.

강양구 : 백혈병을 치료하면서 경제적으로도 많은 부담을 지셨잖아요.

김종배 : 그러니까요. 그런데 왜 그렇게 전혀 다른 방향으로 열심히 활동하셨어요?

강주성 : 미안함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1999년에 골수 이식을 받고 집에 누워 있었는데, 환우회 사이트에서는 이전부터 글리벡이 논란이었습니다. 당시 이 약이 임상 시험 중이었는데, 사이트 회원 중 영어 잘하는 분들이 미국 FDA(식품의약품안전청) 사이트에 들어가서 그 결과를 계속 체크하셨습니다.

워낙 임상 시험 결과가 좋으니 이 약 소문이 환자 사이에 퍼졌죠. 죽더라도 이 약을 먹어보고나 죽자는 거였습니다. 마침 임상 시험이 끝나고 제약회사 노바티스가 2000년 4월 FDA에 허가 신청을 했고, 한 달 만에 (시판) 허가가 났어요. 이후 한 달 만에 한국에서도 허가 났습니다. 굉장히 빨랐습니다. 그만큼 환자 요구가 거셌던 거죠.

강양구 : 수술 못 받고 그 약도 못 먹으면 환자가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랬던 거군요.

강주성 : 그렇죠. 백혈병이 크게 만성과 급성으로 나뉘는데, 글리벡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에 쓰이는 약입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항암 치료가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글리벡이 나오기 전까지는) 골수 이식이 아니라면 100% 죽었습니다. 문제는, 죽을 때까지 오래 걸린다는 겁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백혈병 환자가 거의 다 이 부류라고 보시면 됩니다.

김종배 : 그런데 왜 부채감을 가지셨어요?

강주성 : 이 약 한 알이 당시 2만5005원이었습니다. 하루에 네 알을 먹어야 합니다. 10만 원이죠. 한 달 300만 원, 1년에 3600만 원, 3년이면 1억800만 원인데, 이 약을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합니다. 이 약이 보험도 안 되었죠. 가격이 말이 안 되잖습니까? 전에는 약이 없으면 공평하게 다 같이 죽었죠. 그런데 이제 돈 있는 사람만 살고, 없는 사람은 죽게 생긴 거죠.

같이 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이 약에 보험 적용하든가, 아니면 약값을 내리든가. 환자들이 이걸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전혀 몰랐던 거죠. 저는 골수 이식을 해서 약을 먹지 않아도 되었지만 (덕분에 혼자 살 수 있었지만), 이 문제를 누가 해결할 것이냐 하는 데 부채감이 있었죠.

▲ 2001년 5월부터 시판된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은 8년 생존율이 85%에 달하고 부작용이 적어 일상생활이 가능한 기적의 신약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김종배 : 그것 때문에 활동을 시작하신 거군요.

강주성 : 그렇죠. 사실 당시는 잘 몰라서 한 3개월 정도 (글리벡 약값 인하를 위해) 죽을 둥 살 둥 싸우면 보험이 적용되거나 약값이 떨어지겠거니 생각했죠. 세상을 만만하게 본 거죠. 3년을 싸워서 결판이 났습니다. 처음 같이 싸움을 시작한 분들은 많이 돌아가셨죠.

김종배 : 글리벡이라는 약의 효능이 어떤가요?

강주성 : 전 세계에서 처음 나온 경구용 표적 항암 치료제입니다. 이전에는 항암제를 입으로 투약해서 먹는 것도 없었고, 정확하게 암세포만 골라서 치료하는 약물도 없었습니다. 아주 획기적이었죠. 환자가 이 약을 먹고 나면 거의 95% 이상 혈액 검사상 암세포가 눈에 안 보이게 됩니다. 먹지 않으면 재발하고요.

김종배 : 백혈병 환자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꿈의 신약이네요. 그런데 돈이 없어서 못 먹는다면 환자 본인도 그렇고 가족도 그렇고, 마음이 어떻겠어요.

이제 강주성 선생님의 운동 덕분에 약값은 많이 떨어졌는데, 적정선에 도달했다고 보시나요?

강주성 : 약값은 많이 안 떨어졌습니다. 약값이 2만5005원에서 2만3044원으로 떨어졌다가, 지금은 1만9000원대로 떨어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환자가 부담하기에는 높죠.) 다만 환자 본인 부담률이 떨어졌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암 환자 본인 부담률이 20%대로 떨어졌죠. 그전에는 모든 시민·사회단체, 진보 진영에서 환자 본인 부담률을 낮춰서 패가망신을 막자고 얘기해 왔는데 안 됐거든요. 글리벡 투쟁으로 암 환자 본인 부담률이 30%에서 20%로 처음 떨어졌습니다.

환자 살리려면 건강보험 보장성 올려야

김종배 : 25년 전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제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중환자실로 가셨는데, 계속 링거로 뇌의 피가 응고되지 않도록 하는 약을 넣어야 했어요. 그런데 그 약을 환자 가족이 약국에서 따로 사와야 하더라고요. 엄청나게 비쌌어요. 그때 가격으로 몇백만 원이었으니까요.

저는 당시 급여니 비급여니 하는 개념도 몰랐습니다만, 이렇게 중요한 약을 왜 병원이 안 갖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당시 왜 그랬는지 조금은 감이 잡히더군요.

강주성 : 요즘도 그런 일이 있죠. 글리벡이 비싸다고 하지만, 지금도 그보다 훨씬 비싼 약이 많습니다. 한 알에 7만 원, 10만 원 하는 약도 많습니다. 최근 다나의원 대량 감염 사건 때문에 논란이 된 C형 간염만 해도 그렇죠. 치료제로 언급되는 게 소발디, 하보니 같은 약입니다. 그런데 3개월 치료를 하는데 각각 3800만 원, 4600만 원이 들어요.

그나마 우리나라처럼 전 국민 의료 보험(국민건강보험)이 시행되는 나라는 사회적 보험으로 어느 정도 부담을 완화해 주는데, 이런 보험이 없는 나라, 약소국의 환자는 다 죽죠. 그나마 인도에는 복제 약(제네릭)이 있어요. 인도는 세계에서 복제 약을 가장 많이 만들어서 판매하는 국가입니다. 제3세계 국가는 다 인도 복제 약을 쓴다고 봐야 합니다.

인도의 글리벡 복제 약은 한 알에 1달러 정도 합니다. 한 1000원 정도에 파는데, 가난한 나라는 이 약도 돈이 없어서 못 먹습니다. 한 알에 1000원이면 하루 (네 알 기준) 4000원이니 한 달에 12만 원 정도인데, 그 나라에서는 이게 한 달 월급이거든요. 전 세계적으로 약에 대한 정책을 이전과 다르게 만들어야 합니다.

김종배 : 우리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60% 정도 되죠?

강주성 : 63% 정도 됩니다.

김종배 : 그러면 (보장되지 않는) 나머지 40%에는 어떤 게 있습니까?

강주성 : 병실료, 선택 진료비, 간병료가 가장 크죠. 이 세 가지가 가장 큰데, 그 외에도 아직 보장 안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CT나 MRI도 보험이 안 됩니다. CT나 MRI는 암 환자, 뇌 질환 환자, 심장병 환자에게만 보험이 1차 적용됩니다. 이래저래 따지면 한 40%는 비보험 혹은 비급여 쪽에서 차지하는데, 이 비율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합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느냐? 선택 진료비가 지금은 옛날의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병실도 이제 3, 4, 5인실은 보험 처리가 됩니다. 그러면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이 올라야 하는데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새로운 비급여 항목이 그만큼 많이 생겨서 전체적으로는 보장률이 오히려 떨어진 거죠.

김종배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4대 중증 질환 보장을 이야기했잖아요? 공약 후퇴 논란이 많았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강주성 : 암 환자에게 지원하겠다, 본인 부담금 없애겠다고 얘기했는데, 지금 암 환자 본인 부담률이 5% 정도밖에 안 됩니다. 이거 없애주겠다는 거죠. 실질적인 내용을 가지려면 비급여 부분을 줄여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손을 안 대죠. 암 환자 가족이 패가망신하는 건 비급여 때문이지, 급여 때문이 아니에요.

김종배 : 간병료는 보장되지 않으니 (돈을 아끼려) 가족 중 누군가가 환자 옆에 있어야 하고, 그러면 생계유지가 되지 않고, 결국 돈을 돌려쓰면서 빚이 빚을 낳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 아닙니까.

강주성 : 그렇죠. 이런 악순환을 끊어줘야 하거든요. 저희(건강세상네트워크)가 2005~2006년경 관련 법안을 하나 만들었어요. 장기노인요양보험 개설안입니다. 저희가 낸 안과 정부가 낸 안을 병합해서 만든 게 지금의 노인요양보험입니다. 이것도 말씀하신 것처럼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고 만든 거예요. 평생 누워계시는 분, 이분을 간호하기 위해 가족 누군가가 평생 같이 지내면서 가정이 파탄 나는 걸 막으려고 했습니다.

우리가 먹는 약이 뭘까

김종배 : 약재 부문에선 어떻습니까?

강주성 : 필수 약재는 대부분 보험 처리된다고 봐야죠. 그런데 여전히 폐해가 있어요. 병을 치료하러 가서 현존하는 약은 다 써 봐도 별 효과가 없는데, 의사가 "보험이 안 되는 다른 약이 있는데 써보시겠습니까" 하고 권유해요. 이런 약은 굉장히 비쌉니다. 이런 약은 대부분 임상 시험 중이거나 아직 효과가 분명히 판단되지 않아서 비급여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죠.

김종배 : 그렇게 효과가 없는 약은 승인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강주성 : 비급여에도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법정 비급여고요, 다른 하나는 임의 비급여입니다. 법정 비급여는 1인실 같은 상급 병실료, 간병료와 같은 겁니다. 어쨌든 국가가 (보장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아직 돈이 없어서 못 해주는 거죠. 임의 비급여는 그야말로 확인되지 않은 치료 행위를 의사가 환자에게 사용할 때 드는 금액입니다. 이건 사실 불법이죠. 예를 들어, 아직 치료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신약이 그렇습니다.

김종배 : 그렇죠. 임상 시험 중이라는 건 아직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승인이 안 난 거면 투약하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강주성 : 예. 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의 욕구, 환자에게 좀 더 다른 진료를 해보고 싶은 의사의 선의 혹은 욕구, 마음대로 비싸게 가격을 매겨서 환자에게 청구하려는 병원의 욕심 등이 섞여서 이런 임의 비급여가 의료 현장에서는 많습니다.

김종배 : 책에도 잠깐 나옵니다만, 태반 주사나 마늘 주사는 승인 난 겁니까?

강주성 : 났습니다. 태반 주사는 두 가지 분야에 승인 났습니다. 간 기능 개선과 갱년기 증상 완화. 그런데 병원에선 이 두 가지 외에 다른 이야기만 합니다. 성 기능 개선, 피부 미백 효과, 피부 노화 방지 등이죠.

김종배 : 간 기능이 개선돼서 얼굴이 밝아져서 그런 효과가 있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건가요? (웃음)

강주성 : 그렇게 돼서 얼굴이 좋아지는 것과 피부가 하얗게 미백되는 건 전혀 다른 거죠. 그런 약을 그렇게 홍보해서 환자에게 계속 맞히면서 관련 수익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죠.

강양구 :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형태인 것 같아요. A 동네 병원 의사가 돈 벌어야겠다는 모진 맘을 먹고 태반 주사에 몇 가지 홍보 효과 문구를 붙여서 시술을 시작한단 말이죠. 그렇게 돈 버는 걸 본 B 병원과 C 병원 의사들도 그걸 따라 하다 보면, 그게 유행이 되는 거죠.

김종배 : 애청자 여러분도 병원 가시면 알록달록한 글씨로 여러 가지 주사 상품 붙여놓은 것 많이 보셨을 거예요.

강양구 : 심지어 권유도 합니다. "XX 주사 한 대 맞으면 좋으실 거예요" 하면서 말이죠.

영수증에 병원의 속임수가 숨어 있다

김종배 : 이 책을 보면서 또 하나 놀라웠던 게, 우리가 병원에서 치료받은 후 영수증을 받으면 보통 바로 휴지통으로 버리잖아요? 그런데 병원에서 부당하게 돈 받는 경우가 40%나 된다고요?

강주성 : 예전에 제가 한 번 고발당했습니다. 손석희 JTBC 사장이 예전에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 <시선집중>에 출연했을 때 "전체 의료 기관의 70~80%는 부당 청구를 할 걸요"라고 말했다가 고발당했죠.

그렇게 말한 이유가 병원의 선택 진료비입니다. 당시 상당수 병원이 선택 진료비를 부당 청구했습니다.

김종배 : 선택 진료비가 예전 특진비죠? 보통 병원에 가서 "어느 선생님에게 진료받으시겠어요" 할 때 교수급 의사에게 치료를 받기로 하면 돈을 더 내는 거죠. 그런데 그건 환자 본인이 선택하는 거잖아요?

강주성 : 그런데 선택의 여지가 없죠. 대부분 특진 의사거든요.

강양구 : 더구나 지금은 전부 다 동의를 받긴 합니다만, 예전에는 이랬어요. 예를 들어, 내가 내과 진료를 받으러 갔는데, 치료하다 보면 다른 과 가서 검사나 진료를 해보라고 협진을 의뢰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자동으로 그 경우에도 모두 선택 진료가 되어버리는 겁니다.

강양구 : 이 대목에서 강주성 전 대표의 활동에 불만이 있어요. (웃음) 요즘에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 갈 경우, 진료 전에 사인하는 항목이 아주 많습니다. 이게 뭐냐면, 모든 진료 과목을 선택 진료를 받겠다고 동의를 받는 거거든요. 환자들은 뭔지도 모르고 사인을 하죠. 그러니까 강 전 대표의 활동으로 사실상 병원이 (법망을 피할) 방법을 알게 된 거죠. (웃음)

김종배 : 이런 곳에 문제가 있다고 하니 '그러면 이렇게 해야겠군' 하는 식으로 회피하는 거군요.

강주성 : 병원에 내성이 생긴 거죠.

김종배 : 그러면 병원에 고발당할 게 아니라 감사패 받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웃음) 그래서 고발 결과는 어떻게 됐어요?

강주성 : 저는 무혐의 처분됐고, 상대방은 무고죄로 벌금을 냈습니다. 이미 그 과정에서 병원의 90% 가까이가 선택 진료비로 의료비를 부당 청구한다는 신문 기사까지 나온 상태였어요.

▲ 병원에서 환자는 철저한 을이다. ⓒwikipedia.org

아픈 환자에게 갑질하는 병원

김종배 : 또 다른 부당 청구 경로가 있습니까?

강주성 : 많죠. 전에 제가 (건강세상네트워크에서) 일할 때 여의도 성모병원이 약 150억 원 정도의 벌금을 맞았습니다. 병원에서 사망한 백혈병 환자의 유가족 100여 분이 전부 영수증을 들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 심사 청구를 한 거죠. 심사 팀이 그 시점 전후 6개월 정도 기간의 백혈병 환자만 다 조사했더니 부당 청구액이 약 38억 원 정도 됐습니다. 과징금까지 더해 150억 원 정도를 낸 거죠.

이 중 가장 많은 사례가 (국민건강보험에서) 급여되는 항목을 비급여 처리한 거였습니다. 이게 부당 청구액의 거의 50%가 넘었습니다.

강양구 : 이해가 안 되는 게, 어차피 급여되는 항목이면 병원이 공단으로부터 돈을 받으면 되잖아요?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하나요?

강주성 : 공단으로 진료비 청구하면 진료비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비급여는 심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심사 과정에서 의료비를 부당 청구한 사실을 들킬 우려가 사라집니다.

둘째, 돈을 환자에게 바로 받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진료비를 청구하면 받기까지 적어도 2~3개월 걸리죠. (백혈병과 같은 난치성 질환자나 국민기초생활 보장수급자 같은) 의료급여 환자의 경우 돈을 훨씬 늦게 받습니다. 의료급여 재정이 부실해서 예전에는 5~6개월씩 걸렸습니다. 이걸 비급여 처리해버리면 환자에게 돈을 즉시 받죠.

이 짓을 하다가 걸렸다면 어떻게 하느냐? "착오였습니다" 하고 환자에게 돈 돌려주고 공단에 다시 청구합니다. 여의도성모병원의 문제는 왕창 한 번에 걸렸다는 거죠. 일정 건수 이상의 비리가 밝혀지면 복지부가 해당 병원에 벌금을 물리게 됩니다.

그래서 개별 환자가 병원에 진료비 심사 청구를 요청하면 심사 건수를 줄이기 위해 보통 병원이 환자에게 전화해서 취하 요청합니다. 돈 드린다고 하면서요.

강양구 : 저도 어머니 진료비 때문에 한번 심사 신청한 적 있는데요, 전화 오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심사 청구를 하면 병원 원무과가 아니라 담당 주치의가 전화하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강주성 : 환자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 심사 평가를 신청하면, 평가원은 환자 진료 내역을 해당 병원에 청구합니다. 이렇게 되니 어떤 사람이 심사 청구했는지 병원은 다 알 수밖에 없죠. 환자가 을인 갑을 관계하에서 주치의가 직접 전화해 청구 취하를 요청하면 거의 환자는 백전백패하죠.

김종배 : 전형적인 갑을 관계죠.

강주성 : 사실 환자가 돈을 많이 낼수록 을입니다. 그만큼 중병이라는 얘기니까요. 환자가 병원에서 꼼짝 못 하죠. 의료 시스템이 환자 중심으로 짜여있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김종배 : 순진한 생각이 드는데요. 부당 청구가 그만큼 비일비재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같은 데서 불시에 병원을 감사할 권한은 없습니까?

강주성 : 있죠.

김종배 : 해 버리면 부당 청구가 줄어들 것 아닙니까?

강주성 : 분식 회계하는 기업을 그렇게 감사합니까? (웃음)

김종배 : 그래서 순진한 질문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웃음) 선택 진료가 부당 청구의 전형적 케이스라고 하셨는데 이건 큰 병원 얘기고, 동네 병원은 선택 진료고 뭐고 없잖아요. 다만 급여, 비급여만 나뉠 테니까요.

강주성 : 동네 의원은 급여 수가가 낮으므로 비급여를 늘리지 않으면 먹고살기 힘들다고 합니다.

강양구 : 항상 급여-비급여 문제 대두하면 나오는 얘기가 의료 수가(진료비)가 너무 낮아서 비급여 진료가 불가피하다는 거잖아요? 동네 병원이 태반 주사와 같은 상품에 목매는 이유, 대형 병원이 선택 진료를 도입하는 이유도 의료 수가 때문이라는 거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강주성 : 오래된 이야기인데요. 정말 그들이 손해 보는지 안 보는지 제대로 검사해본 적 없습니다. 특히 대형 병원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 정말 의료 수가가 낮아서 문제고, 진료할수록 손해라면 이건 규모의 경제 이하로 가야 합니다. 의료 수가가 너무 낮아서 진료하면 할수록 손해라면 (환자 수를) 줄여야죠. 그런데 지난 15년 사이에 서울의 빅5 병원 병실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습니다.

반면에 동네 병원은 어떠냐. 실제로 망합니다. 2차 병원은 사실 상당히 공동화되어 있고, 그래서 1차 병원과 3차 병원이 양극화되어 있죠. 3차 병원에서도 빅5 대형 병원과 나머지로 양극화되어 있고, 또 1차 동네 의원도 양극화되어 있습니다.

복지부-병원-심사기관의 도덕적 해이

김종배 : 이 책에도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흔히 어르신들이 "저 병원 용하다" "저 병원 가서 주사 한 방 맞으면 다 낫는다"는 말씀하시잖아요. 실제로 약이 잘 듣는 병원이 있어요. 그런데 이 부문에서 스테로이드 이야기를 하셨어요.

강주성 : 스테로이드는 다양한 분야에 쓰입니다. 저처럼 염증 있는 사람에게 염증 관련 스테로이드 약물을 사용하거든요. 예전 운동선수 약물 파동 때도 스테로이드였죠. 갑자기 힘이 세지고, 근육이 강화된다는 거죠. 모든 질병에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각종 스테로이드 약품이 있습니다.

적시 적소에 사용하면 스테로이드제가 약효가 굉장히 드라마틱합니다. 그런데 그걸 오래 쓰면 부작용이 생깁니다. 제가 전에 염증 때문에 스테로이드계 약물을 하루 12알 먹었는데요, 이걸 어느 날 갑자기 끊잖아요? 여차하면 죽습니다. 10알, 8알, 6알, 4알, 2알로 점점 줄여가야 합니다. 그 정도로 사람 몸에 좋지 않은 약물이죠.

김종배 : 이 스테로이드제를 약에 포함하는 극히 일부 사례로 (병원의 도덕성을) 일반화할 건 아니잖아요?

강주성 : 예전에 1차 의원에서 약물을 어떻게 처방하는지 조사해본 적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문제가 나왔습니다만, C형 간염으로 문제 된 목동 다나의원, 여기는 주사제 처방률이 99%였습니다. 거의 100%에 가깝습니다. 이런 곳은 일단 의심해야 합니다. 1년 내내 99%의 주사제를 처방했다면 진즉에 복지부에서 사람 파견해서 어떻게 약물을 쓰는지 조사했어야 합니다. 이런 곳을 놔뒀기 때문에 저런 문제가 터진 겁니다. 의사의 윤리성도 문제지만 복지부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같은 곳이 자기 임무를 소홀히 한 게 큰 문제입니다.

김종배 : 그런데 병원 이름에도 의미가 있더군요. 김종배 내과와 김종배 의원은 다릅니까?

강주성 : 김종배 내과라면 김종배라는 의사는 내과 전문의죠. 전문의 자격증을 갖고 있죠. 김종배 의원이라면 김종배라는 의사는 의과 대학만 졸업한 일반 의사입니다. 의사 면허만 있죠. '김종배 내과 의원'이라는 식으로 되어 있고 진료 과목에 내과, 소아과, 이비인후과…이런 식으로 설명되어 있다면 김종배 의사는 내과 전문의인데 이비인후과, 소아과도 같이 본다는 의미입니다.

김종배 : 저는 여러 과를 본다고 되어 있으면 의사가 전문의 자격증 여러 개를 가진 거로 생각했어요. 그게 아니군요.

강주성 : 우리나라 의사 면허 특징이, 의사 면허를 따면 전문의든 일반의든 간에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성형까지요. 성형외과를 간다손 치더라도 김종배 성형외과에 가는 게 좋습니다. 성형외과도 취급하는 김종배 의원에 가실 때는 전문의가 수술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가셔야 합니다.

영리 병원 들어서면 의료 수준 떨어진다

김종배 : 이 방송 들으시는 병원 관계자나 의사 선생님은 병원을 너무 악의 축으로 묘사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가지실 법한데요.

강양구 : 네. 사실 강주성 전 대표께서 병원 관계자들로부터 비난도 많이 받으셨죠.

강주성 : 욕 많이 먹었죠. 그런데 전 어쨌든 팩트를 얘기한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병원, 모든 의사가 다 나쁘겠습니까. 그렇지는 않죠. 이런 내용을 여태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거죠. 어쨌든 병원 이용자가 알아야 하는 내용을 병원에서 안 알려주기 때문에 제가 하는 것뿐입니다.

이런 문제 제기에 맞닥뜨리면 의료계는 (저를 비난하기에 앞서) 일단 자기를 돌아봐야 합니다. 그간 국민을 대상으로 어떻게 진료 활동을 했는지, 병원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먼저 돌아봐야지, 나쁜 얘기 나온다고 불평부터 하면 앞뒤가 안 맞는 거죠.

강양구 : 최근 다나의원 사건을 보면서도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싶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마 분명 이런 의원이 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주성 : 그렇죠. 100원짜리 주사기를 아끼려고 재사용했다, 다나의원 사건에서 그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비슷한 유형의 사례가 많아요. 제가 이비인후과에 다니는데, 가서 제일 먼저 하는 게 뭐냐면 관찰 관을 코로 집어넣어 목까지 내려 환부를 봅니다. 그리고 뺍니다. 그러면 몸 안에 있는 코와 가래 등이 묻어나오지 않겠습니까? 이걸 소독포로 닦아요. 그리고 다음 환자에게 또 쓸 거거든요?

저는 이게 제대로 된 건지 궁금해서 찾아봤어요. 그런데 규정이 없어요. 다나의원과 같이 일회용을 재사용한 사례는 아예 말이 안 되는 거고, 오히려 다른 여러 가지 사례에 관해 이를 어떻게 관리할 건지 의료계가 폭넓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김종배 : 요즈음 의료계 최대 화두는 영리화 아닙니까? 영리화에 반대한다는 이야기 하면 많은 사람이 반문하더라고요. 이미 영리 아니냐는 거죠. 병원이 이미 열심히 돈 버는데 왜 지금 영리화 반대하느냐고요. 이럴 때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강양구 :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눠 보면 의료계에 계신 많은 관계자도 정부가 추진하는 병원 영리화는 맞는 방향이 아니라는 문제의식을 느끼셨어요. 그러면 이들이 국민을 설득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미 의료인은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다는 거죠. 너희가 여태 계속 돈벌이해왔는데, 돈벌이하자는 영리화를 왜 지금 반대하느냐는 반문을 받고 나면 할 말씀이 없더라는 겁니다.

강주성 : 현재 우리나라 병원은 비영리법인이거든요. 비영리법인은 돈이 남으면 재투자 외에 사용할 방법이 따로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병원이 건물을 짓는다거나 수십억 원짜리 첨단 의료 장비를 가져오는 식으로 돈을 사용하죠.

지금도 내적으로는 영리 병원 형태로 존재하는 곳이 있습니다. 사무장 병원(기업형 사무장 병원)이죠. 의사를 고용합니다. 영리 병원은 자본이 의사를 고용하는 겁니다. 의사를 쭉 줄 세우고 ‘너희 돈 얼마만큼 벌어’ 하는 거죠. 그래서 이윤을 남기고, 남긴 이윤은 자본가가 가져갑니다.

사무장 병원 형태는 요양병원이 가장 많습니다. (이런 형태 병원 중 수익성이 떨어지는) 어떤 병원은 본인부담금을 안 받고 환자를 모셔옵니다. 어차피 진료비의 80%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나오니까, 이 80%를 벌기 위해 환자를 채웁니다. 그러면 "여기 가면 밥 공짜로 주고, 치료도 그냥 해주고, 잠도 재워준다"는 말이 돌죠. 그렇게 해서 환자를 꽉꽉 채웁니다.

더 심한 곳은 이렇습니다. 신장 투석 환자는 작게는 일주일에 한 번, 심한 분은 일주일에 세 번은 투석하러 왔다 갔다 해야 하거든요. 이분들을 유치하기 위해 돈을 안 받기도 하고, 차비나 식대까지 주면서 데려오기도 합니다. 환자에게 돈 받지 않아도 공단에 나머지 비용을 청구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데서 어떤 일이 생기느냐면, 바로 다나의원과 같이 치료 기구를 재사용합니다. 소모품 중 혈액 필터가 있습니다. 이걸 빨아서 재사용합니다. 의료 질이 훨씬 떨어지는 겁니다.

영리 병원을 추구하면 의료 질이 올라가리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의료 질이 떨어집니다. 미국의 영리 병원과 공공 병원을 조사해본 결과도 똑같았습니다.

강양구 : 어찌 생각하면 당연하죠. (영리 병원이라면) 조금이라도 인건비를 아끼고 시설비를 줄이면 다 주주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니까요.

강주성 : 영리 병원이 뭔가 국가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재벌도 수백조 원을 갖고만 있고 풀지 않지 않습니까? 병원도 마찬가지가 됩니다.

집에 비치해야 할 책

▲ 병원, 병에 대한 무지는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프레시안(최형락)
김종배 :
얘기하다 보니 끝없습니다만, 나머지는 애청자 여러분이 책을 읽어보시면 자세한 내용을 아실 겁니다.

강양구 : 저희가 이 책 개정판이 나오자마자 서평을 썼는데, 사무실에서 책이 안 보이더라고요. 알아보니 서평을 썼던 기자가 "이 책은 집에 비치해둬야 할 거 같아서 가져갔습니다" 하더라고요. (웃음) 저도 이 책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종배 : 개정판이라면 어떤 내용이 바뀌었습니까?

강주성 : 기존 내용이 대부분 들어가 있고요. 제가 작년, 재작년에 창원의 한 요양 병원에 입원한 적 있습니다. 그 병원이 굉장히 특이한 곳입니다.

보통 요양 병원에서 치매 환자는 침대에 묶어둡니다. 장성 요양 병원 화재 사건도 환자들이 묶여 있어서 불이 나도 빠져나오지 못해 죽었잖습니까? 거기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 그렇습니다. 환자를 묶지 않으면 병원이 이들을 관리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렇습니다.

그런데 창원의 이 병원은 묶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안 묶고 환자를 관리할까를 연구합니다. 노인 환자는 (묶여 있으면) 욕창이 많이 생기거든요. 그 병원 간호사는 환자에게 욕창이 생기면 간호 태만 때문에 경위서를 씁니다. 이 병원에서 작년 재작년에 경미한 욕창 환자가 딱 한 명 있었습니다. 어떻게 환자 입장에서 운영할까를 고민하는 진정성 있는 병원이죠.

이런 이야기를 추가로 넣었습니다. 사실 이런 병원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하거든요. 주변 많은 사람이 "부모님을 병원에 모셔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저에게 질문합니다. 그만큼 병원에 대한 정보가 없습니다. 가도 어떻게 병원을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없습니다.

이처럼 정보가 없으니 병에 대한 대처로 사람들이 (민간) 보험을 듭니다. 보험사는 그런 두려움을 기본으로 해서 마케팅 하거든요. 그런데 병은 걸리기 전에는 전부 추상적입니다. 병에 걸리는 순간 구체적인 현실이 됩니다. 어느 병원에 가야 하지? 어떤 약을 먹어야 하지? 어떤 의사를 만나야 하지? 돈이 얼마나 들까? 간병하러 가면 우리 애는 누가 돌보지? 이 모든 고민이 병이 걸리는 그 날 바로 현실이 됩니다. 이런 일이 닥치기 전에, (이 책의 내용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김종배 : 제가 꼭 한번 여쭤보고 싶었던 게 하나 있는데요, 백혈병 걸리기 전에는 의료에 관한 지식이 없으셨죠?

강주성 : 예, 없었죠.

김종배 : 그런 일을 겪고 나서부터 공부하고 조사하신 건가요?

강주성 : 그렇죠. 저는 글리벡 싸움할 때도 약가 제도 하나도 몰랐습니다.

김종배 : 이 복잡한 내용을 어떻게 공부하셨어요?

강주성 : 매번 새로운 상황이 닥칠 때마다 관련 논문부터 많이 보죠. 혈액 관련해서도 제가 적십자사와 3년 정도 싸웠거든요. 예전에 적십자사가 불량 혈액 유통으로 고발당했는데, 그때 저 때문에 적십자에 계신 한 스물일곱 분이 재판받고, 그중 다섯 분이 해임당하고, 열 몇 분이 벌금형 맞았죠.

김종배 : 그 사건이 에이즈 걸린 혈액, 말라리아 걸린 혈액이 유통된 사건이죠?

강주성 : 그렇죠.

제가 수혈만 받아봤지, 혈액에 대해 뭘 알겠습니까. 적십자사가 저에게 당한 것도, 저를 우습게 봐서였죠. 거기에 전문가들이 다 포진되어 있는데, 너희는 혈액 전문가도 아니면서 조사해봐야 뭘 얼마나 알겠느냐는 거였죠. 그런데 싸움의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저희의 내용도 깊어지거든요. 저희도 공부하니까.

앞으로 환자와 병원 연결하겠습니다

강양구 : 얼핏 듣기에 올해부터 다른 방식의 운동을 계획 중이시라고요.

강주성 : 예. 그동안 병원하고 의사를 많이 씹었는데, (웃음) 사실 의사와 환자는 동전의 양면이거든요. 서로 존재를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그간 대한의사협회 행태를 보면, 많이 보수적입니다. 사실 그건 이해할 만합니다. 이분들이 병원과 달리 자영업자거든요. 소상공인입니다.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과는 존재의 기반 자체가 다르죠.

이분들에게 계속 "너희 문제다" "너희 더 잘해라"고만 하면 더 보수화되기에 십상이더라고요. 이분들에게 나중에 손을 내밀어도 안 잡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사실 의료 개혁을 의사가 추진한 사례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분들 힘이 없이는 안 됩니다. 지금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말도 안 되는 의료 제도를 밀어붙이는 중인데, 이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 양쪽 다 피해 보거든요.

정부의 각종 위원회가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3분의 1은 의료계, 3분의 1은 시민사회, 3분의 1은 정부 쪽 인사입니다. 나중에 가만히 보니 이 위원회가 정부 입맛대로 움직입니다. 어떨 때는 시민사회와 붙어서 이야기하면서 제도를 통과시키고, 어떨 때는 의사와 붙어서 관련 제도를 또 통과시키고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면서 마음대로 의료 관련 법안을 주무르는 겁니다. 여태 한 번도 시민과 의사가 연대해서 정부를 압박해본 적이 없습니다.

둘의 이해관계가 100% 같을 순 없지만, 요새 얘기되는 원격 의료와 같은 건 국민 이해관계와 의사 이해관계가 맞습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의사와 시민이 함께 연대해서 정부를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양구 : 비판할 건 비판하되, 연대와 소통을 통해 바꿔나갈 건 바꿔나가자?

▲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강주성 지음, 행복한책읽기 펴냄.) ⓒ행복한책읽기
강주성 :
네. 의사와 시민 환자의 소통이 여태 별로였어요. 그런데 해봐야 하거든요. 예컨대 이런 겁니다. 너희 만날 죽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개원의는 얼마나 벌어야 하는 겁니까. 이렇게 물어보는 거죠.

강양구 : 이런 데서 인식 차이가 큰 것 같아요. 보통 시민은 아무래도 의사를 볼 때 충분히 많이 버는 사람으로 볼 테고, 의사들은 그렇지 않게 생각하시고요.

강주성 : 개원의가 한 달에 순이익으로 500~700만 원 정도 벌면 문 닫아야 합니다. 그러면 다른 병원에 가서 월급 의사하는 게 더 많이 벌거든요. 자기가 병원을 차리고 직원을 둔다면 그보다 훨씬 많이 가져가야죠. 여기서 '훨씬'의 크기는 여러분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웃음)

그런데 이런 얘기를 서로 안 해본 거죠. 수가가 낮다고 하는데, 우리가 수가 올려줄 테니 비급여 진료 하지 마라, 이런 식으로 예를 들어 이야기해볼 수 있는 거죠.

강양구 : 어쨌든 그런 방향으로 새로운 운동을 해보려 하시는 거죠?

강주성 : 예. 페이스북에는 '정치적 임상 시험'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안 해본 걸 해볼 생각입니다.

김종배 : 새로운 시도 하시려면 건강 잘 챙기셔야겠어요. 이제 마무리 하죠. 강주성 선생님, 어려운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주성 :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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