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목소리가 좀더 커져야 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1/29] '대한민국 병원 사용설명서' 펴낸 강주성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일 년에 병원 몇 번이나 가십니까?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20명 가운데 한명이 하루에 한번 이상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주 가게 되는 병원이나 의료기관에서 진료비나 여러 가지 제도들 때문에 불쾌한 감정이 느껴질 때가 종종 있는데요. 의료관련 시민단체 대표가 환자입장에서 병원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파헤친 책을 펴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병원의 명의에 대한 소개나 질병들에 대한 건강정보, 환자들의 투병기에 대한 책은 수도 없이 많이 나왔지만, 의료기관 체계에 맞서 환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책은 처음인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대한민국 병원 사용설명서'를 출간한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를 초대해 우리가 잘 몰랐던 의료제도의 문제점과 그 진실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입니다. 강주성 대표는 서울 출생으로, 기업체 조직 컨설팅 컨설턴트로 일을 하다가 38살 때인 1999년 만성 골수성 백혈병 판정 받고 골수이식을 했습니다. 2001년부터 글리벡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약가 인하 싸움을 주도해 왔고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를 역임했습니다. 이후 모든 보건의료 문제에서 환자의 권리를 중심에 세우고자 2003년 건강세상네트워크를 만들어 현재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공단 이의신청위원회 위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강 대표는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환자들의 건강권을 위한 건강세상네트워크라는 시민단체를 마든 분으로 알고 있는데, 스스로가 백혈병을 앓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강주성 : 네. 99년도에 판정을 받고 골수이식을 해서 살아있긴 합니다. 많이 이제 망가졌고요

박인규 : 지금 완치는 되신 건가요?

강주성 : 네. 의학적으로 완치를 보통 한 5년으로 보는데 5년은 훨씬 지났고, 하지만 한쪽 눈은 잘 안 보이고. 그래도 뭐

박인규 : 투병과정이 상당히 힘드셨을 것 같아요.

강주성 : 모든 게 다 경험한 사람들만 아는 거죠. 다른 병들도 다 힘들지만 백혈병 같은 경우는, 모르겠습니다. 다른 분들보다 더 힘든 투병과정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박인규 : 백혈벙 걸리시기 전에는 컨설턴트셨는데 백혈병 걸리셔서 투병하는 과정에서 말하자면 환자들의 건강권을 위한 운동가가 되셨어요. 그 과정이 좀 궁금하기도 하네요.

강주성 : 저는 누이의 골수를 받고 이식을 했는데 운이 좋게 살아나는 과정에서 이 골수이식을 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었던 환자들이 복용해야 될 약이 나왔습니다. 굉장히 좋은 약이죠, 글리벡이라고 하는데 문제는 이게 한 달에 300만 원 정도. 1년에 3600만 원이고 3년만 먹어도 1억800인데 이걸 3년만 먹어서 되는 게 아니라 죽을 때까지 먹어야 되는 약이거든요. 못 먹지 않습니까. 이런 차원에서 약값을 내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약값인하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오게 된 겁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말하자면 글리벡 같은 경우는 유전유생이었군요. 돈 있으면 살고 돈 없으면 죽는

강주성 : 그렇죠. 예전에는 돈이 있든 없든 간에 사실 골수이식을 못하면 다 죽어서 어떻게 보면 공평했는데 약이 나온 이후에는 약값 때문에 죽어야 될 사람들이 생긴 겁니다.

박인규 : 그럼 글리벡 약값인하투쟁을 하셔서 얼마까지 낮추신 겁니까?

강주성 : 약값은 한 이삼천원 밖에 못 낮췄고요, 전체를 일단 보험적용을 다 시키고 본인부담금을 30%에서 20%로 떨어뜨리고, 또 그 약값의 10%는 제약회사로부터 다시 받고. 그래서 당시의 약값의 10%만 내는, 그래서 한 30만 원 정도만 내는 상황으로 만들어졌고 지금은 약을 전부 다 그냥 먹습니다. 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이 2년 전에 2005년도에 복지부의 암환자대책이 발표되면서 본인부담금을 20%에서 10%로 떨어뜨리고 그 10%를 내면 그걸 다시 제약회사로부터 받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이 없어졌습니다.

박인규 : 글리벡 약값 인하투쟁 때까지는 강대표 본인이 살기 위한, 본인을 위한 운동이었는데 그 뒤로 건강세상네트워크라는 시민단체를 만드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강주성 : 저는 병이 걸린 다음에 입원을 처음 해봤습니다. 그런데 가서 보니까 돈 없어서 죽는 사람들, 돈을 내도 환자의 권리가 정말 바닥인 상황, 그리고 약값을 결정하는 문제. 또 건강보험을 들긴 했는데 왜 사람들이 중한 질병에 걸려서 속된 말로 다 패가망신할까. 이런 것들을 많이 보면서 우리나라의 의료체계가 앞으로 어떻게 가야 되는지. 또 그 속에서 환자의 권리가 어떻게 세워져야 되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게 됐고, 이건 뭔가가 있어야 되겠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되겠다,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낸 책이 대한민국병원사용설명서. 병원도 사용설명서를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 같은데요, 환자의 건강권이란 말씀을 하셨어요. 저희가 최근에 당뇨병 관련해서 의사분을 모셨는데 건강이라는 게 개인책임이 아니냐고 말씀드렸더니, 그게 아니다 사회가 책임져야 될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말씀하셨는데, 환자의 건강권이라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강주성 : 지금까지는 병에 걸리면 그랬습니다. 너 담배 피우지, 너 술 먹지, 게다가 운동도 안 하지, 그러니까 병에 걸린 거야. 그리고 너 돈도 없지, 그럼 너는 죽어야 돼. 이거였습니다. 그래서 병에 걸리면 그 병의 모든 책임을 다 개인이 지고 또 가족이 다 합심해서 졌기 때문에 결국 환자가 죽고 나면 나중에 빚밖에 남는 게 없거든요. 그래서 환자들이 다 병에 걸리면 가정이 다 풍비박산 나는 겁니다. 이건 사회가 병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이 사회에서 질병에 걸릴 수 있는 너무나 많은 노출에 사람들이 있단 말이죠. 세계 최고의 공기오염도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담배를 안 피워도 폐암에 걸릴 확률은 얼마든지 있고, 각종 항생제 범벅이 된 식품들을 먹다 보면 병에 걸릴 일이 얼마든지 있는 거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질병관리를 전부 개인에게 떠넘기는 건 문제고, 오히려 지금의 전 세계적 추세는 질병이 개인이 걸리고 싶어서 걸리는 게 아니라면 사회에서 질병에 대한 모든 것을 케어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스템상으로. 그런 구조와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 일하고 있는 겁니다.

박인규 : 건강하게 살게 하기 위해서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도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많다.

강주성 : 건강도 권리다. 이런 얘깁니다.

박인규 : 저도 가끔 부모님 때문에 병원에 가보긴 합니다만, 가보면 괜히 의사들한테 주눅도 들고, 잘 모르니까. 그런 게 많이 있는데, 지금 이번에 나온 대한민국병원사용설명서를 보면 슈퍼마켓에 가면 뭘 샀는지 다 알지만 진료비에 관해서는 그냥 대충 나온대로 지불하는 게 보통 아닙니까?

강주성 : 그렇죠. 내라면 내고 오는 것이 환자의 도리라고 봤죠 지금까지는. 그래서 천만 원을 내든 1억원을 내든 영수증을 딱 하나 받아옵니다. 무엇이 어떻게 해서 천만 원이 되고 1억이 됐는지 환자는 알 길이 없죠. 사실 세부내역을 준다고 해도 봐도 환자는 사실 모릅니다. 이게 의료가 갖고 있는 특성이고요. 이렇게 정보가 일방적으로 의료공급자들에게 독점돼 있기 때문에 돈을 내는 환자들, 국민들이 돈을 냄에도 불구하고 권리가 바닥에 있는 겁니다. 전 섹계적으로 공통입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실제로 적지 않은 몇백, 몇십만 원의 진료비를 냈을 경우 내 진료비가 어디에 쓰였는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강주성 : 그렇죠. 있습니다. 의료급여법이나 건강보험법에는 진료비에 대한 심사를 할 수 있도록 명문화돼 있거든요. 그래서 영수증과 신청서 한 장만 있으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진료비가 적정한지 적정하지 않은지에 대한 심사를 하고 만약 더 내셨다고 한다면 환불받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해주고 있습니다.

박인규 : 실제로 그렇게 확인을 해서 환불받은 사례가 많이 있나요?

강주성 : 그럼요. 굉장히 많습니다. 최근에 여의도에 있는 모 병원에서 부당청구가 28억3천만 원이 나왔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박인규 : 연간입니까?

강주성 : 6개월입니다. 이것이 촉발된 사건도 한국백혈병환우회에 있는 환자 백여 명이 진료비에 대한 적정심사요청을 넣어서 이뤄진 결과입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자기가 좀 너무 진료비가 많은 것 같다면 일단 한 번 이의신청을 해봐야겠네요

강주성 : 그렇죠. 그리고 입원하시고 나오시는 분들은 돈을 목돈을 주고 나오시는 거기 때문에 영수증을 필히 갖고 계셔야 되고. 가급적이면 진표비세부내역서도 떼어 달라고 해서 진료비가 적정하게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를 심사청구할 수 있는 건 이미 명문화된 환자의 권리거든요. 그걸 행사하셔야만 실제 이러한 법이 유의미하고요, 또 이렇게 행사하셔야만 불법,부당청구와 같은 반복적인 행태를 근절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일단 진료비를 내면서 세부내역서라는 걸 받아야 되는군요.

강주성 : 네. 그건 의료법상 환자가 요구하면 병원이 발행해주게끔 돼 있습니다.

박인규 : 지금 불법, 부당징수, 과당징수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실제로 병원에서 그렇게 불법,부당징수하는 대표적인 항목 같은 게 있습니까?

▲ ⓒ프레시안

강주성 :
가장 일반적인 것이 3차병원에 가시게 되면 소위 선택진료비라는 것이 있습니다, 보통 특진이라고 알고 계시는데 이게 1963년도부터 시작된 제도고요. 2000년 8월부터 의약분업 당시 법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게 맨 처음 입원하시거나 외래에 가시게 되면 해당 과의 의사 한 분을 선택하게 되고 이때 선택진료신청서를 쓰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의사 한 분만 진료를 보시는 게 아니거든요. 진단방사선 가서 CT 찍어야지 MRI 찍어야지, 임상병리학과 가서 혈액검사도 해야지, 수술할 땐 마취과 의사가 오셔서 마취도 해야지요. 문제는 뭐냐면 제가 선택한 해당의사에게만 선택진료비가 붙는 게 아니라 다른 모든 과, 각종 검사에도 선택진료비가 자동으로 붙는다는 겁니다. 이것이 합법이 되려면 해당과에서도 다 선택진료비신청서를 써야 되는데 문제는 처음 입원할 때 한 장만 쓰고 모든 걸 다 자동으로 받거든요. 이건 전부 다 불법입니다.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것 같이 진료비심사청구를 하시게 되면 전부 다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겁니다.

박인규 : 환자가 선택을 안 했는데 선택했다고 치고 더 받는 거군요

강주성 : 네. 이건 오히려 환자들 모르게 속이는 겁니다.

박인규 : 비급여라는 건 뭡니까?

강주성 : 보험이 안 되는 항목도 있습니다. 그래서 영수증항목 모시면 급여, 비급여로 표시가 돼 있는데 급여는 보험이 되는 항복, 비급여는 보험이 되지 않는 항목. 그러니까 방금 말씀드린 선택진료비도 비급여항목이고 100% 내셔야 됩니다. 그리고 1인실, 2인실, 이렇게 상급병실료도 마찬가지로 100% 내셔야 됩니다. 이렇게 보험이 안 되는 것들이 아직까지 워낙 많기 때문에 건강보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보험을 많이 적용해 준다고 하더라도 보험이 안 되는 항목들이 많아서 실제로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이 굉장히 큰 겁니다.

박인규 : 이번에 나온 책을 보니까 병원에서 약처방전을 줄 때 원래 두 장을 줘야 되는데 한 장만 준다고 말씀하셨어요.

강주성 : 중소병원이나 큰 병원 가시게 되면 처방전이 자동으로 발급되거든요. 그때는 두 장이 발급됩니다 보통. 그런데 문제는, 한 장만 주는 데는 다 1차, 동네의원들입니다. 그런데 의료법상에서는 처방전을 두 장 떼어주게 돼 있거든요. 한 장은 약국에 갖다주고 한 장은 보관하게 돼 있는데, 이게 환자의 알 권리를 위해서 그렇스습니다. 환자가 약을 먹고 부작용이 생겼다거나 특정 상황이 발생했을 때 환자가 약봉지만 있지 어떤 약인지 모르지 않습니까.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한 장의 처방전을 보관하게끔 돼 있고, 실제 우리가 내는 전체 금액 중에서 약 50원 정도가 한 장을 더 떼어주게 책정돼 있습니다.

박인규 : 1차 의료원에서 한 장을 더 안 떼어주는 이유는 뭡니까?

강주성 : 여러 가지 이유인데요, 실제 이 안에는 환자들이 먹는 각종 약물정보가 다 들어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약물정보는 결국에, 제 생각에는 그 의사가 해당 질병에 대한 의학적 수준을 또 다시 반영하는 겁니다. 그랬을 때 최근에 항생제 처방하지 말아라, 주사제 처방하지 말아라, 제왕절개를 공개하겠다, 이런 여러 가지 것들이 실제 환자의 알 권리를 위해서 환자에게 좋은 것인데 이런 것들이 환자들의 알 권리가 사회적으로 커진다는 건 실제 의사들의 지금까지 역할들, 자리들이 그만큼 줄어든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자신의 처방이 드러나는 걸 원치 않는다.
병원에 가서 의료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많은 분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의사와 싸워봐야 이길 수 있겠느냐, 그래서 포기하시는 분도 있는 것 같고. 이런 때는 어떻게 해야 됩니까?

강주성 : 이게 참 갑갑한 얘깁니다. 이번 국회에서도 의료사고피해자구제법이 발의가 되고 그에 대한 심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또 무산될 것 같습니다. 지금 의료사고피해자구제법이 20년간 국회에 있는데 여전히 안 되고 있습니다. 이 핵심은 뭐냐면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이걸 법정에서 자신이 의료사고라는 걸 환자가 증명해야 됩니다. 그런데 비전문가인 환자가 의학적인 의료사고의 상황을 증명해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설령 의사의 도움을 요청한다 하더라도 또 의사들이 해당 의사에 대한 진료행위에 대해서 소견을 얘기하는 것이 소위 동업자 그룹에서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환자와 보호자는 의료사고를 당하게 되면 거의 소송까지 갔다면 지금까지는 거의 백전백패였다고 보는데, 최근에는 한 2, 30% 선으로 올라갔습니다. 재판부에서 이걸 누가 증명해야 되냐, 전문가인 의사가 증명하는 게 맞지 않느냐. 의료사고가 아니라고 증명하는 게 맞지 않느냐. 이러한 것 때문에 승소율이 좀 올라갔다고 보긴 하지만 여전히 의료사고가 나면 환자들은 질 수 있는 확률이 너무 큽니다.

박인규 : 일단 의료사고피해자구제법이라는 게 통과돼야겠군요.
이번 책을 보면 의사 분들께서 일부러 속인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하여튼 의사들이 좀 알게 모르게 환자들한테 불친절한 부분을 많이 지적하셨어요. 사실은 의사나 간호사 분들은 환자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데 너무 의도적으로 나쁘게 그린 거 아니냐는 평가도 있는 것 같은데

강주성 : 그런데 개인적인 것과 집단적인 것은 다르죠. 저도 개인적으로 의사 분들 굉장히 많이 알고 있는데 정말 좋습니다. 그리고 환자들 생각하시는 분들 많죠. 그런데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의사 전체, 병원 전체로 보게 되면 양상이 달라집니다.

박인규 : 의사 개개인은 다 좋은 분들도 많지만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강주성 : 그렇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 같이 선택진료비가, 규정을... 그것이 의미있는 제도냐 무의미한 제도냐 이전에 이미 규정을 어기고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거거든요. 이런 문제들이 벌써 3,4,5년 문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나 병원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 비판적인 생각들이 거의 안 나온다는 겁니다. 의료사고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종 불법행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내부의 자정노력도 별로 없고, 이런 것들은 의사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 집단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문화나 의식수준, 아니면 일정한 구조적 결함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개개인의 의사가 문제가 아니라 의료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그걸 고쳐나가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될까요?

강주성 : 일단 의료전달체계문제 또는 진료비지불제도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령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진료비 지불방식이 행위별 수가제입니다. 이것은 약제 하나하나, 행위 하나하나, 치료재료 하나하나 모든 것에 다 가격이 붙어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진료양을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소위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검사를 한 번 할 걸 두 번 하게 되고, 병원에 한 번 와도 될 걸 두 번 오게 하고, 이렇게 되면 매출이 두 배 늘어나는 거거든요.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없애려면 외국과 같이 포괄수가제나 총액계약제, 이런 방식으로 지불방식을 변경해야 됩니다.

박인규 : 포괄수가제라면 이 병이 낫게 되기까지 대략 얼마가 들 것 같다. 이런 건가요

강주성 : 그렇죠. 가령 맹장수술이라면 맹장은 만약 1원부터 100원까지 있는데 한 60원 정도 해서 사람 한 명당 3일을 입원하든 5일을 입원하든 60원이다, 이런 식으로 포괄적으로 수가를 매겨서

박인규 : 그렇게 하면 불필요한 진료를 안 하겠네요

강주성 : 그렇게 되죠. 그렇다고 해서 의료의 질이 떨어지냐. 외국의 연구나 국내에 최근에 5년 이상 시범실시를 했거든요. 그런데 진료의 질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건강보험 얘기를 좀 해보죠. 요즘 민간건강보험이 굉장히 많이 늘었어요. 매달 몇 만 원만 내시면 몇 억을 드리고 이런 게 많은데, 일각에선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너무 수가가 낮아서 제대로 혜택을 못 본다. 그래서 건강보험을 들면 혜택도 보고 오히려 실속있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민간건강보험이 자꾸만 확대되는 추세 어떻게 보십니까?

▲ ⓒ프레시안

강주성 :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일단 낮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겠죠. 건강보험을 들었다 하더라도 저 같이 큰 질병에 걸리면 큰 돈 들어간다 싶으니까 그런 불안감 때문에 한 개도 아니고 두세 개씩 드는 겁니다. 그런데 이건 전적으로 정부 잘못입니다. 왜냐면 각종 암보험 들지 않으셨습니까? 박대표님도 드셨어요

박인규 : 저도 하나 든 게 있습니다.

강주성 : 박대표님 지금 연세로 보면 한 아무리 싸도 5,6만 원 내셔야 될 텐데. 그런데 이걸 만약 건강보험체계 내에서 해결하자. 암을. 그러면 국민 1인당 한 달에 약 2000원 정도 내시면 됩니다. 그러면 4인 가족 기준으로 8000원, 만 원 미만의 돈을 내시면 건강보험체계 내에서 암을 돈 한 푼 받지 않고 무상진료도 가능합니다.

박인규 : 추가로 2000원 더 내면 된다.

강주성 :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이걸 안 하냐, 왜 많은 국민들이 이걸 하지 않고 수십만 원씩 내는 민영보험을 드냐. 국가가 앞으로 의료보험시스템을 앞으로 어떻게 꾸려가겠다는 것에 대한 전망을 국민들에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설령 그렇게 또 만약에 제시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민영보험회사의 암보험상품이 다 없어지겠죠. 이건 국가권력이 현재 민영보험인 금융자본의 이해와 요구를 넘어서야 됩니다.

박인규 : 그렇지만 2000원을 올린다고 하면 작지 않다고 상당히 저항도 많을 것 같은데

강주성 : 그런데 문제는 뭐냐면, 이미 많은 돈을 보장받기 위해서 그렇게 질병을 보장받기 위해서 각종 암보험, 종신보험, 무슨 보험 무슨 보험 해서 굉장히 많이 내고 있거든요. 이 내는 비용은 건강보험보다 몇 배 더 많습니다. 이건 굉장히, 너무 소모적인 일입니다.

박인규 : 모든 국민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내면 더 나은 보장성이 되는데 안 되는 측면이 있다.

강주성 : 거기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보험료는 오르는데 오히려 보장성은 후퇴하든가, 보장성은 답보상태에 있으니까 보험료를 내는 것에 대해서, 이것을 내가 왜 내야 되는지에 대해서 의미가 피부로 와닿지 않는 겁니다.

박인규 : 일각에선 감기 같은 별로 중하지 않은 병에 대한 지출이 많아서 중병에 대한 지출이 줄어든다. 이렇게 주장하시는 분도 있는 것 같은데요?

강주성 : 참 그 이야기는 저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감기를 보장해 주지 않고 경증질환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지금 있는 수가체계에서도, 지금 의원에 가시면 만이삼천원, 또 약국에 가시면 만이삼천원 해서 안 25000원 이상을 내시게 될 텐데, 이게 4인가족 기준으로 하게 되면 감기 한 번 걸려서 한 번씩만 가셔도 10만 원 이상 내셔야 됩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거든요. 그럼 돈 없으신 분들, 저소득층 환자 분들은 사실 의료이용을 점점 더 못하게 되는 결과가 생깁니다.

박인규 : 강대표가 보시기에는 정부가 국민에 대해서 앞으로의 비전을 설명하면서 부담을 조금만 늘리면 더 많은 보장을 받을 수 있다.

강주성 : 그렇죠. 정부가 투자하는 비율이 너무 없습니다. 오히려 국민들의 건강문제를 위해서 정부가 국가조세에서 투자를 해야 되는데 투자비용이 너무 없죠.

박인규 : 한미FTA가 굉장히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외국의 좋다는 약, 글리벡도 말씀하셨지만 그것과 관련해서 상당히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한미FTA가 된다면 어떤 변화가 예상됩니까?

강주성 : 핵심적으로 일단 약값의 부담입니다.

박인규 : 올라갈 것이다

강주성 : 당연히 올라가겠죠. 올라가지 않으면 굳이 이런 협상을 할 필요가 없는 거구요. 제가 서두에 말씀드린 것 같이 글리벡 약값이 초기에 한 달에 300만 원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 약도 내성이 생긴 환자들이 10% 정도 생겨났거든요. 이런 분들이 먹는 약이 또 나왔는데 이건 한 달에 400에서 450. 이렇게 되거든요. 건강보험을 적용한다고 해도 40에서 45만 원을 내야 됩니다. 매달. 이거만 내는 게 아니라 다른게 또 많습니다. 그랬을 때 이 약값을 FTA 이후에 우리나라 의료체계 내에서 700개의 제약회사가 있지만 거의 650개 이상은 R&D능력도 없는 회사들이 태반입니다. 복제약이죠 일종의 카피약... 이런 카피약들이 이후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냐, 이게 굉장히 쉽지 않은 겁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강대표는 한미FTA에 반대하시는 거네요

강주성 : 그렇죠. 전 반대죠. 환자 입장에서는 약값 부담을 얼마나 감당해야 될지 저 개인도 그렇고 또 국민 전체가 어느 정도 약값을 감당해야 될지 가늠이 안 됩니다.

박인규 : 약국을 잘 골라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건 어떤 의미입니까?

강주성 : 처방전을 가져가서 약만 타오시는 게 보통인데, 실제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에는 복약지도료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약값도 있지만. 이건 뭐냐면 복약지도를 해야 되는 거거든요. 이 약은 어떨 때 드시고 식후 몇 분에 드십시오. 어떤 약과 어떤 약은 같이 드시지 마십시오. 이 약을 드실 땐 어떤 음식을 드시지 마시고 부작용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하십시오. 이런 얘길 해주셔야 되는데 이런 걸 해주라고 국민들이 복약지도료를 냅니다. 그런데 이런 지도를 해주시는 약국들이 있긴 하지만 많이 없죠. 그런 복약지도 같은 거 받으신 적 있으세요?

박인규 : 별로 받은 기억이 없는데요

강주성 : 오히려 안 가시는 게 더 좋은 건데요, 가셨다 하더라도 그런 약국이 발견되면 그런 약국을 단골약국으로 삼아서 가시는 게 훨씬 좋습니다.

박인규 : 많은 분들이, 그런 설명 필요 없어요. 그런 분들도 많이 계시지 않나요?

강주성 : 참 그게 이율배반적인데, 그러한 일이, 어떤 부작용이나 어떤 특정한 상황이 자기한테는 안 올 거라고 생각하시면서도 보험은 또 다 들고 계십니다. 보험은 만에 하나, 십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드는 건데, 안 물어보시거든요. 관심 없으시단 말입니다. 이건 정부나 건강보험공단이나 의료기관이 환자와 국민들에게 교육을 안 하시는 겁니다. 처방전을 어떻게 사용하셔야 되는지 또는 복약지도를 어떻게 받으셔야 되는지 교육을 안 하시는 겁니다.

박인규 : 보험을 드는 것보다 자기가 당했을 때 구체적으로 위험사항들을 미리 알아두는 게 중요하다. 이제 사실은 환자들의 건강권을 위한 운동은 이제 시작이 됐다고 보여지는데요, 앞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권 보호와 관련해서 의료제도가 어떻게 바뀌어가야 되는지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마무리말씀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주성 : 저는 제가 환자 권리를 중심으로 해서 이렇게 얘기하고 있지만, 저는 공급과 소비의 관계가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적대적 관계가 아닙니다. 병이 있는 한 환자와 의사는 언제든 함께해야 되고 병원을 중심으로 해서 함께 투병하고 함께 싸워나가는 동지이자 동료, 친구,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이런 걸 하기 위해서는, 지금 상황에서 환자와 국민들의 목소리가 너무 작습니다. 단지 적대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목소리를 키우자는 게 아니라 수평을 유지하고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국민과 환자들의 목소리가 좀 더 조직화되고 집단화되고 또 사회에 더 크게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의 권리를 위해서 앞으로도 더 알려나가고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일해나갈 작정입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이런 시민단체가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시민과 국민들이 참여하시고 후원해 주시고. 그걸 바탕으로 해서 저희가 온전히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온 국민들이 건강하게 살 권리를 누리게 하기 위해서 계속 좀 노력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강주성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대한민국 병원 사용설명서'를 출간한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를 초대해 우리가 잘 몰랐던 의료제도의 문제점과 그 진실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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