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도 웃어버릴 한미FTA효과 수치조작

[홍헌호 칼럼] "수출 늘어봤자 일자리 수는 제자리"

"한나라당이 오는 22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표결처리 방침을 밝혔다. 22일 외통위에서 표결 처리시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밝힌 뒤 퇴장할 계획이지만 안건 상정을 몸으로 막는 등 '육탄저지'는 하지 않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선진당이 반대한다고 하지만, 외통위의 과반이 훌쩍 넘는 17명(위원장 포함)이 한나라당 소속이므로 안건 상정만 된다면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 4월 21일자)

민주당이 한미FTA 전도사를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내세울 때부터 이미 이런 사태는 예고되고 있었다. MB정부와 한나라당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씁쓸하고 또 씁쓸한 일이다. 도대체 민주당의 이런 행태에 대해 진보 진영이 언제까지 참아 주어야 하는가.

이 글은 한미FTA효과에 대하여 크게 오해하고 일부 민주당 인사들을 위하여 준비되었다. 한미FTA에 대한 맹목적인 신앙을 가진 그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를 산출하면 고용효과를 산출할 수 있다

2006년 한미FTA 국내대책위원회는 "한미FTA로 10년간 34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황당무계한 광고를 전국에 뿌려대기 시작했다. 과연 이들의 이런 주장들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먼저 한미FTA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추정해보기로 하자. 이것을 추정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미FTA 발효로 예상되는 추가 경제성장률만 산출하면 고용창출효과는 쉽게 추정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미FTA로 몇 %의 추가성장이 가능할까. 이것을 추정하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정부는 한미FTA로 대략 10억 달러(2007년 기준 1조 원) 정도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것이 경제성장에 몇 %나 기여하는지 추정해 보면 된다.

경제전문가들이 수출의 경제성장기여도를 산출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 수출의 경제성장기여도 = 수출의 경제성장기여율 x 경제성장률
* 수출의 경제성장기여율(%) = 수출의 증가분/3대 수요(소비+투자+수출)의 증가분 x 100


이 공식에 따라 2002년 이후 우리나라 수출이 경제성장에 기여한 기여율과 기여도를 산출해 보면 다음과 같은 수치들을 얻을 수 있다.

□ 수출의 경제성장기여율과 기여도

(주) 한국은행이 최근 실질가격 기준을 2000년 기준가격에서 2005년 기준가격으로 변경시키는 바람에 경제성장률 수치들이 한국은행의 기존 발표내용과 많이 달라졌음.
(출처) 한국은행 자료를 가공
위의 자료를 보면 2003년과 2007년 사이 우리 경제는 매년 45~89조 원의 3대 수요를 증가시켜 2.8~5.2%의 성장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수출의 경우 같은 기간 매년 14~17조 원의 수출을 증가시켜 경제성장률을 1%p 증가시켰음을 알 수 있다.

수출 10억 달러 추가 증가시키면 경제성장에 0.06~0.07% 기여

그렇다면 한미FTA로 수출이 1조 원(2007년 기준 10억 달러) 증가할 경우 그것은 경제성장에 몇 %나 기여할까. 매년 14~17조 원의 수출이 1%p성장에 기여했으므로 1조 원의 수출은 경제성장에 0.06~0.07%p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은 초중고생들도 쉽게 계산해 낼 수 있다.

이런 계산법에 문제는 없는가. 이런 계산법은 필자가 독창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한국은행, 무역협회 산하 무역연구소, 삼성경제연구소 등도 두루 활용하는 것이므로 정부 관료들도 이 계산법에 대하여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0.065% 추가성장하면 일자리는 4000~5000개 창출될 뿐

그렇다면 0.06~0.07%p 성장기여도는 고용창출에 어느 정도 기여할까. 이것을 추정하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 경제성장률과 일자리 수
(주) 위와 동일
(출처) : 통계청과 한국은행 자료를 시민경제사회연구소에서 가공.
위의 자료를 보면 2004년과 2007년 사이 우리 경제는 매년 4.0~5.2% 경제성장을 통해 28~42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향후 우리 경제가 1% 추가성장할 때 대략 5~9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미FTA로 수출이 1조 원 증가해서 우리 경제가 대략 0.065%p 추가성장할 때 일자리는 몇 개나 창출될까. 표에서 보다시피 이로 인해 창출되는 일자리는 고작 3500~5000개에 불과하다.

이것이 바로 한미FTA 발효로 늘어나는 수출 1조 원(2007년 기준 10억 달러)이 가져오는 경제성장 추가효과이자 일자리 추가효과이다.

한미FTA로 5000개 일자리 창출도 어려울 것

그러나 이런 효과 또한 실제로 현실화된다는 보장은 없다. 1990년대 이후 수출의 급격한 증가와 제조업의 급성장 속에서도 제조업 일자리 수는 늘어 나기는 커녕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 제조업 산출액과 제조업 일자리 수 (조 원, 만 개)

(주) 계열 1은 제조업 산출액(조 원), 계열 2는 제조업 일자리 수(만 개)
(출처) : 통계청과 한국은행 자료를 시민경제사회연구소에서 가공
그림에서 보다시피 1990년과 2006년 사이 제조업의 산출액은 193조 원에서 963조 원으로 5배나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제조업 일자리 수는 491만 개에서 417만개로 무려 74만 개나 줄어들었다 .

그런데 한미FTA로 고작 1조 원 수출을 증가시켜 34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잇다니. 도대체 이런 계산 결과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독선에 빠진 정부관료들은 현실에서 함부로 적용하면 매우 곤란한 취업유발계수라는 것을 아무렇게나 적용하며 국민들을 속이고 있는데 이들의 수치조작이 도를 넘어섰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한미FTA로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근거없는 몽상일 뿐

물론 이들은 급진적인 개방을 통해 제조업의 생산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주장 또한 근거없는 몽상일 뿐이다.

1990년대 이후 급진적인 개방 속에서 중소제조업체들의 생산성이 높아졌던가. 그들의 몽상과 달리 1990년대 이후 급진적인 개방 속에서 중소제조업체들의 생산성은 높아진 것이 아니라 급격히 낮아졌다. 현기증이 날 정도다.

□ 대기업 제조업체 생산성 대비 중소기업의 생산성 비율 비교
(주)계열 1 : 일본의 대기업 제조업체 생산성 대비 중소기업 생산성 비율
계열 2 : 한국의 대기업 제조업체 생산성 대비 중소기업 생산성 비율
(출처) : 위와 동일
도대체 무엇이 1990년대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1인당 부가가치(= 1인당 생산성)를 급락시키고 그들의 영세화를 급진전시킨 것일까.

필자는 그 원인으로 △농업개방으로 인한 농민의 몰락과 이들의 진입으로 인한 자영업 과잉사태 가속화, △유통업 개방으로 인한 중소상인 몰락과 이들의 진입으로 인한 자영업 과잉사태 가속화, △저가 중국산 대거유입으로 인한 중소기업 몰락과 이들의 진입으로 인한 자영업 과잉사태 가속화,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과 실직자들의 진입으로 인한 자영업 과잉사태 가속화 등을 지목하고 있다.

□ 개인사업자 창업·폐업 현황
(주)폐업자 수보다 창업자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 수가 늘지 않은 이유는 개인 창업자 중 상당수가 여러 가지 이유로 법인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출처) : 통계청, 국세청
선별적이고 점진적인 개방이 좋은 개방이다

물론 모든 개방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모든 개방이 다 좋은 것도 아니다. 경제 수준에 맞는 적절한 개방, 선별적이고 점진적인 개방이 좋은 개방이다.

특히나 선진국들과 달리 조세부담률이 극히 낮고 사회안전망이 극히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급진적인 개방은 자영업자의 추가적인 과잉사태를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것이다.

자영업자 과잉사태는 한정된 시장에서 그들간의 출혈경쟁을 가져와 중소기업의 설비투자여력, 연구개발 여력, 인력양성 여력을 소진시킨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여력 등의 소진은 성장잠재력 확충에 치명적인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경련이 600대 대기업의 설비투자 실태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03년과 2007년 사이 이들 기업들의 연평균 설비투자 증가율은 11.9%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한국은행이 전체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기업들의 연평균 설비투자증가율은 2.5%에 그쳤다. 중소기업의 설비투자증가율이 거의 0% 수준으로 급락했다는 의미이다.

□ 기업 규모별 설비투자 동향

(주) 한국은행 설비투자 개념은 전경련이나 산업은행 설비투자와 차이가 남. 전자는 기계류나 운수장비의 구입행위를 설비투자라 지칭하나 후자는 이 외에도 사업장 신축, 확장을 위한 토지 매입 등의 행위도 설비투자라 지칭함.
(출처) : 전경련, 산업은행, 한국은행 자료를 가공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들을 보더라도 중소기업의 생산성 하락과 중소기업들의 영세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진보진영의 학자들이 급진적인 개방을 거부하고 경제 수준에 맞는 적절한 개방, 선별적이고 점진적인 개방을 요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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