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젊은이" 정대세의 눈물…'뭉클'

[월드컵]누리꾼 '노 옐로카드'에도 감동…정대세 "좋아서 울었다"

16일(한국시간)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북한과 브라질의 경기, 결과는 1대2 북한의 패배였지만,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새벽 시간에 중계된 북한의 경기였지만 많은 누리꾼들이 실시간으로 관전평을 남기며 북한의 경기에 적잖은 관심을 나타냈다. 적어도 이 시간에 중계를 지켜본 이들 대부분은 마음을 졸이며 북한 팀을 열렬히 응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대세의 눈물

가장 먼저 화제가 된 것은 정대세 선수가 국가 연주 때 흘린 눈물이다. '정대세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사진들 역시 인터넷에서 빠르게 퍼져 나갔다.

▲ 16일 오전(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에서 열린 2010남아공월드컵 북한과 브라질의 경기에서 북한 정대세 경기가 시작되기 앞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트위터 아이디 @toqur은 "오늘 북한 국가가 나올 때 펑펑 울던 모습은 재일동포, 국적은 한국이지만 그의 뜨거운 심장을 느끼게 한다"며 "과연 정대세 또래의 한국 젊은이들에게 국가에 대한 생각이 저렇게 뜨거운 젊은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라고 글을 남겼다.

한 인터넷 카페의 아이디 '예반'은 "저토록 뜨거운 눈물로 젖은 가슴을 안고 강적 브라질과 얼마나 이를 악물고 뛰었을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뭉클하고 가슴이 아픕니다"라고 적었다.

'북한 국가'가 울려 퍼질 때 흘리는 눈물이라 정대세 선수는 일부 보수적 시민들로부터 사상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정대세 선수가 2008년 3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월드컵 아시아 예선 남북전에서 북한 국가가 울려 퍼질 때 눈물을 흘렸을 때도 오히려 반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축구 전문 포털 사커라인에 필명 'O Nani'가 "인민루니 연기한 건가 진짜 운 건가"라고 글을 올리자 누리꾼들은 즉각 "월드컵에 대한 소회를 나타낸 거다. 축구선수가 가장 뛰고 싶은 무대에 섰다는 데 대한 복받침"이라고, "정대세는 재일조선인이다. 일본에서 어렸을 때부터 이방인 취급 받으며 디아스포라의 서러움을 사무치게 겪었다. 그런데 국가대표로 월드컵 무대에 섰다는 거 아니겠느냐 복받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좋아서 울었다"

정대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세계선수권대회에 드디어 나오게 됐고 세계 최강 팀과 맞붙게 됐기 때문에 좋아서 그랬다"고 펑펑 운 이유를 밝혔다.

정대세는 또 "우리 식으로 잘 가고 있었는데 문지기의 실수로 졌다"면서 "브라질에 골을 넣었지만 이기지 못해 행복하지 않다"고 근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대세는 세계 각국 기자들을 상대로, 한국어와 일본어는 물론, 영어에 포르투갈어까지 유창하게 구사해 브라질 취재진과도 자연스럽게 대화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적인 스타들과 경기장에서 대화를 하기 위해서 포르투갈어를 열심히 연습했다"고 말해 결코 간단치 않은 젊은이임을 보여줬다.

그물 수비

경기가 진행되던 중에는 세계 최강 브라질에 맞선 북한의 조직적인 촘촘한 그물수비가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전반전까지 0대0의 스코어를 이어가자 "브라질 감독 초조해 한다", "잘 하면 비길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부터 "아르헨티나 전에 앞서 북한 수비에서 배울 것은 없을까"라는 관전 포인트까지 쉴 새 없이 올라왔다.

그러나 후반 시작하자마자 브라질 마이콘 선수에게 선제골을 내주자 "저 각도에서 골을 성공 시킨 마이콘이 대단한 거다"는 아쉬움들이 쏟아져 나왔고 추가 골을 실점하자 실망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경기 막판 정대세가 헤딩으로 떨어뜨려 놓은 볼을 지윤남 선수가 쇄도해 수비들을 제치고 골을 성공시키자 상당수의 누리꾼들이 환호하며 북한 선수들의 투지를 높이 샀다.

'사커라인' 게시판에 아이디 '돈나우두'는 "일단 밸런스랑 기본기가 갖춰져 있는데다 조직력만으론 현재 거의 최고 같다"고 평가했고, 아이디 'penir'는 "다른 것보다 수비진에서 정대세한테 혹은 좀 짧게 홍영조한테 넘겨주는 패스가 정확도가 쩐다"며 "전반전 패스 성공률 80%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냥 뻥 질러줘서 나올 수 있는 성공률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노 옐로카드

전력 분석 외에도 이날 경기에서 북한 팀에 단 한 차례의 '옐로카드'(경고)도 나오지 않았음을 높이 평가한 누리꾼도 많았다.

트위터 아이디 '@YUSINJUNG'은 "브라질 상대로 한 골 넣었다는 것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북한이 경고나 퇴장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라며 "세계 최강에 맞서 거친 플레이를 예상했으나 오히려 북한이 더 유연했다. 파울 수도 양쪽이 비슷했으니 전술이 제대로 먹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경기에서 후반 교체투입된 브라질 선수가 단 한 차례 옐로카드를 받았을 뿐이다.

국보법 위반

많은 이들이 북한과 브라질의 경기에 관심을 가졌지만, "국가보안법 위반 걱정"이라는 자조섞인 이야기들도 많이 오갔다. 한 누리꾼은 "최대한 고무·찬양을 자제하고 있다"고 조롱했고, 다음 아고라에 "북한, 남한과 함께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웁시다!"라는 제목으로 받기 시작한 서명에는 "이거 서명했다가 이적행위로 잡혀가는 것 아니냐", "북한 파이팅. 그런데 북한 응원했다고 빨갱이로 몰리는 건 아니겠지"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아고라 아이디 'Whitfield'는 "한 때 역사의 장난으로 우리와 총을 겨누고 싸웠지만 수천 년을 한 민족으로 살아온, 곧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할 나라가 있다. 아시아에서 한국 다음으로 응원해야 할 나라는 일본도 호주도 아닌 바로 북한"이라며 "내친김에 남한과 북한이 함께 16강에 진출하도록 응원하자"고 했다.

마지막 만회골로 많은 누리꾼들은 "밤 샌 보람이 있다"고 말해, 앞으로 열릴 북한의 포르투갈과 코트디부아르 경기도 상당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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