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무하마드 알리 쓰러뜨린 불청객은?

[메디컬 피트니스] 파킨슨병, 운동으로 증상을 호전시키자!

1996년 하계올림픽은 미국의 애틀랜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미국 남부의 대표적인 도시의 하나로 남부 도시 중에서 한국인 이민자가 가장 많은 애틀랜타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소설과 영화의 무대가 된 곳이기도 합니다.

이 도시를 본거지로 하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야구팀 소속이던 행크 아론은 1974년 시즌 시작과 함께 전설로 여겨지던 베이브 루스의 714호 홈런 기록을 넘어서 새 기록을 세우면서 애틀랜타의 이름을 널리 알렸고, 1976년에 755호 홈런을 기록하고 은퇴를 함으로써 새로운 홈런왕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 홈런 기록은 2006년 배리 본즈에 의해 깨졌습니다. 그러나 약물 남용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추한 소문에 시달리고 있는 본즈의 형편을 생각해 보면 앞으로도 홈런 기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행크 아론이나 베이브 루스의 이름이 함께 따라 나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구상에서 사라진 애틀랜타 올림픽 주경기장

미국은 애틀랜타 올림픽 이전에 세 번의 올림픽을 치렀습니다. 비록 일장기를 달고 출전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가 최초로 참가한 1932년 올림픽, 루마니아를 제외하면 소련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산국가가 불참한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이외에도 올림픽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전인 1904년 세인트루이스에서 제3회 올림픽을 개최했습니다.

무역박람회 행사의 하나로 올림픽이 개최되어 올림픽 역사에 그리 바람직하지 못한 기록을 남겼지만 그로부터 80년이 지난 후에 개최된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는 조직위원장 피터가 상업적으로도 올림픽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면서 그 후로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얼마나 흑자를 보느냐가 관심사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1896년에 시작된 근대올림픽이 100주년을 맞이하는 1996년에 올림픽 개최 신청을 한 그리스 아테네는 다시 한 번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한 역사적인 의미가 충분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제는 부쩍 커버린 올림픽 예산을 집행하기에는 그리스의 경제 사정이 만만치 않았고, 12년 만에 다시 한 번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무리수를 둔 미국은 그리스의 경제 사정이 만들어 낸 틈새를 파고들어 애틀랜타로 올림픽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금은 직항편이 매일 오갈 정도로 애틀랜타에 많은 한국 교포들이 살고 있으므로 언젠가 이 도시를 방문할 기회를 가지는 분들은 1996년 27회 올림픽이 열린 올림픽 주경기장을 찾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건 꿈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경기장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 행크 아론이 친 715호 홈런공이 떨어진 자리. ⓒen.wikipedia.org
행크 아론의 715호 홈런공이 떨어진 장소가 오른쪽 사진에서 야구장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행크 아론이 홈런을 친 경기장은 이제 더 이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올림픽 주경기장도 약간의 흔적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올림픽을 유치한 애틀랜타는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올림픽을 치를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낡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야구장 옆에 올림픽 주경기장을 지어 올림픽을 치르자마자 그 곳을 야구장으로 개조하여 사용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실제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이 끝난 후 곧 개조 공사를 시작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야구팀은 1997년 시즌부터 터너 필드 새 경기장에서 경기를 벌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LG트윈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봉중근 선수가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 곳이 바로 이 경기장이며, 행크 아론이 홈런 기록을 세운 경기장은 이제 주차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파킨슨병 바로 알기

애틀랜타 올림픽 이야기를 길게 꺼낸 것은 애틀랜타 올림픽 개막식 장면을 떠올리기 위해서입니다. 1984년까지는 올림픽 경기에서 성화에 불을 붙이는 것은 최종 주자의 몫이었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 때부터 성화 최종 주자가 점화자에게 성화를 넘기면 점화자가 불을 붙이는 식으로 내용이 바뀌었습니다. 서울올림픽에서는 최종주자 임춘애로부터 성화를 넘겨받은 세 명의 점화자들이 나란히 점화대로 올라가서 불을 붙이는 방식이었고,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장애인 양궁 선수가 성화의 불을 붙인 활을 쏘아 성화대에 불을 붙이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후로 올림픽 때마다 어떤 환상적인 방법으로 성화 점화대에 불을 붙이는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으며,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전 세계의 관심을 끈 성화 점화자는 1960년 로마올림픽 권투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무하마드 알리였습니다.

▲ 애틀랜타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파키슨병으로 고통 받던 무하마드 알리. ⓒ연합뉴스
그러나 애틀랜타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알리의 모습은 그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게 했습니다. 아마추어는 물론 프로에서도 정상에 오르면서 "나비같이 날아서 벌같이 쏜다", "링 위에 도망칠 곳은 있어도 숨을 곳은 없다" 등의 명언을 남긴 과거의 챔피언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1984년에 진단받은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을 텔레비전 화면으로도 확인 가능할 만큼 환자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파킨슨병에 대하여 주목할 만한 기록을 남긴 최초의 인물은 이븐 루시드(1126~1198)입니다. 유럽에서 약 1000년에 걸쳐 중세를 보내면서 의학 분야에 그다지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동안 아라비아 지방에서는 몇몇 유명 의학자들이 등장했으며, 그 중 한 명인 루시드는 오늘날 파킨슨병으로 추정되는 질병에 대한 기술을 남겼습니다.

파킨슨병을 제대로 소개한 최초의 인물은 제임스 파킨슨(1730~1813)이며, 질병 이름은 물론 그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오늘날 파킨슨병 치료법으로 이용되는 치료약(L-dopa)을 1967년에 환자에게 처음 투여하여 파킨슨병 치료법을 개발한 아르비드 칼손은 2000년에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애틀랜타 올림픽 개막식에서 알리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을 볼 수가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손을 비롯한 신체 부위의 떨림 현상이 나타나고(심하면 손이 너무 심하게 떨려 물을 마실 수 없음), 신체가 전체적으로 경직되며, 운동이 느려지는 것이 파킨슨병의 3대 증상입니다. 이에 따라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므로 일상 생활에도 지장을 받게 됩니다. 원인은 확실치 않으며, 뇌의 흑질(substantia nigra)에 분포하여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는 것이 질병 발생 기전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파킨슨병은 나이가 들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져 60세 이상에서는 약 1퍼센트가 파킨슨병 환자로 생각되며, 특징적으로 도시보다 농촌 거주자에게서 많이 발생합니다. 초기에는 신체의 한쪽에서만 증상이 나타나지만 병이 진행되면 양쪽으로 나타나며 점점 침범 부위가 넓어지게 됩니다. 운동 능력이 감퇴하면 세수, 식사, 옷 입기 등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얼굴 표정이 굳어져 감정 표현이 부족해지게 됩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문제는 적절한 치료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뇌에서 도파민 분비가 되지 않으므로 도파민을 투여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도파민은 혈관을 통해 뇌로 갈 수가 없으므로 칼손이 개발한 방법인 도파민 전구물질(L-dopa, levodopa)을 투여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치료법입니다. 이 물질은 뇌로 가서 도파민으로 대사되므로 도파민 부족 현상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치료법이 개발되어 있으나 근본적으로 신경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을 정상으로 되돌릴 만큼 우수한 치료법은 없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치료 계획을 세우고 실시함으로써 가능한 한 정상으로 가깝게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입니다.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운동

뇌의 특정 부위에 이상이 생겨 몸의 특정 부분이 마비되는 경우 마비된 부위를 풀어주기 위한 운동을 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되듯이 운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파킨슨병을 해결하기 위해 운동을 시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파킨슨병 환자는 운동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질병이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운동 부족에 의한 다른 이상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파킨슨병 환자를 위해 일상생활을 위한 걷기 운동, 스트레칭(뻗기 운동), 근력 운동 등이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이용되는 방법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물리 치료나 작업 치료와 같은 재활 의학적 치료법을 이용하여 일상생활에 불편을 덜 겪도록 하는 방법이 시도되어 왔습니다. 여기에 최근의 연구 결과 한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작년 12월 5일, 미국 피닉스(김병현 선수가 2001년 메이저리그 우승 반지를 낀 아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본거지)에 있는 성요셉병원의 배로우 신경학 연구소(여기에 "무하마드 알리 파킨슨센터"가 있습니다)에서는 50~70세 환자를 대상으로 스키 경기에서 사용하는 막대를 이용하여 걷기 훈련을 하도록 했습니다.

12주 동안 매주 3일에 걸쳐 한 번에 45분씩 막대를 이용한 걷기 훈련을 하면서 뇌의 활성영상을 확인한 결과 이렇게 간단한 운동만으로 뇌의 기능 저하를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미 파킨슨병에 운동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익히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 결과가 주목을 끈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만으로도 파킨슨병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특수한 상황에서 어떤 운동을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를 알기 위한 의학자들의 연구는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계속해서 개발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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