賞ㆍ罰 명확해야 구조조정 성공

공적자금 부실, 관료 보신주의ㆍ미봉책이 문제 핵심

지난달 말 감사원이 발표한 공적자금관리에 대한 감사결과는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 많은 우려와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5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의 운영이 부실하여 우리 당대는 물론 궁극적으로 후대에게까지 지속되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 최초의 공적자금이 조성되었을 때 가장 우려하였던 상황이 현실화되는 것으로 보여 더욱 심정이 착잡하다. 실상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금융구조조정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우려하였던 바는 공적자금의 규모에 따른 부담보다는 이를 통해 구조조정을 수행해본 경험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구조조정의 대상이 과거 정부가 선단식으로 운영해온 금융기관들이라는 점에서 이와 같은 걱정은 더욱 커졌다. 우리 금융시스템을 구성하는 수많은 금융기관들 중 외환위기 이후 이렇다 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은 거의 없었다. 또한 자율적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물론 민간의 인적자원 또한 전무했다.

더구나 외환위기와 함께 그나마 과거 금융산업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을 보여 왔던 경영진들이 대부분 퇴출됨에 따라 민간 스스로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창조적으로 이끌어갈 태세가 전혀 갖춰지지 않았던 것이다.

공적자금의 효율적 운영에 대해 학계에서는 간헐적이나마 지속적인 연구가 발표되어 오고 있다. 그 중 최근 들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학설은 ‘구조조정 과정에 공적자금과 민간자금의 혼합된 이용에 대한 이론’이다.

***한국식 구조조정, 처음부터 도덕적 해이 위험성 내포**

요약하자면 금융위기시 구조조정은 공적자금과 민간자금 중 택일하여 한 종류의 자금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적자금과 민간자금을 혼용하는 경우 공적자금의 운영에 따른 시장참여자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현상을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의 구조조정은 금융산업 전체에 걸쳐 대상금융기관이 극단적으로 많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통제가 극히 어려워 도덕적 해이 현상이 만연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단점이 예상되는 데도 불구하고, 금융위기의 규모 및 심각성을 감안할 때 정부의 무한정적인 자금공여, 즉 공적자금만 이용하는 구조조정은 불가능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즉,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 발발로 금융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금융시스템을 구성하는 모든 참여자가 건전성을 확보할 만큼 충분한 공적자금을 조성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따라서 민간과 정부가 동시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민간의 자발적인 노력과 정부의 공적자금을 이용한 구조조정이 한 데에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효과를 기대했던 것이다.

이처럼 상황은 어렵고, 예상되는 문제점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구조조정의 성과에 기대를 모으며 인내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대규모 공적자금 운영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감사결과가 말해주는 바와 같이 현재와 같은 공적자금 운영이 지속될 경우 정부에 대한 신뢰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지는 아무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과거 금융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선진국의 모범사례를 통해 시사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가 참고한 해외 사례는 크게 미국과 북구의 경험이었다.

***미국형보다 북구형이 한국과 유사**

미국의 경우 잘 발달된 자본시장을 배경으로 다양한 금융기법을 이용하여 구조조정을 수행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자산유동화기법 등 미국의 발달된 자본시장 수단들을 연구함으로써 금융시장 하부구조의 선진화를 꾀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몇 년간 의욕적으로 도입하였던 구조조정 수단들이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한 점을 볼 때 자본시장을 이용한 구조조정이 본격적인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다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구 삼국의 경우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본시장의 발달이 미흡했고 금융위기의 발발과 함께 불안의 확산속도가 빨라 정부 주도로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구조조정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사례보다 훨씬 유사하다.

그러나 이들 국가가 남달리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주도에도 불구하고 민간부문의 경영방식을 최대한 활용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해외 유수의 투자은행 및 컨설팅회사를 이용하여 구조조정 관련 전문성을 보완한 것은 물론, 공적자금을 이용한 부실자산정리기구에도 민간부문에 버금가는 보상체계를 유지하여 구조조정의 성과를 극대화하였다.

이들 구조조정 전문기구를 정부가 철저히 감독하면서 성과가 부진한 경영진은 즉각적으로 퇴진시키는 한편 우수한 성과에 대해서는 충분한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은 선진국의 사례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공적자금 운영의 핵심 문제가 드러난다. 바로 구조조정의 주체가 비전문적인 정부 관료라는 점이다.

관료조직이란 기본적으로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보수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에 비해 부실자산정리를 비롯한 금융산업 구조조정은 현대 재무관리기법 중 최첨단 금융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급변하는 환경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보다 동태적인 전문가들에 의해 진행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비전문적 관료 주도, 미봉책 남발이 문제의 핵심**

그러나 우리 경우는 어떠했는가. 관료들의 비전문성 문제는 제외하고라도 외환위기 이후 현재까지 구조조정을 일관되게 책임지고 수행해 온 정책담당자가 과연 있는가? 구조조정 담당 관료들이 자신의 임기 중에 문제가 터지는 것만 우려해서 공적자금을 임시변통적으로 운영해 온 것 아닌가? 그래서 결과적으로 구조조정 비용만 기하급수적으로 증대시킨 것 아닌가?

정책을 담당한 관료들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자. 과연 이들이 언제 끝날지도 모를 임기 중에 장기적인 성과가 기대되는 정책을 소신 있게 펼칠 유인이 있을까? 괜히 의욕만 앞세우다 사고만 부를지도 모르는데.

필자가 담당 관료라면 절대로 그런 바보짓은 하지 않겠다. 그저 자신의 임기 중에 큰 사고만 나지 않으면 될 일이다. 기왕에 조성된 공적자금으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만 슬쩍 덮어 가면 될 문제이다. 혹시 업무수행의 결과에 따라 눈에 띄는 진급이 보장된다거나 엄청난 금전적 보상이 있는 경우라면 몰라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의 금융구조조정은 민간의 노력과 정부의 공적자금이 원활하게 융합하여 시너지를 거두는 경우에만 성공이 보장되는 어려운 과제이다. 따라서 행여 정책담당자가 안이하게 대응하는 경우 공적자금이 헛되게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다시 말해 정책담당자들의 업무수행 능력이 향후 우리가 자손들에게 막대한 빚을 물려주게 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주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이제라도 공적자금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주체에 대한 보다 신중하고 현실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잘하는 이에게는 이에 걸맞는 상을, 못하는 이에게는 엄격한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