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장성란 기자 | 2006-10-17 12:24:00 | 2016-05-12 15: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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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6일째인 16일 오후 1시 15분 해운대 야외무대에서 한국의 문소리와 프랑스의 이실드 르 베스코가 만났다. 주말 관객이 빠진 탓에 해운대는 전에 비해 훨씬 한산한 편이었지만 연기력으로 이름 높은 두 여배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에는 호젓한 분위기가 오히려 안성맞춤이었다는 평. <가족의 탄생>과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으로 이번 영화제를 찾은 문소리는 현재 경쟁부문 '새로운 물결'의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이실드 르 베스코는 이번 영화제 '프랑스 동시대 작가들' 특별전에 상영되는 브느와 자콥의 신작 <언터쳐블 L'intouchable>에서 주연을 맡은 프랑스의 젊은 배우. 문소리와 이실드 르 베스코는 한국과 프랑스 양국을 대표하는 젊은 연기파 여자 배우라는 것 외에도 또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문소리가 2002년 <오아시스>로 베니스영화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데 이어 이실드 르 베스코도 <언터쳐블>로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것. 같은 상으로 인연을 맺은 두 배우의 분위기 있는 대화를 해운대의 바다 내음과 함께 전한다.
이실드 르 베스코가 진행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문소리씨와 이실드 르 베스코씨 모두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활약이 대단하다. 문소리 "심사위원으로 일해야 하다 보니 매일 저녁마다 술과의 투쟁이다.(웃음)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영화를 챙겨보려면 술을 마실 수가 없다. 아직까지 새로운 물결 부문 진출작 10편 중에 5편밖에 보지 못했다. 부지런히 봐야 한다." 이실드 르 베스코 "부산에는 3일 전에 도착했다. 영화제 분위기가 너무 좋은데다 바다가 옆에 있어서 즐겁게 지내고 있다. 영화제 관계자와 관객 여러분들의 환대에 고마울 따름이다. 이번 영화제 방문을 통해 영화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 서로의 영화는 본 적이 있나? 문소리 "어제 <언터쳐블>을 봤다. 마음이 싸해지면서도 묵직한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 영화 속에서 이실드 르 베스코 씨 연기를 보면서 참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영화 안에서도 배우로 나오는데 배우로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연기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점에 감동했다." 이실드 르 베스코 "파리에서 <바람난 가족>을 본 적이 있다. <바람난 가족>은 그 해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 중 하나로 꼽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면서 같은 여자 배우로서 동질감을 느꼈다. 특히 마지막에 아이를 잃고 고통스러워 하는 부분에서 진한 감동을 느꼈다."
- 이실드 르 베르코씨는 보기에 전형적인 백인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언터쳐블>에서는 인도 혈통이 섞인 프랑스인으로 나온다. 이실드 르 베스코 "사실 프랑스에서는 내 외모를 보고 중국인 피가 섞이지 않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웃음) 그런 건 아니지만 실제로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다 푸른 눈에 금발은 아니다. 외모와 상관없이 인도 혈통이 섞인 프랑스인 역을 맡는 데는 아무런 거부감도 없었다." - 한국과 프랑스, 배우로 살아가기 어떤가. 이실드 르 베스코 "영화를 계속 찍으면서 영화의 대상이 되고 남에게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건 분명 기쁨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베드신과 같은 장면에서처럼 배우라는 직업 때문에 내 자신의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부분까지 보여줘야 한다는 점은 고통스럽기도 하다." 문소리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옷 입는 게 얼마나 중요하면 '의식주'에서 제일 앞에 '의'가 붙었겠나. 다른 사람들은 다 옷을 입고 있는데 나 혼자만 옷을 벗는다는 건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그럴 땐 스스로 내가 이 상황에서 당당해야 하는 이유를 되뇌어본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가지면 보는 사람들도 그걸 느끼는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든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 문소리씨는 올해 출연한 <가족의 탄생>,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모두 흥행에서 참패했다. 그럴 땐 어떤 생각이 드나. 문소리 "영화를 할 때마다 늘 많은 관객을 만나기를 희망하는 건 물론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초연해진 게 사실이다. 나 자신이 한국 관객의 한 명으로서 다양하고 희한한 영화를 많이 볼 수 있었으면 바람이 있기 때문에 흥행 여부에 상관없이 그런 영화들에 출연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또 이런 영화제에 오면 또 다른 반응들을 접할 수 있어서 시원한 기분이 든다."(웃음)
문소리와 이실드 르 베스코가 관객들에게 미소로 화답하고 있다.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문소리씨, 이실드 르 베스코씨 두 분 다 배우로서 대중에게 보여지는 이미지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 같다. 문소리 "요즘은 대다수의 배우가 매니지먼트를 통해 특정한 이미지를 구축한 상태로 연기 생활을 시작하는 게 보통이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난 이미지라는 게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오아시스>를 통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오아시스>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그걸 깨기가 많이 어려웠지만 영화를 7편 하면서 자연스럽게 또 다른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진정한 내 자신과 비슷한 이미지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다."(웃음) 이실드 르 베스코 "개인적으로는 대중에게 비춰지는 이미지에 대해서는 잘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내 자신과 전혀 다른 이미지가 형성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배우로서 내 이미지에 대해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남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라는 것은 딱히 배우뿐 아닌 모든 사람들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 문소리 "이실드 르 베스코씨에게 궁금한 점이 하나 있다. 20대 중반의 나이라고 들었는데 필모그래피도 다양하고 <반 값>이라는 영화로 감독 데뷔를 하기도 했다고 들었다. <반 값>은 어떤 영화인가? 앞으로도 계속 배우와 감독을 병행할 계획인가?" 이실드 르 베스코 "<반 값>은 15살 소년이 23살 여인을 만나 집을 뛰쳐나와 도망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아직 다음 감독작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도 배우생활과 함께 감독 일은 병행할 계획이다."
두 배우가 함께 무대를 떠나기 전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문소리씨는 감독 데뷔할 생각 없나? 문소리 "아니다. 난 그럴 능력이 못 된다. 감독들은 죽어서 지옥에 갈 것 같아서 겁나서 못하겠다."(웃음) - 문소리씨는 내년 봄에 방송되는 TV 드라마를 촬영 중이라고 들었다. 문소리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하고 있었다. 영화와 드라마 뿐 아니라 이제는 2년에 한 번씩은 꼭 연극에도 한 편씩 출연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배우만 그럴 게 아니라 감독이나 스태프들도 여러 장르를 경험해 보면 좋을 것 같다." - 오늘 서로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 문소리 "이실드 르 베스코씨가 영화에서 보기에는 굉장히 강렬한 인상이었는데 직접 보니 맑고 여린 모습이라서 놀랐다. 아직 <언터쳐블>을 보지 못한 관객 분들에게는 영화를 보시라고 꼭 권해드리고 싶다." 이실드 르 베스코 "오늘 문소리씨를 만나 굉장히 반가웠다. 프랑스에 돌아가서도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할 것 같다. 영화제 관객들이 문소리씨 이야기에 열렬히 박수를 쳐주는 것을 보니 내가 진짜 한국의 훌륭한 배우를 만났구나 하는 실감이 든다. 올해는 며칠 머무르지 못해 부산 곳곳을 둘러보지 못했는데 내년에 다시 와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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