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 씨는 당당했다. 고성까지 내지르면서 자신은 "이권을 취한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고영태 전 더블루K재단 이사의 거짓말과 날조로 지금 상황까지 오게 됐다며 자기와 관련된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는 "절대 사심이 없는 분"이라고 적극 변호하기도 했다 그간 '공황장애, 심신불안' 등으로 국회 국정조사에 불출석했다는 사실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16일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최순실 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문체부를 내세워 스포츠산업 융성이라는 이유로 이권을 챙겼느냐는 국회 탄핵소추 위원 대리인 질문에 "어떤 이권을 도모했는지 말해 달라"며 "대통령도 그렇게 (이권을 도모)하는 분이 아니다"라고 관련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재차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등을 만든 게 이권과 관련이 없다는 이야기인가"라고 질문하자 최 씨는 "어디를 통해서도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또한, 관련해서 개인 이득을 취한 것도 없다"고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대통령에게 단순 의견만 이야기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사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두고도 이를 완강히 부인했다. 탄핵소추 위원 대리인의 "대통령 취임사 작성에 조언을 했느냐"는 질문에 최 씨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그러자 탄핵소추 위원 대리인은 언론에 공개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녹취록을 언급하면서 최 씨를 압박했다.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최 씨와 국정기조에 대해 논의하며 최 씨에게 "창조문화로 할까. 문화창조로 할까"라고 물으며 "문화융성으로 하자"고 제안한다. 그러자 최 씨는 "문화체육융성으로 하자"고 제안하고 이에 박 대통령은 "표현이 너무 노골적이면 역풍을 맞는다”고 답변한다. 이후 2013년 2월 정부는 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 등 3대 국정기조를 제시했고, 청와대는 그해 5월 국무회의에서 평화통일을 추가한 4대 국정기조를 확정했다.
탄핵소추 위원 대리인이 최 씨에게 녹취록을 들려주면서 이러한 사실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최 씨는 "녹취록을 보지 않았다"면서도 관련 내용을 두고 "내가 무슨 대통령과 상의해서 (국정을) 이끌어가는 걸로 (표현)하는데, 단순 의견만 이야기했다"면서 "전체를 끌어간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씨는 "이건 정말 억울하다"며 "앞뒤 내용을 다 자르고 (이렇게 하는 건) 너무 나가는 것이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연설문의 감성적인 표현만 봤다"
고위 공직자 인사에 개입한 의혹과 관련해서도 최순실 씨는 부인했다. 최 씨는 '고위 공무원의 인사 자료가 (공유한 e메일에) 포함됐느냐'는 질문에 "다른 거는 보지 않았다"며 "관심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최 씨는 또다시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 씨는 "검찰은 제 태블릿PC에서 (연설문 등이) 나왔다고 하는데, (제가) 태블릿PC를 보여 달라고 해도 실물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또다시 태블릿PC의 진위여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러한 '발뺌하기'는 계속 이어졌다. 탄핵소추 위원 대리인이 "압수된 최 씨의 자택 컴퓨터에서도 (고위 공무원 인사자료) 나왔다"고 재차 질문하자 최 씨는 "인정할 수 없다. 어떻게 나온건지 (모르겠다)"고 자신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러자 탄핵소추 위원 대리인은 "주거지에서 발견된 컴퓨터에는 최 씨 딸인 정유라 씨 고등학교 관련 내용이 나온다"며 "그렇다면 이 컴퓨터는 증인 딸이 사용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최 씨는 "모르겠다"고 입을 닫았다.
"녹취록은 유도한 것, 자기네가 한 말은 다 뺐다"
독일에서 귀국하기 직전, 혐의 내용 관련해서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에게 증언 조작 지시를 내린 것을 두고도 최 씨는 모든 사실을 부인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국회 국정조사에서 "최 씨가 독일에서 귀국하기 전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사전에 이 사건을 어떻게 얘기하라는 지침을 하는 전화 내용을 확보했다"며 파일을 공개한 바 있다.
탄핵소추 위원 대리인이 "귀국하기 전, 지인에게 전화해서 '큰일났네, 고(영태)한테 정신 바짝차리라고 하고... 이걸 이제 하지 않으면 다 죽어' 이렇게 말한 사실이 있는가"라고 묻자 최 씨는 "자기네가 한 말은 다 뺐다"며 "녹취를 유도한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 씨는 "이성한(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조선일보 기자를 만나는 등 언론에 폭로한다고 해서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며 "방어 차원에서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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