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영화제가 올해로 3회를 맞았다. 21세기는 환경문제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지구촌 곳곳의 자연이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 서울환경영화제는 우리 가까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문제를 다룬 재미있고 의미있는 작품들을 소개함으로써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는 역할을 해왔다. 올해는 가정의 달 5월로 개최시기를 변경하고 그에 걸맞게 온가족이 다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무장했다. 서울환경영화제의 모은영 프로그래머가 서울환경영화제가 어떤 영화제이며, 제3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친절하게 소개한다. - 편집자
넓디넓은 초원 위에 얼룩소 한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라디오에서는 즐거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평생 먹을 싱싱한 풀이 가득하니 이 곳이 바로 천국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문득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리포터의 말이 얼룩소의 귀를 자극한다. 가축에게 치명적인 독성이 초원 가득 퍼졌다는 것. 순간 맛있는 풀은 독으로, 천국이었던 그 곳은 지옥으로 변해 버린다. 사방을 둘러봐도 위험천만한 풀로 둘러싸인 진퇴양난의 위기. 얼룩소의 선택은 기상천외, 엽기발랄한 방식으로 현실을 싹 무시해 버리는 것이었지만 만약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때로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 인식하는 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모르고 있을 때는 맛있는 음식이었지만 오염된 사실을 알고 난 후 독이 되어 버린 얼룩소의 풀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도 어쩌면 이미 심각하게 오염되고 독으로 가득한 곳일지도 모른다. 다만 미처 의식하지 못했거나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 개막작 <9시 5분>을 시작으로 오는 5월 4일부터 시작되는 제3회 서울환경영화제는 이렇듯 모른 척 해왔지만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환경에 대한 다양한 관심과 고민, 희망과 함께 하는 자리다. 독이 퍼진 초원에 갇혀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얼룩소의 기상천외 위기 대처법 <얼룩소 이야기>를 비롯해 전 세계 28개국에서 온 109편의 무공해 환경 영화들이 관객과의 조우를 기다리고 있다. . 가족의 달에 만나는 영화 그리고 환경 이야기 인간의 생존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환경은 그래서 더없이 절박한 문제지만 동시에 가장 일상적인 것이기도 하다. 올해부터 5월로 시기를 옮긴 서울환경영화제 역시 거창한 담론으로서의 환경이 아닌 몸으로 익히고 실천하는 환경, 일상으로서의 환경 이야기에 방점을 두었다. 일반 관객들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극영화와 올해 안시 본선 진출작인 박영민 감독의 <트리 로보>를 비롯해 애니메이션의 비중을 높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림 속 곤충나라에 들어간 10살 소년 에릭의 모험을 담은 <곤충나라의 에릭>이나 <아무도 모른다>로 깐느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아기라 유야 주연의 <별이 된 소년> 그리고 <펭귄, 위대한 모험> 등은 온 가족이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함께 생각할 가족영화로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일본의 거장 미이케 다카시의 <요괴대전쟁>은 버려진 쓰레기들을 요괴와 결합해 인간에게 복수하는 요괴 대왕과 선택된 소년의 한판 승부를 다룬 액션 모험극.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 분장으로 재현한 1000여종의 일본 토종 요괴들과 화려한 액션이 화끈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버려진 쓰레기들의 반란은 필요 이상으로 사서 함부로 물건들을 버려대는 우리의 일상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천방지축 6세 손녀 마리나와 고집불통 75세 할머니 마리타의 좌충우돌을 담은 다큐멘터리 <우리 할머니 집>도 주목할 만하다. 2005년 암스테르담 다큐멘터리 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세대를 초월한 두 여성의 교감을 때로는 감동으로 때로는 건조하게 담은 스페인판 <집으로...>! 두 사람의 교감은 50년도 더 넘은 낡은 할머니의 집을 통해서다. 마리나의 부모이자 마리타의 자식들은 낡은 할머니의 집을 헐어 새 집을 짓고자 하고 무너져 내리는 집을 보며 눈물짓는 마리타와 마리나의 모습은 정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새삼 느끼게 한다. . 생존과 보호, 개발과 파괴의 딜레마 낡고 오래된 것은 없애고 자꾸만 새로운 것, 편리한 것만 추구하는 우리들, 사실 생존과 보호, 개발과 파괴라는 모순된 태도는 인간과 자연의 숙명이자 본능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살기 위해 다른 생명을 없애야 하는 것은 냉혹하지만 당연한 자연의 법칙이지만 인간의 이기심은 이러한 질서 자체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개발과 파괴, 그로 인한 생존의 문제, 도시를 중심으로 한 반환경적인 삶과 먹을거리의 위기, 자연 재해 등 무분별한 개발이 가져온 각종 위기들, 개발의 과정 속에 파괴되는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 등. 50편의 장, 단편이 상영되는 '널리 보는 세상' 부문과 20편의 작품이 상영되는 '국제 환경영화 경선 부문'에서는 바로 이런 문제들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절박한 고민들을 만날 수 있다. <밤의 목소리> 같은 작품들이 자연 재해 이후 살아남은 이들의 슬픔과 아픔, 희망을 이야기한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대도시에서 착취 받는 여성, 청소년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메이드 인 차이나>와 <상하이 상하이>, 극영화 <아버지를 찾아서> 등은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인간 존엄성 문제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어 온 근대화의 잔인한 이면을 상기시킨다.
이와 함께 새만금 간첩 사업으로 인해 대대로 이어온 삶의 공간을 잃어버리게 된 여성 어민의 분노와 투쟁을 담은 <계화갯벌 여전사전 1>은 당장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갖고 지켜볼만 하다. 인간을 공격하는 야생 호랑이와 그를 추격하는 사냥꾼의 대결이라는 극적인 소재를 담은 독특한 다큐멘터리 <사선에서>는 생명의 법칙을 어지럽히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준엄하게 비판한다. 울창한 숲 깊은 곳에 살던 호랑이는 왜 인간을 공격하게 된 것일까? 답은 영화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오직 한 번이듯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역시 오직 하나 뿐이다. 환경은 우리가 존재하기 이전부터 시작됐고 우리가 죽은 이후에도 계속될 오래된 미래다, 하지만 너무도 당연한 말이겠지만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공기와 땅, 물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조금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환경 문제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재미있는 환경 이야기에서 생존에 대한 조금은 진지하고도 절박한 고민, 그리고 '테마전'에서 마련한 100% 천연 운동 자원으로서 우리 몸에 대한 재고 등 작지만 소중한 환경 이야기. 다가오는 5월에는 영화와 함께 우리의 오래된 미래인 환경을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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