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합의문.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은수미 "노사정 합의문은 재앙 모음집"

쉬운 해고, 비정규직 확대,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 등을 뼈대로 하는 '노사정 합의문'을 두고 야당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노동자들의 희생은 명시했지만, 대기업과 정부의 책임은 모호하고 선언적인 문구에 그친 탓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은수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사정 합의문을 본 소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며 "재앙을 재앙이 아닌 것처럼, 악마를 악마가 아닌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디테일한 방식에 혀를 내두른다"고 말했다.

은 의원은 "우선 상위 1%, 재벌 대기업의 의무는 모두 '노력한다'로 대체해 면죄부를 줬다"며 "재벌 대기업이 '노력한다'는 것은 '안 한다'의 다른 말이란 게 문화적 경험"이라고 꼬집었다.

노사정 합의 문구를 보면, 기업들에는 "청년 고용을 확대하도록 '노력한다'",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하도록 '노력한다'", "일터 문화를 일·가정 양립형으로 전환하는데 함께 '노력한다'", "해고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라고 적혀 있다.

은 의원은 "다음으로 노사 '협의'라는 말을 넣어 현행법을 무력화시켰다"면서 "앞으로 헌법과 노동법의 대부분을 '협의'라는 말로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합의문을 보면, 쉬운 해고, 임금 피크제,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 등 핵심 사항 대해 "정부는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적혀 있다.

'가급적', '검토한다' 등의 애매한 문구로 기업이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게끔 해줬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 예로 "상시, 지속적 업무에 대해서는 '가급적' 정규직으로 고용한다", "용역 계약의 장기화 유도 방안을 '검토'한다",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 및 근로 조건 개선 조치를 추진한다", "가급적 정규직, 직접 고용으로 채용하는 문화를 조성한다" 등 문구가 열거됐다. 은 의원은 "'가급적 조성하고 추진하고 검토한다'를 훌륭하게(?) 사용한 사례라고 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은 의원은 "협력한다, 추진한다, 활성화한다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직무 유기를 감췄다"고 꼬집었다.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정부는 "근절을 추진하는 한편, 표준 하도급 계약서 작성을 활성화한다", "정규직 전환 지원을 활성화한다"고 했다.

은 의원은 "마지막으로 새마을 운동 부활로 마침표를 찍었다"면서 "(합의문이) '근로 문화 개선 및 생산성 향상 운동을 전사회적으로 전개한다'면서 한국의 시민이 노동 생산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을 아예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은 의원은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밝힌 노사정 잠정 합의문은 임금 피크, 쉬운 해고, 비정규직 확대, 근로 시간 연장을 쓸어 담은 재앙 모음집"이라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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