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삶에 투영된 아일랜드 독립 투쟁의 역사

[Film Festival] 켄 로치 감독의 걸작,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감독 켄 로치 | 출연 킬리언 머피, 파드릭 딜레니 등급 15세 이상 관람 | 시간 124분 | 2005년 언제나 정치적인 주제를 영화화 하는 것으로 유명한 유럽의 대표적 좌파 감독 켄 로치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1920년대 아일랜드 독립 투쟁의 역사를 담은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내놓았다. 이 작품은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올 PIFF의 기대작 중 하나다. 영화는 수 백년간 계속되어온 역사를 거시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대신 아일랜드인들의 내부로 깊숙이 들어간다. 전쟁과 폭력이 달라지게 하는 것은 역사의 결말 뿐만이 아니다. 켄 로치 감독은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 변질돼가는 인간성을 한 형제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프레시안무비
런던의 병원에서 일하기로 한 젊은 의사 데미안(킬리언 머피)은 영국 군인으로부터 사살당한 친구와 기차역에서 폭행 당하는 역무원을 보고 아일랜드에 계속 남기로 결정한다. 데미안은 형 테디(파드릭 딜레니)가 이끄는 반군 조직에 가담해 적극적으로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나선다.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 집이 불타도 저항을 계속했던 독립군들은 결국 영국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이끈다. 그러나 영국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아일랜드의 자치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하자 독립군 내부에서는 분열이 일어난다. 이 제안이라도 수락해야 한다는 세력과 좀더 투쟁해서 완전한 독립을 이뤄야 한다는 세력으로 나뉘어지면서 두 형제의 인생도 갈라지게 된다. 영국군으로부터 동지를 잃고 고통을 함께 나눴던 이들은 이제 총부리를 서로에게 겨눈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 주목하는 것은 역사의 충실한 재현이 아니라 폭력의 순환에 따른 인간성의 상실이다. 영화는 그 변화의 과정을 밀착해 따라간다. 기본적인 군사훈련조차 받지 못했던 독립군들은 항쟁이 계속되면서 영국군 못지 않은 전략과 무기를 갖출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두려움 때문에 밀고자가 된 17살의 소년을 제 손으로 처형하고 대의를 명분으로 폭행 당하는 동지의 가족들을 외면하기도 한다. 역사는 그렇게 계속 흘러간다. 급기야 영국정부와의 협상을 놓고 서로를 죽고 죽이는 새로운 비극이 시작되지만 켄 로치는 누구에게도 비난과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 뜻밖의 바람을 맞아 때 이르게 떨어진 보리알처럼 그들도 거대한 역사 속에서 뜻하지 않는 운명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 시절 아일랜드의 언덕에 불었던 바람은 공간과 시간을 넘어 50년 넘게 민족간의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의 가슴속으로도 밀려들어온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에 남는 것은 영화의 감동이 아니라 가슴을 치는 비통함이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프레시안무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기간 동안 야외상영장에서 단 한 차례 상영된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극장 개봉을 통해 일반관객도 찾아갈 예정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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