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발표와 관련해 심재옥 의원은 <프레시안>에 실태조사를 진행하게 된 배경과 비정규직 문제에 대처하는 이명박 시장 등 서울시 고위 관료들의 모습들이 담긴 한 편의 기고문을 보내왔다.
심 의원은 이 글에서 서울시의 재정은 위탁·용역화를 통해 튼튼해졌을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을 받으며 최소한의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그는 이 글에서 이명박 시장 등 서울시 고위 공무원들이 최저임금, 최저생계비의 개념조차 혼동했던 사실을 적시하고 있어, 과연 서울시 고위 관료들이 오늘날 사회적 화두가 된 빈부격차, 사회양극화 등에 대해 얼마만큼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편집자>
2004년 행정사무 감사에서 6개 서울시립병원의 인력운영 실태를 점검한 적이 있다. 시립병원들은 청소, 경비, 주차, 식당, 세탁, 교환원, 간병인까지 다양한 업무를 위탁하거나 용역을 주고 있는데, 이들 용역노동자들의 상태가 너무도 열악했다.
최저임금 위반도 다수였고, 최저임금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그에 준하는 저임금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는 계약서에 약속된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870만 원의 임금을 소급해 지급하게 한 일도 있었다. 부당한 개입을 보여주는 도급계약서는 물론이고 노동3권을 침해하는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까지 작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을 병원 원장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최저임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불법파견과 노동기본권의 개념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는 이들에게 문제를 인정하고 시정하도록 하기에는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상황이 비단 시립병원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서울시와 산하기관 전반에 확산되어 있는 비정규직의 현실은 정부가 공공부문의 경영합리화 정책을 명분으로 지방자치단체들에 사실상 비정규직의 채용을 강요해 왔던 과정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서울시 및 서울시 산하기관 비정규직 실태 조사해 보니…**
그래서 나는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노동조합과 노동단체 등 서울시 산하기관의 비정규직 조사를 위해 모인 단위들과 함께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시 12개 실국과 직속기관, 투자기관, 사업소에서 업무 위탁, 용역을 받은 681개 용역업체의 도급계약서, 취업규칙, 임금대장 등의 자료를 받는 일부터가 전쟁이었다. 각자의 일상적인 활동을 하면서 자료를 분석하고 종합하는 조사과정은 정말로 지난한 과정이었다. 약 6개월의 분석기간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예상보다도 좀 심각했다.
노동자 4명 중 한 명이 비정규직, 특히 위탁과 용역화로 인한 간접고용 노동자가 많았는데 SH공사(구 도시개발공사), 농수산물공사, 도시철도공사 등 지방공기업의 비정규직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또한 임금자료를 제출한 128개 업체들 가운데 28%가 최저임금 위반, 78%는 80만 원 미만의 저임금이었고, 특히 여성노동자들의 상황이 더 열악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불법파견에 위장도급, 노동3권 침해, 인권침해의 근로계약서도 많았다. 지금의 용역노동자들은 "근무시간 중에 옆사람과 대화하지 않고 데이트도 하지 않겠습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서약서까지 강요당하고 있었다.
***"서울시장 및 공무원들,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도 혼동해"**
지난 18일 나는 이 같은 실태조사 결과를 가지고 본회의장에서 시정질문을 했다. 가장 난감한 일은, 의회 본회의장에 참석한 서울시 공무원들과 의원들도 최저임금, 불법파견, 위장도급, 노동3권이라는 개념과 현실조차 모르는데 그 대책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저임금과 표준생계비와 최저생계비의 개념을 혼동하는 시장과 경영기획실장에게 그 개념부터 설명해야 했기 때문에 40분의 시간밖에 없는 내 마음은 바빴다.
***서울시 "사법권이 없어 시정조치 힘들다"**
유감스럽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서울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최저임금 위반업체에게 시정조치 하라는 요구에 대해서 사법권이 없다거나 제3자 개입과 경영권을 운운하며 곤란해 했다. 법을 집행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용역업체의 위법행위를 사법권이 없어서 제재할 수 없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결국 실국장과 산하기관장들 간의 협의를 거쳐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답변이 겨우 나온 다음에야 나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근로계약서의 개선지침을 마련하라는 요구에도 그것은 노동부 권한이라는 것이었고, 용역노동자의 저임금을 막기 위해 인건비를 제외한 용역금액만 제한입찰 하라는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위법행위를 한 업체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은 찬성하면서도 이를 조례나 규칙에 반영하는 제도개선 방안은 거부했다.
다만, 노동자들의 지나친 착취와 희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뭔지는 연구하겠다는 답변이었다.
나는 시정질문이 끝나고 몹시도 목이 말랐다. 비정규 용역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용역제도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그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해가고 있었다. 물론 노동현실에 대한 개념 파악도 안되고 있는 서울시로부터 당장 속시원한 대책을 듣겠다는 생각은 애초에도 없었다. 언제나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넘어가고 있는 서울시가 정말로 개선에 나서도록 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민과 노동자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민간위탁과 용역화부터 중단하라"**
서울시가 비정규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저임금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 개별 업체의 근로조건 향상과 부분적인 용역제도 개선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단언하건데,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는 무분별한 민간위탁과 용역화를 중단해야만 한다.
작은 정부, 경영효율성, 예산절감 등을 이유로 정부가 대규모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강제한 결과가 서울시의 비정규직과 같은 심각한 사회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멋있는 말로 경영효율화를 명분으로 하고 있는 민간위탁과 용역제도도 따져보면 결코 예산절감에 기여하지 않는다.
특히 용역의 경우 5~10%의 업체이윤을 보장하고 10%의 부가가치세와 일반관리비 5%를 감안하면 20~25%의 비용이 추가될 수밖에 없다. 업무 외주용역이 예산절감에 기여한다면, 결국 이는 기아 상태의 저임금에 기반한 것이다. 다시 말해 서울시가 용역노동자들의 저임금에 기반해서 서울시 행정업무를 유지하겠다는 발상과 같은 것이니, 이 얼마나 부도덕한 일인가.
이들 최저임금도 못 받거나 최저임금에 턱걸이하는 임금으로 일하고 있는 청소, 시설관리 용역노동자들도 서울시민이거나 잠정적인 서울시민이다. 아니, 서울시민이 아니면 어떠냐, 이 땅의 어떤 노동자가 100만 원도 안되는 돈으로 가족과 함께 한달을 인간답게 살기 어렵다는 사실에 흔쾌해 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평가시스템이라도 만들어야"**
적어도 민간위탁과 용역화를 전면적으로 중단할 수 없다면 제대로 된 평가시스템을 마련하고 불합리한 운영을 제재할 수 있는 다양한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어떤 업무를 민간위탁이나 용역으로 돌려도 좋은지, 안 되는지를 판단하는 일부터 시민과 함께 판단하고 평가하고 시정·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라는 것이다. 적어도 법을 위반하거나 부도덕한 행위를 하는 업체에게는 서울시 업무 위탁과 용역입찰 대상에서 제한하자는 얘기다.
왜 못하는가? 한번도 그런 문제에 대해 진지한 검토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업무수행에서의 효율성만 따질 것이 아니라 민간위탁과 용역화가 가져오는 우리 사회의 노동자 문제에 대해 이제는 행정이 눈을 돌려야 할 때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과 저임금 문제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빈곤 심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을 만큼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의 공공부문 경영합리화 정책을 따지고 탓할 게 아니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서울시와 산하기관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가 어떤 노력을 할 것이냐는 얘기를 하고 싶다. 전국의 지방자치를 선도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서울시의 행정이 이번 비정규직 실태 조사결과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강구해낼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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