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유명한 사건은 2008년 지하철에서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의 다리를 몰래 촬영하다 경찰에 붙들린 한 남성에게 무죄 판결을 한 사건이다. 당시 검거된 남성은 지하철 안에서 여성의 다리 사진을 찍었다가 에스컬레이터에서도 여성의 치마 속을 찍다 적발됐다.
그러나 법원은 "에스컬레이터에서 찍은 치마 속 사진은 남아 있지 않다"는 이유로, "치마 및 다리 부위는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라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확정했다. 여성단체가 반발하며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었다.
뜨거운 감자 '상지대 판결'
▲ 김황식 총리 후보자. ⓒ연합뉴스 |
이에 대해 임재홍 영남대 교수(공법 전공)는 민주주의법학연구회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비리를 저지른 구재단이 학교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종래의 판결까지 변경하는 대담함을 보였다"며 "이 판결은 법원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전혀 담보하지 못한 시대착오적인 판결"이라고 맹비난했다.
임 교수는 특히 "2007년 7월 3일 심야에 진행된 사립학교법 개악이라는 보수대연합의 서곡이기도 했다"며 "이 판결은 종래 공교육과 교육자치를 확보하려고 노력해온 교육운동의 성과를 일거에 부정해 버린 것으로 향후 신우익지배블록이 공교육을 허무는데 기여한 판결로서도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가 교육과학기술부까지 관장하는 총리 후보자가 됐고, 상지대의 분쟁이 더욱 첨예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상지대 구성원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리가 '사학 분쟁'의 중심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후보자는 대법관이 되기 전에도 몇몇 공안사건과 종교 문제 사건 때문에 진보진영으로부터 '보수 판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이밖에 2005년 대법관 임명 당시 참여연대는 김 후보자가 1993년 '남한사회주의과학원 사건', 1994년 이른바 '남매간첩조작 사건' 등 국가보안법 재판에서 보수적인 판결을 내려 김 후보자의 대법관 임명을 반대했었다. '예배(채플) 6학기 이수'를 졸업요건으로 정한 한 사립대의 학생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소송에서는 대학 재단 측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점 때문에 '채플 판결'에서 학교 재단 손을, 김 후보자의 누나가 사립대 총장(판결 당시 이사장)이라 '상지대 판결'에서 구 재단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사회적 약자 보호보다는 기득권 세력에 기울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진보 사람들 손해 보니까 보수적 판결이라 한다"
이와 같은 판결 논란에 대해 김 후보자는 감사원장 시절 조목조목 반박한 적이 있다.
지난해 1월 감사원 신년특강 당시 "언론이 판사 시절 판결 내용을 분석해 보수로 분류하지만 나는 그런 판단이 일리 있으면서도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내 기준은 법과 원칙이며 감사원에 와서도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업무 처리의 가장 핵심으로 삼아야 할 것은 법과 원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상지대 판결'에 대해 "재단의 비리를 감싼 보수적인 판결이라고 하지만 (판결로 인해) 진보 사람들이 손해를 본 상황이었기 때문에 보수적 판결이라고 평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근자에 들어 좌우, 진보·보수의 싸움이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선의의 경쟁이 아니라 밥그릇을 빼앗거나 빼앗기지 않으려는 싸움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촬 사건'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는 "여성단체와 모 정당은 남성우월주의라고 비판하고, KBS는 '아침마당'에서 찬반토론을 했다"며 "하지만 맨살이 아닌 스커트 아래 종아리를 찍었던 것인데, 실제 사진만 한 번 봤다면 그런 짓거리(비판)를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자신에 대해 "이념적으로 중간적인 사람으로서 소외계층을 보듬어야 하는 '중도 저파'(底派)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1972년 제1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74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임용된 뒤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전주지법 부장판사, 서울지법 부장판사,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광주지법원장, 법원행정처 차장을 거쳐 대법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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