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문제인가, 병원이 문제인가?'…논란 확산

의료재정 악화 '책임' 공방…복지부는 '병원 편'?

일부 병ㆍ의원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비를 부당하게 청구해 왔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악화의 주원인을 따지는 논란이 <프레시안>과 일부 방송에서 전개되는 과정에서 제기된 부산물로서, 병ㆍ의원이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치료를 해 놓고는 마치 적용이 안 되는 것처럼 처리해서 환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고질적인 행태와 관련된 것이다.

이와 관련된, 정책당국-병ㆍ의원-시민단체 간의 향후 대응이 관심을 모은다.

강주성 대표 "입원환자 80~90%는 부당청구에 피해"

논란의 시작은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가 지난 17일 <프레시안>에 보낸 기고("유시민 장관, 당신의 기회주의가 슬픕니다")에서 비롯됐다. 강 대표는 <프레시안> 기고에 이어 18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병ㆍ의원의 부당청구 문제를 제기했다.

강주성 대표는 "병ㆍ의원의 부당청구 문제가 심각한 상태"라며 "입원환자의 80~90%는 보험 적용이 되는 치료를 받고서도 (병ㆍ의원의 부당청구로)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줄 알고 직접 돈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주성 대표는 "특히 의료급여 환자들의 경우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신고를 하지 않고 의료비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직접 보조를 받고 있어서 이런 부당청구가 더욱 더 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현재 의료재정 악화는 이런 병ㆍ의원의 부당청구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덧붙였다.

현재 건강세상네트워크는 100여 건의 사례를 수집했고, 그 중 일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해 부당청구로 환자가 부담한 비용을 되돌려 받기도 했다. 강 대표는 "최근에 4000만 원 정도의 진료비가 나온 환자 중에 부당청구 금액이 약 2500만 원 정도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실상을 전했다.

병원업계 "환자 위해 어쩔 수 없어…복지부 진료기준이 문제"

이런 강주성 대표의 고발에 대해 병원업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19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인터뷰를 자청한 의사 박정하 씨는 "의사의 얌심에 따라 환자 치료를 위해 진료기준을 초과하는 줄 알면서도 불가피하게 치료를 더 할 때가 있다"며 "강 대표는 이것을 부당청구라고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백혈병에 걸렸던) 강주성 대표도 건강보험의 진료기준에 따라 충실히 치료를 받았더라면 십중팔구 생명을 잃었을 것"이라며 "현재 건강보험의 진료기준이 최상의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최소한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사의 진료권을 박탈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박 씨는 "강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차후에 의사의 명예 훼손에 대한 부분은 따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에서는 보험 적용이 되는 항생제의 사용 횟수 등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강주성 대표 "의학계의 임상지표에 따른 합리적인 기준"

예를 들어 암에 걸린 한 환자에게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항생제 사용 횟수가 8번으로 제한돼 있다면 9번째 항생제 사용부터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부 병ㆍ의원에서는 항생제 투여와 같은 치료를 할 때 아예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것처럼 청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규정은 약물 오ㆍ남용을 막기 위한 것으로 국내만의 특수성이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도 도입돼 있다. 특히 사보험이 득세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는 국내보다 훨씬 더 기준이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규정은 임상시험을 통해서 연구진에 의해 확립된 임상지표에 근거한 것이다.

강주성 대표는 "이 진료기준은 전문가의 임상지표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예외적인 경우는 거의 없다"며 "더구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불가피하게 추가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신고ㆍ심사 과정을 거쳐 정당하게 청구를 할 수 있는 제도도 이미 마련돼 있다"고 박 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복지부 "부당청구 재정악화 원인 아니다…환자 남용이 문제"

한편 이런 공방에 대해서 보건복지부 이상석 사회복지정책본부장은 20일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일단 박 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진료기준은 환자를 보호하고 한정된 재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석 본부장은 "진료기준도 임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의학계 전문가가 참여해서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만든다"며 "물론 최근에 의료기술이 크게 발달하면서 일부 기준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있지만 그것은 아주 극소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본부장은 의료재정의 악화를 초래하는 주원인이 수급권자, 즉 환자에게 있다는 유시민 장관의 주장을 한 번 더 반복했다. 그는 "(일부 병ㆍ의원의 부당 청구가) 재정악화를 초래하는 근본적 문제는 아니다"며 "현재 일부분이 무상의료로 제공되면서 (환자가) 비용 의식이 없어서 남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국민 혈세가 어려운 사람의 건강 수준을 향상되는 데 쓰여야지 낭비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더욱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ㆍ의원의 경우에도 부당청구에 대해서 철저한 조사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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