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ㆍ정ㆍ청, 토지공개념 논란 확산에 '곤혹'

민노-시민단체 압박에도 8월 부동산 대책에서 빠질 듯

토지공개념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토지 공공성 강화 차원에서 시민단체들이 대안으로 내세우는 토지 보유세 강화 방안 등에 청와대와 정부, 열린우리당이 18일 일제히 난색을 표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정부 스스로 "7월 현재 땅부자 상위 1%와 5%가 각각 전체 사유지의 51%와 82.7% 소유하고 있다"고 발표해놓고서도 정작 토지 소유의 심각한 편중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는 "토지 지니계수(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0.8을 넘어선 것은 혁명적 상황"이라고 정부 여당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하며 토지공개념 관련 제도의 즉각적인 도입을 촉구했다.

***청와대 "토지 보유세 논의된 적 없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부동산 종합대책은 당정 협의의 틀 내에서 8월말까지 안을 마련하기로 돼 있다"며 "당정 협의 내에서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보유세 강화 등을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일각의 관측을 일축한 것이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 안팎에서 이같은 아이디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정 협의라는 논의의 틀 외에서 제기되는 의견들을 공식적인 정부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영주 경제정책수석도 기자간담회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당정 협의를 해서 분야별로 점검하고 있는데, 땅 보유세 문제는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박병원 차관보도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김인영입니다>에 출연해 "토지공개념이라고 말하면 너무 강하게 느껴지지 않느냐"며 "과거 토지공개념이라는 이름 아래 도입했던 것들이 위헌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토지 이용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표현이 좋을 것 같다"고 토지공개념 논란의 재점화에 따른 난처함을 드러냈다.

박 차관보는 또 "투기적 행위로 발생한 이익은 마지막 한 톨까지 환수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투기를 원천 봉쇄하고 주택과 토지의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병행해 나갈 것"이라는 추상적인 답변에 그쳤다.

***우리당 "토지 문제는 8월 넘어야 할 것"**

열린우리당에선 일부 개혁성향 지도부가 토지공개념 부활에 적극적인 입장을 내비쳤으나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미경 상임중앙위원은 이날 "지난 89년에 제정된 '토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이나 '토지초과 이득세법' 등 토지공개념 관련 법률이 위헌 결정으로 폐기된 것도 토지 소유의 편중을 초래한 이유 중의 하나"라며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토지 보유 실태를 공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국공유지 비율이 우리나라는 30%인데, 이는 미국의 50% 보다도 낮고, 대만의 69%, 싱가포르의 81%와 비교해도 매우 낮다"며 "토지 소유의 편중이 심화된 것은 토지공개념이 후퇴하고 개발이익이 대부분 토지 소유자에게 귀속되고 있는 제도의 맹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정협의의 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채수찬 의원은 "이번 주부터 당정협의 과정에서 토지 문제를 들여다 보려고 한다"며 "구체적인 진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대책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채 의원은 "일부 지역의 주택 문제만 갖고서도 당정협의를 10번이나 했는데, 전국적인 토지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그보다 좀 더 걸리지 않겠느냐"며 "토지 관련 대책은 8월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 시기보다 더 가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시민단체 "여권 토지 관련 문제의식 결여"**

시민단체들과 민주노동당은 "여권이 토지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다"고 정부 여당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하며 "위헌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즉각적인 공개념 관련 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경제민주화실천연합' 윤순철 정책실장은 "여권이 위헌 소지 때문에 토지공개념 제도를 안고 싸우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하늘이 두쪽 나더라도 부동산 문제는 잡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도 실제로는 '하늘이 두쪽 나야 잡겠다'는 말이 아니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이선근 본부장도 "헌재의 토지공개념 제도에 대한 위헌 판결은 정부가 객관적인 기준 없이 세금을 때리는 것이 위헌이라는 것"이라며 "토지나 집값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세금을 매기라는 게 판결 내용이기 때문에 재산권 제한 사유에 합당한 정확한 기준을 마련하면 토지공개념을 부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또 토지공개념 법제화의 방안으로 토지 공유제 확대 및 국공유지의 장기임대 제도, 공정 임대료 제도, 1가구 2주택 이상에 대한 주택 담보대출 제한, 세제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 본부장은 "우선적으로 국가가 토지를 많이 보유해서 임대주택을 짓거나 상가건물을 지어 임대하는 방식(토지 공유제 및 국공유지 장기임대제)을 도입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주택 임대료가 1년에 5% 이상 오르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공정 임대료 제도)하면 임대료 급상승으로 인한 집값 폭등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다만 "조세 제도를 우선하는 것은 조세 저항이 심각해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토지 가격이 집값에 반영돼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면서 "조세 제도는 토지공개념을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실련과 '토지정의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보유세 강화 등 조세제도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을 강조하며 "토지 보유세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생산과 유통에 부과하는 부가가치세, 근로소득세, 법인세 등을 감면하는 '패키지형 조세 개혁'과 개발이익 환수 장치의 강화를 통해 국지적,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박창수 정책위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 불로소득 방지가 목적이기 때문에 무리가 있는 소유 제한보다는 보유세 실효세율을 현 정부 임기 내(2007년까지)에 1%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8월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실련 윤순철 실장도 "보유세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법에 명시하고 거래세는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개발 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양도세를 강화하거나 일본처럼 '개발행위 허가제'를 시행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실장은 또 "부동산 거래량이나 거래 지수에 대한 정보를 독점해 나타나는 폐해가 적지 않다"면서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 민간 차원에서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가 없다"고 '토지-주택 정보공개법'의 우선적인 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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