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친일파 땅 찾기 소송' 송병준에 패소판결

국회의 '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특별법' 제정여부 주목

법원이 '친일파 땅 찾기' 소송에서 친일파 송병준의 증손인 송 모 씨 등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이혁우 재판장)는 송 씨 등 7명이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미군부대 '캠프마켓' 일대 13만여 평을 돌려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등기 말소 소송에서 "해당 토지가 일제시대 당시에 조사과정을 거쳐 소유권이 송병준에게 있는 것으로 결정돼 송 씨 측이 원시적으로 취득한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지난 1996년에 송 씨 등에게서 일부 토지를 양도받은 영진교육재단이 국가를 상대로 같은 소송을 내 패소한 적이 있어 이와 배치되는 판결을 선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 "송병준 땅 소유권 주장 이유 없다. 국가소유 인정"**

재판부는 또한 "해당 토지는 송병준이 원시 취득해 일제시대에는 송병준이 소유자였던 것으로 보이지만, 대한민국의 옛 토지대장과 임야대장 등에는 강 모, 동 모 씨를 거쳐 국가 명의로 소유권이 이전돼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송 씨 등은 옛 토지대장과 임야대장이 위조됐거나 사후에 허위작성됐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해당 토지의 원 소유자임을 주장하며 재판에 제3자로 참여한 애국지사 민영환 선생의 후손 15명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소송대상이 된 땅은 인천시 부평구의 한복판인 산곡동 일대 13만3000여 평의 땅으로 현재 대부분이 미군기지인 '캠프마켓'에 속해 있으며, 공시지가만 3000억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씨 등은 지난 2002년 9월 "송병준 소유였던 이 땅이 일본군 병참기지로 사용되다가 해방 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강제적으로 국가소유가 됐다"고 주장하며 13만여 평 중 2956평에 대해서만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이 땅은 인천 시민단체들과 시민들이 7년여에 걸친 반환운동 끝에 2002년 미군기지 이전 결정을 끌어냈고, 2008년 국가에 반환될 예정이다.

***'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특별법' 제정돼야 '친일파 땅 찾기' 막을 수 있어**

한편 친일파의 땅 찾기 움직임과 관련해 국회에서 '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특별법'이 제정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번에 송병준의 후손은 땅 찾기 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지만, 이완용의 증손자를 비롯해 친일파 후손이 토지반환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가 제법 많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친일파 후손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 소송은 총 23건이고, 이 가운데 16건에 대해 법원의 판결이 나왔으며, 친일파 후손이 승소한 소송은 8건이다. 법원으로서는 '국민감정'을 고려하면서도 법률적 판단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 차원에서 친일파 후손의 재산 환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최근 수원지법 이종광 판사는 '을사오적'에 속하는 이근택의 형 이근호의 손자가 낸 소송에서 "원고는 국회의 재산권 제한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현행 법질서가 잠정적인 상황을 악용해 소를 냈다"며 "이런 위헌적 법률 상태가 입법으로 해소될 때까지 재판청구권 행사를 일시 정지한다는 의미로 소를 각하한다"는 판결을 내리는 등 법원에서도 국회의 입법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는 다음 달 초 관련 특별법안을 법사위에 상정할 방침이어서, 특별법이 실제로 제정돼 '친일파 땅 찾기'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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