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인사 단행…安 탈당 후 구도 재편?

文 사퇴 요구하던 중진그룹·민평련 돌아서…"이혼했으면 보란듯 잘살아야"

안철수 의원이 탈당한 후,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 그룹이 총선 준비 작업을 진행하며 주도권을 잡아 나가는 모양새다. 문 대표의 핵심 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물갈이' 신호탄을 쏘아올렸고, 이어 총선 관련 주요 당직 인선이 이뤄졌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18일 비공개 최고위원회 회의 후 브리핑에서 전략공천 관리위원회 위원장에 김성곤 의원, 공직선거 후보자 검증위원회 위원장에 백재현 의원, 자격심사 이의신청 처리위원장 인재근 의원, 비례대표 선출규정 TF팀장에 홍익표 의원이 인선됐다고 밝혔다. 문 대표 퇴진을 주장하며 당직을 사퇴한 최재천 정책위의장의 후임에는 이목희 의원이 임명됐다.

이 가운데 김성곤 의원은 전남 여수가 지역구인 4선 중진으로, 지난달 말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었다. 특히 김 의원은 지난주까지 문 대표와 안철수 의원 간 내분이 심각한 상황이었을 때, 문 대표 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주장했던 중진 의원들 가운데 하나였다.

새로 당직을 맡게 된 이목희 신임 정책위의장과 인재근 의원은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을 따르는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으로, 인 의원은 김 전 의원의 부인이다. 민평련 역시 안 의원의 탈당 전, 사태 수습을 위해 문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데 일정한 공감을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재현 의원도 문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문재인·안철수 공동 비대위원장' 체제로 가야 한다는 제안을 냈던 수도권 의원 30여 명 가운데 하나다.

즉 안 의원의 탈당 이전에는 당 내의 많은 의원들이 사태 수습을 위해 문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했지만, 그들 가운데 다수가 마음을 돌리고 문 대표가 임명하는 당직을 받기로 한 셈이 됐다.

김성곤 의원과 함께 문 대표 사퇴를 제안했던 중진 의원들 가운데 하나인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 나와 "(안 의원의) 탈당은 정도를 벗어난 것"이라며 "부부가 이혼할 때까지는 부부싸움을 말리지만, 일단 이혼하면 가족을 잘 다독이고 화합해서 보란 듯이 잘 살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김한길 전 대표와 가까운 '구당모임(구 민집모)' 소속 의원들과, 호남 비주류 일부에서는 여전히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구당모임 간사인 노웅래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의원의 탈당이라는) 파국을 맞기 전에는 밀려난다, 쫓겨난다(는 것처럼 돼서) 부담이고 모양새가 나쁘게, 불명예스럽게 보였겠지만, 지금은 안 의원이 밀려난 상태 아니냐"며 "지금 시점이라면 이제는 죽을 각오로 내려놓을 수 있는 이런 결기를 보여주셔야 총선 승리(할 수 있다)"고 문 대표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대전이 지역구인 비주류 이상민 의원도 평화방송(PBC) 라디오에 나와 "문 대표가 갖고 있는 장점도 있지만 여러 탈당 사태도 일어나고 있고 상당 부분 반(反)문재인 정서가 깔려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문 대표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도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문 대표 사퇴를 주장했다. 이 의원은 "무조건 당 대표를 고수하겠다,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명분으로 혁신을 본인만 하겠다는 것은 진리를 독점하고 모든 것을 혼자만 할 수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과 다를 바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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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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