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文 사퇴" 요구 '당내 투쟁' 가닥

금태섭 등 당내 신진들은 '文만 빼고 다 바꿔야'

안철수 의원 탈당 후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이 어떻게 정리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비주류의 좌장 역할을 해온 김한길 전 대표가 '당내 잔류 후 투쟁'으로 가닥을 잡은 듯 보인다. 이에 따라 안 의원의 탈당 후 '동조 탈당'의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김 전 대표 등이 당 내에서 여전히 문 대표 사퇴를 지속 요구할 경우 현 지도부는 계속 흔들릴 수 있다.

김 전 대표는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여전히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야권 통합'이 답"이라며 "야권 통합을 위해서는 패권 정치가 청산돼야 한다.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배타적 대결주의 정치가 통합을 저해하고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패권', '배타적 대결주의'라는 말로 비난하고 있는 것이 문재인 대표임은 명확하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3일 "야권 통합을 위해 어렵게 불러온 안철수 의원을 막무가내 패권 정치가 기어코 내몰고 말았다"고 한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이제 오늘의 야권 분열에 책임있는 이들은 과감하게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대의를 위한 지도자의 자기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문 대표의 사퇴를 재차 촉구하는 한편 "야권 통합이 이제는 늦었다고, 이제는 틀렸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총선 전 재통합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우선 총선부터 승리해야 한다"며 "총선에서 야권이 쫄딱 망해 봐야 정신 차리고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은 무책임한 말이다. 우리는 무조건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했다. 안 의원과 가까운 한상진 서울대 교수가 지난 5일 <동아일보> 칼럼에서 "어차피 내년 총선은 틀린 것이고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제1야당을 일단 무너뜨려야 한다는 가치판단"을 언급한 것을 상기시킨다.

김 전 대표는 "우리 당은 어떤 비용을 지불할지라도 야권의 대통합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고, 또 실현해 내야 한다"면서 특히 "성가신 사람이 사라졌으니 이제 우리끼리 뚜벅뚜벅 가면 된다고 한다면 그 길은 패배의 길이요, 죄인의 길"이라고 문 대표를 재차 겨냥했다. 문 대표가 현 지도부를 중심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즉 이 글에 나타난 김 전 대표의 주장을 정리하면 △총선 승리를 위해 총선 이전에 야권이 다시 통합돼야 하며, △문 대표는 통합의 걸림돌이니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과거 DJP 연합과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민주당-안철수 세력 통합 등의 정치 이력을 가진 자신이 통합을 이룰 적임자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날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 전 대표와 가까운 주승용 전 최고위원도 "(김 전 대표는) 안 나가요"라고 했다고 한다.

다만 김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거취와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을 내린 게 아니다. 고민 중"이라며 아직 탈당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당 안에서, 안 의원은 당 밖에서 문 대표에 맞서며 보조를 맞추겠다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는 데 대해 이 관계자는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김 전 대표의 움직임이 주목받는 것은, 현재 '구당모임'의 전신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의원들이 대부분 김한길계로 분류되기 때문. 김동철·김영환·노웅래·문병호·신학용·안민석·오제세·유성엽·이언주·이종걸·정성호·주승용·최원식·황주홍 의원 등이 민집모 멤버다.

이에 따라 안 의원의 탈당에 보조를 맞춰 당을 나갈 이들은 이미 공개리에 탈당 의사를 밝힌 문병호·유성엽·황주홍 의원 3명과 "야당에까지 만연한 마피아 시스템을 청산하고 새 정치의 기틀이 서는 데 보탬이 되겠다"는 입장을 밝힌 김근·오홍근·이용경·정연호·표철수 전 최고위원 등 소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전날 있었던 호남 의원들의 만찬 회동에서도 김성곤·박지원·주승용 의원 등 19명이 참석했지만 탈당 의사를 밝힌 이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원외 신진들 '문재인 빼고 다 바꿔야'…쇄신 인사, 중진 불출마 등 주장

이런 가운데 당 내외 신진 인사들을 중심으로, 문 대표가 물러나는 대신 당의 주류 그룹과 중진 인사들을 대상으로 쇄신 작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순성 전 민주정책연구원장, 금태섭·박용진 전 대변인, 강희용·허영 부대변인, 정기남 원내대표 특보, 서양호 전 청와대 행정관,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권오중 전 서울시 정무수석,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김경진·민병덕·이상갑·이헌욱 변호사, 이범재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공동대표 등은 이날 문 대표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쇄신 당직인사 단행으로 당의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더 이상의 분열은 분명한 참패를 가져올 뿐"이라며 "갈등을 추스르고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신뢰를 받는 인사들을 당직에 임명해서 지도부의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단합을 저해하는 일부 주류 당직자들은 2선으로 후퇴시켜야 한다"며 "특히 이번 사태를 기다렸다는 듯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언사를 일삼는 행태에 대해서는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문 대표의 참모 가운데 강경파로 불리는 최재성 총무본부장,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 등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또 "새정치연합이 살아남기 위해서 '물갈이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모든 사람이 동의하지만, 그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힘 있는 쪽의 희생이 있어야 한다"며 "소위 '주류' 혹은 다수를 구성하는 세력부터 솔선하지 않는 이상, 혁신은 지저분한 계파 싸움으로 변질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문 대표를 향해 "이미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한 분들의 불출마를 다시 얘기하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당의 지도부를 맡았던 분들, 그리고 지난 총선과 대선을 지휘했던 인사들이 이제는 뒤로 물러나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헌신할 때 진정한 혁신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12년 총·대선 당시의 지휘부는 각각 한명숙 대표와 이해찬 대표였고,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을 맡았던 이들 가운데는 윤호중 의원, 임종석 전 의원 등 소위 '친노' 또는 486 그룹에 속하는 이들이 다수다.

이들은 "어려운 시기에 야당을 이끌어 오신 분들에게 책임을 추궁해 달라는 게 아니라,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 분들이 가장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표로서 지도력을 발휘해 달라는 것"이라며 "자기 편에게 먼저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바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리더십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주류, 비주류를 불문하고 중진들의 결단을 다시 한 번 간곡히 호소한다"며 "어려운 시절에 모든 것을 바쳐서 당을 이끌던 그 마음으로, 당원과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희생의 모습을 보여 달라"며 사실상 중진들의 자진 불출마 선언을 통해 '물갈이'의 길을 터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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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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