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코드 쇼' 전재용, '별' 하나 더 다나?

검찰, 추징금 수사 관련 전두환 자녀 중 최초 소환…피의자 신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 씨가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수사와 관련해, 직계 자녀 중 처음으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3일 오전 7시께 재용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재용 씨는 2004년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당시 검찰에 출석하며 1994년에 단종된 콩코드 승용차(당시 시중가 30만~80만 원)를 타고 온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콩고드 쇼'를 한다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런 그가 아버지의 미납 추징금과 자신의 범죄 혐의 등으로 검찰의 칼끝 앞에 다시 선 것이다.

재용 씨의 '콩코드 쇼'는 당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아버지가 법정에서 "전 재산이 29만1000원"이라고 밝혀 판사와 설전을 벌였던 후라 더욱 그랬다. 아버지처럼 아들도 '사실상 무일푼'이라는 행세를 하기 위한 겉치장으로 콩코드 승용차가 선택됐다는 말들이 나왔다. 그가 콩코드 차를 타고 서초동에 나타나기 2년여 전, 그는 이태원 등지에서 수십억 원대 고급 빌라 3채를 사들였었다. 폐차 직전의 콩코드와 고급 빌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2004년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문제의 빌라는 최근 자신의 자녀 친구의 학부모에게 시세보다 싼값에 매각됐다. 그것도 지난 6월 27일 자녀의 재산까지 추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근거를 담은 '전두환 추징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로 그날이었다.

재용 씨는 부동산 사업 등을 벌이는 것으로 생계를 꾸려왔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부동산 구입 자금의 출처는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그나마 경영도 썩 잘하는 것은 아니다. 재용 씨가 소유한 부동산 회사 비엘에셋은 현재 자본 잠식 상태다. 이 때문에 그가 정상적인 사업 방식이 아닌, 탈법과 편법을 동원한 사업 방식을 통해 수익을 올려 왔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004년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때도 그랬지만, 전 전 대통령 '비리'의 악취가 나는 곳에는 언제나 재용 씨가 있다. 사생활도 복잡하다. '콩코드 쇼'를 하던 당시 그는 유명 탤런트와 염문을 뿌렸었다. 바로 탤런트 출신 박상아 씨다. 전 부인과 이혼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혼해 '중혼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재용 씨와 부인 박상아 씨는 최근에도 말썽을 일으켰다. 자녀의 외국인 학교 부정 입학으로 박상아 씨는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아 입길에 올랐다.

▲ 지난 2004년 2월 6일 오전, 증여세 포탈 혐의 등을 받던 전재용 씨가 자금 출처 등을 조사 받기 위해 대검찰청에 나와 1990년식 콩코드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오산 땅 불법 증여 혐의…증여해준 외삼촌은 이미 구속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혐의는 어떤 것일까. 먼저 재용 씨는 2006년 12월 외삼촌인 이창석 씨로부터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 땅을 불법 증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재용 씨가 지분을 각각 100%, 60% 가지고 있는 비엘에셋과 삼원코리아가 이 같은 거래에 동원됐다. 전 전 대통령의 처남인 이 씨는 이미 지난달 19일, 재용 씨의 회사에 자신의 경기도 오산 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124억 원을 탈세한 혐의(특정 범죄 가중 처벌법의 조세 포탈)로 구속된 상태다. 이 씨는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재용 씨가 이 씨로부터 오산 땅 1만6500㎡, 임야 26만4000㎡를 불법 증여받는 과정에서 세금을 탈루하기 위해 두 회사 명의로 땅을 매입하는 것처럼 허위 신고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 씨로부터 증여 과정이 적힌 문건을 확보했고,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을 관리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재용 씨는 장모 윤 모 씨와 처제 박 모 씨 등 처가 식구들을 통해 미국에서 수십억 원대 부동산을 차명 보유하고, 해외 투자를 가장해 비자금을 국외로 유출한 의혹도 사고 있다.

특히 재용 씨가 2003년과 2005년에 부인 박상아 씨의 명의로 미국 애틀랜타, 로스앤젤레스의 고급 주택을 매입한 후 박 씨 어머니로 소유주를 변경한 의혹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박 씨는 애틀랜타의 주택을 산 지 6개월 만에 어머니 윤 모 씨의 이름을 딴 법인으로 해당 주택을 넘겼고 로스앤젤레스의 주택 역시 매입 열흘 뒤 같은 법인으로 넘겼다. 해당 주택의 가격은 각각 36만5000달러(4억여 원), 224만 달러(23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가 2003년에 서둘러 애틀랜타의 주택을 처리한 배경과 관련해, 당시 재용 씨를 둘러싸고 벌어진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및 조세 포탈 사건 등을 의식한 탓이 아니냐는 의문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검찰은 고가의 주택을 구입하는 데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쓰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미 지난달 25일, 윤 모 씨와 박 모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재용 씨 부인인 박 씨가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문제가 된 주택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사용했는지 여부와 관련해 박 씨를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용 씨는 2002~2003년 자신이 대표로 있었던 벤처기업 웨어밸리 미국 현지 법인에 20만 달러 이상을 송금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은 이 돈의 일부가 비자금일 수 있다는 강한 의심을 갖고 있다.

전과자 전재용, 이번에 '별' 하나 더 달까?

전재용 씨는 이미 '전과자'다.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됐던 그는 2004년 2월 11일 구속됐고, 5차례의 재판 끝에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60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재용 씨가 보유한 무기명 채권 73억 원어치가 아버지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것이라는 사실이 2007년 확인됐다. 그러나 검찰의 의지 부족 등으로 이 돈은 추징금으로 환수하지 못했었다. 해당 채권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란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환수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재용 씨 가족은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문제뿐 아니라 최근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숱한 화제를 뿌렸다. 지난 7월 12일 인천지방법원은 그의 부인 박상아 씨에게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서울의 한 외국인 학교 입학처장인 외국인 A씨와 짜고 A씨가 근무하는 학교에 딸을 부정 입학시킨 혐의다.

외국인 학교에는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이거나 외국에 3년 이상 거주한 경험이 있는 사람만 입학할 수 있다. 그러나 박 씨는 딸이 2개월 동안 다닌 영어유치원의 재학증명서만으로 딸을 입학시켰다가 덜미를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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