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연설 나선 이재명 대통령의 첫 예산안…경제 전문가 평가는?

2026년도 예산안 평가 토론회…AI 중심 성장에 방점, 그늘 살필 복지는 취약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은 인공지능(AI) 중심 성장에 방점을 두고 짜였다는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반면 '성장의 그늘'을 살필 보건복지 분야에서는 충분한 증액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전문가들은 AI 산업 전환에 따른 구조조정에 대응하기 위한 복지 강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기본적 삶을 위한 안전망 강화', '의료 공공성 강화' 등에 대한 예산을 늘리고 감세 복구, 자본이득 과세 등 재정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더불어민주당 정태호·조국혁신당 서왕진·진보당 전종덕 의원 등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주최한 '2026 정부예산안 분석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 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하기 하루 전이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총지출은 728조 원으로 전년도 본예산 대비 8.1% 증가, 총수입은 674.2조 원으로 3.5% 증가했다. 국채 발행을 늘려 재정 지출을 늘리는 확장적 재정 운용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관리재정수지 및 국가채무비율은 각각 GDP 대비 4% 적자, 51.8%로 전년보다 증가할 예정이다.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보다 지출을 늘린 분야는 △보건복지고용 △R&D·산업중소기업벤처 △국방외교행정부분 등이다. 이 중 R&D 등 경제 부문은 18.3조 원, 보건복지고용 14조 원 더 많이 지출한다. 다만 보건복지고용은 연금·건강보험 등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의무 지출의 증가가 반영된 것으로, 재량 지출은 6조 원에 그쳤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더불어민주당 정태호·조국혁신당 서왕진·진보당 전종덕 의원 등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주최한 '2026 정부예산안 분석 토론회'에 모인 경제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이같이 분석하며 "개혁 의지가 수사적 차원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프레시안(박상혁)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도 예산안은 총수입보다 총지출을 더 늘려 확장 재정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적극 증세라기보다 소폭 확장 재정이라고 봐야 한다"며 "늘린 지출의 대부분은 성장 관련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은 자본 과세가 약하고 국가재정지출도 다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와 비교하면 규모가 작은데, 자본에 투입되는 성장 관련 지출만큼은 평균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반면 보건복지 예산 증액은 대부분 자연증가분에 따른 것으로 이 분야의 정부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는 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김형용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은 "2026년도 정부 예산안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서 벗어나 확장재정으로 전환한 것"이라면서도 "보건복지분야 예산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고, 건강보험 부문은 1.3% 증가에 그쳐 전반적으로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방향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마저도 예산 증가분 상당수는 인구구조 변화와 물가상승에 따른 자연증가분이거나, 아동수당과 같이 일부 보편적 복지급여의 대상자 확대일 뿐"이라며 "'기본적 삶을 위한 안전망 강화',필수의료 확충 및 공공의료 강화' 등 국정과제로 제시된 개혁 과제는 대부분 기존 제도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수준의 미미한 예산 배분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은 또 "적어도 보건복지 분야에 있어서 사회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이 아닌 현상 유지에 있음을 보여준다"며 "여전히 이전 정부의 시장화·산업화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공의료, 공공보육 등의 공공 인프라 확충보다는 바우처, 민간 지원 등의 시장화된 서비스와 관련 산업 육성에 재원이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AI 산업에 기반한 성장 중심의 예산 편성을 넘어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대로 보건복지 분야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AI에 올인해 경제가 성장하면 모든 국민이 혜택을 볼 것 같지만, 그로 인한 구조조정 문제도 심각할 것"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복지를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시장 정상화를 통한 복지 확대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위원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중 '기본적 삶을 위한 안전망 강화'를 위해서는 복지 사각지대의 핵심 원인인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료 공공성 강화'라는 국정과제 실현을 위해서는 공적 돌봄체계 구축, 공공보건의료 구축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채 발행 확대가 보여주듯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건전재정을 주장한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 원상복구와 자산 과세 강화가 제시됐다. 정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소득 격차는 완화됐지만 자산 격차가 벌어지고 전반적인 불평등 수준은 오히려 심해졌다"며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 강화 등 자산 과제 전반의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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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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