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직권상정 건의문 전달…정의화 '버럭'

친박, 정의화 거듭 압박…鄭, 자리 박차고 나가

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오전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직권상정은 못 한다'고 했으나(☞관련 기사 : 정의화, 직권상정 거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직권상정 해 달라'며 같은날 오후 의장실을 찾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경제 관련 법안 처리를 압박하는 가운데, 친박계 원내지도부가 몸이 단 형국이다. 그러나 이날 면담은 불과 몇 분만에 끝났다. 정 의장이 버럭 화를 내며 의장실을 나가 버린 것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정훈 정책위의장,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와 원내대변인단은 이날 오후 2시 50분께 국회 본청 3층에 위치한 의장실로 들어갔다. 김용남 원내대변인의 손에는 '경제활성화법 등 주요 법안 심사기일 촉구 결의문'이라는 표지가 붙은 서류 봉투가 들려 있었다. 이미 여러 차례 직·간접적으로 '직권상정 못 한다. 여야가 합의해서 오라'는 뜻을 밝힌 정 의장에 대한 공개 압박이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16일 오후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법안 직권상정을 요청하기 위해 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남 원내대변인,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문정림 원내대변인.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들보다 약 1~2분 늦게 도착했다. ⓒ연합뉴스


앞서 새누리당은 오전 의원총회에서 당 소속 의원들의 명의로 정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문건을 작성해 전달하기로 했다. 원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의장이 어떻게 판단하든 우리는 계속 (직권상정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했고, 조 수석부대표 역시 "직권상정 요구서를 우리 당 의원들의 이름으로 전달할 것"이라며 "(의총에서) 추인이 됐다"고 전했다.

면담은 비공개로 시작됐고, 닫힌 의장실 문 밖에서는 취재진들이 늘어서서 결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기자들이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10분도 되지 않아 안에서 고성이 들리더니 정 의장이 방 밖으로 나온 것. 정 의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잡더니 내려가 버렸다.

정 의장을 따라나온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건의문을 드리니까 '직권상정 요건이 안 되지 않느냐'고 얘기하며 화를 내고 나가셨다"며 "내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나가셨다"고 말했다. 의장실을 방문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 가운데 김 의장의 서열은 원유철 원내대표 바로 다음이다. 이로 미루어 보면, 정 의장은 원 원내대표가 얘기하던 중에 화를 내며 의장실을 나간 것으로 보인다.

원 원내대표는 '정 의장과의 대화 내용을 소개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멋쩍게 웃기만 할 뿐 답을 하지 않았다. '정 의장이 어느 대목에서 화를 냈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어느 순간이라고 말씀드리기 곤혹스럽다"고만 했다.

국회 사무처 고위 관계자는 "되지 않을 일을 의장에게 떠미는 형국이 돼서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이라며, 정 의장이 '나는 반대한 국회선진화법을 친박계에서는 찬성해 놓고, 정작 내가 그 선진화법에 따라 안건을 처리하겠다고 하니 그게 잘못이라고 나를 압박한다'는 취지로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기자들을 몰고 와서 의장을 압박하는 정치적인 그런 것(제스처) 아니냐"며 불쾌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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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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