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된 라오스 탈북민 9명의 향방은?

[기고] 정부, 북한에 이들에 대해 물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월 6일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간 회담 개최를 제의한 것과 관련, "뒤늦게라도 북한에서 당국간 남북대화 재개를 수용한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국민들께서 정부를 신뢰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야당에서는 정상회담 개최 이야기도 꺼냈다. 발언 당시에도 '오버한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앞서 나가서 청와대도, 야당도 체면을 구겼다. 특히 모처럼 맞이하는 북측 손님들을 위해 야심작 '신뢰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판매하려 했던 남측은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하자 내부 수리를 핑계로 '커밍 순(coming soon)' 벽보만 붙여 놓은 채 가게 문을 닫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김칫국만 일찍 마신 셈이 됐다. 그 사이 잊고 있던 사건 하나가 불현듯 떠올랐다.

며칠 전 탈북자들과 만남에서의 일이다. 그들은 대화 내내 '라오스 외교 참사'에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외교부 대변인이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했다"는 한 참석자의 전언(傳言)에는 "정말이냐?"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으로 온 자신들의 경험담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북한에 있을 때 '총화(總和)'를 많이 해서인지 구술(口述) 능력까지 더해져 참석자 모두 그들의 소설 같은 이야기에 몰입했다.

강제 송환된 9명 청소년들의 향방에 대해 언급할 때는 국내 탈북자들만의 뒷담화 통로가 있는 듯했다. 대화 도중 머뭇머뭇 거리는 모습에서는 그 동안 겪은 고초를 차마 이곳 '남쪽 사람'들에게도 다 털어놓을 수 없는 트라우마(trauma) 같은 것을 지니고 있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이제 탈북에 성공, 안착하여 그들 자신의 긴 전쟁을 끝낸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잊고 있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 같아 민감한 질문 대신 모임의 취지에 맞게 북한 인권 문제로 이야기 화제를 돌렸다.

사실 북한 주민들에게 '인권'은 '동성애,' '트랜스 젠더'만큼 낯선 용어이다. 대학원에서 인권 수업을 듣는 탈북자 출신 학생도 북한에 있을 때는 인권이라는 단어를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절박한 북한 주민들에게 인권은 '샤넬 가방'처럼 사치였다.

그래서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남북 간, 한국과 라오스 간 외교이슈로 좁게 볼 게 아니라 탈북민의 인권문제라는 세계적 이슈로 보고, 국제사회 특히 난민관련 국제기구를 통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의 안가에 머물러 있던 탈북자 18명을 대사관 내로 이송하는 비밀작전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박 대통령도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이 상황을 내내 지켜보며 진두지휘했다고 한다. 앞서 9명의 북송 건으로 죽을 쑤고 있던 외교부로서는 당장 한시름 놓은 셈이다. 동시에 망가진 체면을 회복할 절호의 기회도 맞이했다. 미국과 국제기구가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 대변인의 우려 섞인 브리핑 이외에,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까지 나서서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이들의 암울한 운명에 대해 걱정하는 서한을 보냈다. 그의 정치적 비중을 생각한다면 중국으로서도 이를 완전히 무시할 수만도 없는 사안이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도 "라오스와 중국이 국제법상 금지된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저버린 것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며 "특히 대부분 고아로 알려진 이들이 송환된 이후 큰 처벌을 받거나 처형당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적으로 이미 여론화 된 어린아이에게까지 김정은 정권이 그런 참혹한 형벌을 내릴까하는 다소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지만 확신은 서질 않았다. 이미 김정일 정권 때 한국으로 온 이들의 의견 역시 서로 갈렸다.

아시아판 <월스트리트 저널>은 사설에서 이번 강제 북송을 두고 "유태인을 나치에게 넘기는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힐난했다.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는 중국의 처사를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마침 인권 문제에 대해 강경 발언을 감추지 않던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실세인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백악관 외교안보보좌관으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그녀 뒤를 이어 유엔 대사로 내정된 서맨사 파워 전 백악관 인권 담당 보좌관 역시 인권 문제에 관해서는 '까칠한' 인물이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 아시아 중시 정책을 강조해 온 오바마 행정부의 향후 대북 인권정책이 이들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북한에는 또 다른 외교적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제 북송된 9명의 향방에 대해 북측에 묻고 납득할만한 대답을 들어야 한다. 대화 재개 여부와는 별개로, 제대로 된 정부라면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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