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쯧, 10대 성매매라니!" 네 남편, 네 아빠는?

[프레시안 books] <조금 다른 아이들, 조금 다른 이야기>

여성학 강의를 할 때 강의하기 까다롭고, 수강자들을 잘 이해시키기 어려운 주제 중 하나가 '성매매'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성매매는 일부 일탈적인 여성들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근대 자본주의와 국가가 결혼과 이성애 핵가족 내 재생산의 성을 통해 노동력·인구를 통제, 관리하고, 그 바깥에 쾌락의 성, 상품화된 성을 배치하여 이를 통해 남성 노동자의 노동력이 재생산될 수 있도록 한 '자본주의적 일부일처제-성매매 제도'의 필연적인 구성물이다.

근대 부르주아 사회에서 중산층이 등장하면서 자유연애와 결혼 사이의 구별이 사라지자 자신들의 부인과 딸을 보호할 필요를 느낀 부르주아 남성들이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다른 창구로서 성매매를 승인하게 되었다는 에밀 뒤르켐의 분석이나 결혼과 매춘이 동전의 앞, 뒷면이라고 본 아우구스트 베벨의 주장은 모두 성매매가 일탈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성립에 원리적으로는 배치되어 있으면서 도덕적으로는 배제되고 있는 구조적 모순임을 보여준다.

그런데 성매매가 도덕적으로 배제되기 때문에, 다시 말하자면 '성 판매 여성'에게 도덕적 낙인을 찍음으로써 이 구조는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성매매와 자신을 연결시켜 사고하지 않는다. '성매매하는 그들'은 우리들의 인식론적 위상에서 어쩌면 텔레비전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미개 부족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이러한 구조적 설명과 함께 성을 판매하는 여성들이 어떤 개인사적 맥락과 현재의 상황 속에서 성 판매 경험을 하고 있는지를 드러내고, 그들의 입장에서 새로운 명명을 하고자 했으며, 궁극적으로는 성매매를 없앨 수 있는 다양한 방도를 고민해 왔다. 김고연주의 <조금 다른 아이들, 조금 다른 이야기>(이후 펴냄)도 이러한 고민의 결과물 중 하나이다.

▲ <조금 다른 아이들, 조금 다른 이야기>(김고연주 지음, 이후 펴냄). ⓒ이후
저자는 대학원 석사 시절부터 거리에서 성매매를 하는 10대 여성들을 만나 연구를 해 왔으며, 이 책은 한 문제를 오랫동안 경험하고 고민한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연구 참여자의 속내 이야기, 연구자 자신이 속한 장에 대한 성찰로 가득하다. 언뜻 봐서는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운 조심스러운 제목도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누가 '성매매를 하는 10대 여성들'을 '조금 다른 아이들'로 여기겠는가?

이 책은 '아주 틀려먹은 아이들'로 여겨지기 십상인 그들이 '조금 다른 아이들일 뿐'이라고 제안한다. 그러나 그들의 경험을 연구자와 그들의 대화를 통해 따라가다 보면, 문제는 그들이 아니라 '우리'임을 알게 된다. 점점 더 계급적으로 양극화되어가는 사회, 값싼 노동력이자 상품 소비의 새로운 풀로 상정되는 10대, 조금 색다른 성욕 충족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10대 여성의 등장이라는 현실을 '그저 없는 걸로 치고' 살아가는 우리들은 10대 여성의 몸과 성을 통한 자본 축적 체제의 동조자들은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러한 질문을 떨치기 어려웠다.

1990년대 중, 후반 우리 사회에서 거리에서 성매매를 하는 10대 여성들이 '원조 교제'라는 명명을 통해 처음 문제적인 현상으로 떠올랐을 때, 페미니스트들은 무성적이고 노동하지 않는 것으로 상정되어 온 '미성년 여성들'이 자신들의 성적 실천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남성 구매자와 협상을 벌이는 주체로 등장하였음에 불안함과 기대를 동시에 드러내보였다.

이들이 근대의 결혼과 가족을 중심으로 한 여성의 주체 위치에서 다른 주체화로의 길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동시에 이 주체화를 가능하게 한 자본주의의 변화, 남성 주체의 변화가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불안함이 동시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기대보다는 불안함이 이긴 현실이다.

이 책에서 잘 보여주듯이 거리의 10대 성매매 여성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가난하고, 그녀들의 성적 실천은 가격이 떨어져 희소성을 기반으로 한 협상력을 발휘하기 어려우며, 연애와 성적 실천이 결합해 있었던 '원조 교제'는 연애 서비스를 특화한 '애인 대행'과 성교 서비스를 특화한 '조건 만남'으로 분화되어 훨씬 더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상품 거래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그야말로 자본주의적인 상품의 분화라고나 할까.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그래서 한때 성매매를 경험했던 10대들의 '평범해지기 위한 고군분투'를 그린 마지막 장은 더욱 감동적이다. 중단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며 자립할 수 있는 직장을 찾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지속적으로 맺으며 자신들의 가족을 만드는 이들의 노력은, 시작부터 결말을 짐작할 수 있는 흔한 휴머니즘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느낌으로 가슴을 울린다.

명명되어지지 않는 이들의 경험을 명명하기 위해 그 경험 속으로 들어가 보는 방법론을 중시하는 페미니즘의 학문적 태도가 어떻게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고, 현실을 변화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는지를 살필 수 있는 좋은 사례일 것이다.

최근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성매매가 성 노동인지, 성 판매자들에 대한 억압인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논쟁의 편 가름 구도가 문제적이라고 본다.

성매매가 성 노동임을 주장하며 성 판매 여성들이 보다 안전한 상황에서 협상력을 가지고 성을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측에서는, 성매매 반대가 곧 성 판매 여성들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오해를 하고 있다. 성매매를 성 판매 여성들에 대한 억압으로 보는 측에서는 성매매가 '성을 판매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의 보편화' 즉 자본주의적 상품 생산 관계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차원보다는 식민지 국가에서의 성매매의 의미화, 국가의 남성 중심적인 도덕적 규제라는 차원에 더 초점을 맞추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보여주는 거리의 10대 성매매 여성들의 존재와 경험은, 변화하는 자본주의 하에서 결혼과 가족의 변화, 노동력 관리와 재생산의 변화와 성매매의 양식 변화를 함께 질문하고 사고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런 측면에서 나는 성매매 논쟁의 구도가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성 산업 자본가에 맞서 자신의 노동을 통제할 권리를 위해 싸우는 일은 이에 한정되지 말고, 남성 중심적인 성적 환상, 그에 기초한 욕망, 결혼과 가족 제도 모두를 문제 삼아야 한다. 식민지 국가에서의 성매매의 의미화와 국가의 남성 중심적 도덕적 규제를 문제 삼는 질문도 국가가 자본주의 세계 체제의 성립과 더불어 구성되었음을 상기하며 성 산업 자본가에 맞서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투쟁 속에서만 우리는 진정 '다름'과 '다양성'을 문자 그대로의 풍부함과 개성으로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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