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어쩌나...안종범 "모두 대통령 지시"

안 전 수석, 대통령과 대기업 간 모종의 거래 증언

막힘없는 증언이 쏟아졌다. 헌법재판소 증인으로 출석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입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을 확인하는 증언이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또한, 박 대통령이 직접 주도해서 모금 현황 등을 확인하고 지시한 정황도 확인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삼성 등 대기업이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등에 출현한 자금을 두고 자발적이라고 주장했으나 안 전 수석의 증언은 180도 다르다.

안 전 수석의 증언은 형사 재판에서 다툴 소지가 있지만, 박 대통령의 직에 대한 면직을 논의하는 탄핵 심판에서는 박 대통령에게 명백히 불리한 것들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아직 헌재에 출석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기자 간담회' 등 '장외 변론'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모양새다.

국회 탄핵소추 위원 대리인은 16일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안 전 수석에게 수석으로 일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적은 일명 '안종범 수첩'을 근거로 증인 신문을 이어나갔다.

이 수첩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 등 대기업에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등에 후원을 강요(직권남용)한 정황이 담겨 있다. 삼성 등 대기업들은 두 재단에 774억 원을 후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이 총수 면담 후, 30억 모금 지시했다"

이날 안종범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7월, 대기업 총수와의 면담 후, 기업마다 30억 원의 출연금을 모금하도록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이 현대차와 CJ를 말하면서 30억 원을 말씀하고 다른 업체도 그에 준해서 하라고 했다'고 지시했다는데 맞느냐"는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의 질문에 "맞다"고 대통령의 지시로 대기업 모금을 했다고 밝혔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모인 후원금 관련, 박 대통령이 출연금 액수까지 지정해 지시했다는 것이다.

안 전 수석은 또 2015년 7월 24∼25일 진행된 박 대통령의 개별 기업 총수 면담 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현대차 30+30 60억, CJ 30억+30억 60억'이라고 업무수첩에 메모한 것도 사실이라고 답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롯데 70억 원 돌려주라고 대통령이 지시"

세부적인 지시 사항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국회 탄핵소추 위원 대리인은 "수첩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 회장이 면담을 한 뒤, 대통령은 증인에게 롯데그룹에서 하남 건설 관련 75억 원을 출현하기로 했다고 전했는데 맞나"라고 묻자 안 전 수석은 "면담 후 한 달쯤 지나서 대통령이 협조한 사항을 알아보라고 해서 (롯데에) 전화했다"고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대리인은 "롯데는 미르재단에 28억 원. K스포츠재단에 17억 원을 후원하기로 하고, 이후 추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후원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70억 원은 롯데 그룹 압수수색을 받기 하루 전에 반환됐다. 어떻게 된 것인가"라고 묻자 안 전 수석은 "작년 4월쯤 박 대통령에게 롯데가 70억 원을 낸 것이 부담된다고 건의했고 이후 박 대통령이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고 지시했다"며 "하지만 이미 받은 뒤라서 (70억 원을) 반환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45억 원을 출연하고서, 지난해 5월 K스포츠 재단의 경기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 사업에 70억 원을 냈다. 하지만 다음 달 K스포츠 재단은 롯데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 하루 전에 70억 원을 롯데에 돌려줬다.

안 전 수석은 이러한 기금 마련부터 기금을 돌려주는 일까지 모두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진술한 셈이다.

"최태원 사면, 하루 전 대통령 지시로 SK에 알려줬다"

안 전 수석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면 관련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SK 쪽에 알려주라고 지시받았다고 증언했다.

탄핵소추 위원 대리인은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은 (대통령과 면담 전) 서울 프라자호텔 소회의실에서 안 전 수석을 만나 광복절 특사를 맞아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요구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라고 묻자 안 전 수석은 "실제로 부탁을 했지만 사면 관련해서 내 소관도 아니라서 대답을 안 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사면 요구 관련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는지를 두고는 "면담 과정에서 사면 관련해서 대통령에게 부탁할 거 같아서 사면 관련해서 미리 그런 말을 전달했다"고 박 대통령이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자 대리인은 "2015년 8월 13일(최태원 사면 전날), 김창근 회장은 안 전 수석에게 '하늘 같은 이 은혜 영원히 잊지 않고 산업보국에 앞장서 나라 경제 살리기를 주도하겠습니다. 수석님 도와주신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최태원과 모든 SK 식구를 대신해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라는 문자를 보낸 사실이 있느냐"며 "대통령이 SK 측에 최태원 회장의 특별사면을 알려주라고 해서 김창근 회장에게 알려준 것인가"라고 묻자 안 전 수석은 "그렇게 기억해서 진술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사면 사실을 미리 알려주라고 해서, 공식 발표 전에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에게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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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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