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청소년에겐 '재앙'일 뿐"

체전 개막일에 '폐지' 주장 나와…"학생들 인권 유린 묵인 말라"

8일부터 광주광역시에서 88회 전국체육대회가 열리는 가운데 전국체전을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각 지역에서 이뤄지는 무리한 사전 준비와 채점 방식 때문에 청소년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체육시민연대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참여정부는 학생선수의 인권이 철저히 무시되는 전국체전의 후원자 노릇을 하고 있다"며 "정부와 대한체육회는 더 이상 '체육 강국'이라는 위상과 '메달'이라는 실리만을 앞세워 학생선수의 인권을 유린하고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전국체전을 묵인하고 조장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누가 누구를 위해 희생되는가"
  
  체육시민연대는 "전국체전은 시대착오적이고 비정상적인 종합채점제로 순위를 매겨 지역자치단체들이 성적향상을 위한 스카우트에 수억 원의 예산을 낭비하게 만들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억대 연봉을 받고 조건이 좋은 지역으로 돌아다니는 철새 아마추어 선수를 양성화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한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체육시민연대는 "결국 어른들의 욕심 속에서 어린 학생선수들은 인간으로서의 '행복추구권'도 거부당하고, 학생으로서의 '학습권'도 박탈당한 채 운동의 노예가 되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체육시민연대는 "체전을 통해 '1등 광주, 1등 시민의 저력을 보여주자'고 외치는 광주시장의 의지를 위해 누가 희생되는가"라고 물으며 "체전 몇 달 전부터 학생들은 인간으로서, 학생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고 피땀 흘리며 성적을 내야 하는 운동기계가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2003년 3월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에 화재로 8명이 목숨을 잃고, 17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전국체전 출전을 앞두고 전북체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레슬러 김종두 군이 금메달을 목표로 46kg급에 출전하기 위해 평소 체중 54kg에서 무리하게 8kg을 감량하다 숨졌다.
  
  "체육회에 의한, 체육회를 위한 행사일 뿐"
  
  문화연대 체육문화위원회 정희준 위원장도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전국체전은 전형적인 국가주의 체육의 유산"이라며 "체전을 없애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체전이 바로 대한체육회와 그 산하에 있는 각 지역 시·도 체육회 존재의 이유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정희준 위원장은 "각 지역 체육회는 생활체육이나 아마추어 체육은 육성하지 않으면서 1년에 몇 억, 몇십 억 원씩 돌아가는 예산을 따내기 위해 전국체전을 유지하고 있다"며 "시·도체육회를 개편하기 위해서라도 체전을 없애는게 맞다"고 밝혔다.
  
  전국 16개 시도 광역자치단체별로 자리잡고 있는 체육회 지부는 평균적으로 예산의 70%를 자치단체에서 보조금으로 지원받는다. 이 중 전국체전 참가 및 훈련, 소년체전비 등 체전에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이 평균 60%에 달한다. (2006년 결산 및 2007년 예산 참고)
  
  "청소년의 인격과 교육권 침해하는 체전, 교육계도 관심 가져야"
  
  체전 폐기를 주장하는 이들은 전국적인 규모의 대회 대신 학습기간을 고려한 지역별 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체육시민연대는 "그 동안 학생선수들에게 학교는 '교육의 장'이기보다는 운동기능의 향상과 승리만 강요되는 혹독한 훈련과정과 폭력이 존재하는 '고통의 장'이었다"며 "이는 다른 말로 행복추구권과 학습권을 박탈하는 인권의 사각지대였다"고 지적했다.
  
  체육시민연대는 "학원체육 파행의 근본 원인인 현행 전국체전을 중·고등학교를 통합한 '지역별 청소년 스포츠 축제'(가제)의 형태로 개선해 진정한 체육인의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희준 위원장 역시 "초·중·고 학생 선수에게 필요한 건 전국대회가 아니다"라며 "수업의 결손이 없도록 각 지역에서 주말이나 방학기간을 이용해 대회를 열어 청소년의 인격권과 교육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체육계의 문제를 남의 일처럼 여기는 교육계와 학부모 단체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