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위' vs. '단독 데모'…뭐가 더 좋아요?

[프레시안 books] 사이시옷의 <일인 시위>

1인 시위에 대한 최초의 책이 나왔다고 해서 <일인 시위>(사이시옷 지음, 헤르츠나인 펴냄)를 읽었습니다. 1인 시위라는 말이 보편화된 것은 이 책에 나온 것처럼 참여연대의 윤종훈 회계사가 삼성 이재용 씨의 탈세에 대한 과세 촉구 1인 시위 때문이었지만, 사실 그 전에도 '혼자서 하는 시위'를 우리는 종종 보아왔었죠.

문제 많고, 한 많은 한국 사회에서 혼자서 하는 시위라도 하지 못했다면 우리네 민중은 모두 '홧병'이나 '억울병'에 걸려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군사 독재 정권 시절에는 1인 시위는커녕 말 한마디도 못하게 했었죠. 오죽했으면 아무도 모르는 화장실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욕하는 낙서가 그렇게 많았을까요? 어쩌면 현대판 1인 시위의 원조는 '화장실 안 1인 낙서'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용자'들이 화장실을 벗어나서 공개적으로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이승만을 구속 처벌하라" "박정희는 물러가라" "미국은 베트남에서 손을 떼라"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입니다!) 분단 독재의 살인적 통치에 맞서서 혼자서 그런 외침을 펼쳤다니 정말 지금 봐도 그 용기가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분들이 그런 일을 했을까요? 운동권의 전설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분들이 아니라 더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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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인 시위>(사이시옷 지음, 헤르츠나인 펴냄). ⓒ헤르츠나인
누구신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보시면 되겠죠. 그리고 이 책에는 바로 그런 용자들의 1인 시위를 당시에는 '단독 데모'라고 불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독 데모! 1인 시위보다 어감이 세고 뭔지 모를 긴장이 흐르는 단어이지만, '데모'라는 말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저로서는 매우 친숙하고 정감어린 표현이라고 생각됐습니다. '아 그렇구나. 이제 꼭 1인 시위라고 하지 말고 때로는 단독 데모라고라도 해야겠다' 하는 영감도 떠올랐고요.

이 책에는 책의 부제("홀로 서서 희망을 말하는 여덟 가지 일인 시위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의 의미 있었던 여덟 사람의 1인 시위 이야기가 나옵니다. 혼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1인 시위이지만, 그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절실합니다. 아주 절실해서 절로 공감이 갑니다. 나라도 같이 1인 시위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마음도 듭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 시대 가장 절박한 사연을 안고 있었던 여덟 분의 삶까지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의 미덕입니다.

그리고 역사 속의 유명한 다섯 가지 1인 시위 이야기도 나옵니다. 오래된 이야기라서 그런지 절박하다기보다는 예전에 이런 일도 있었구나 하면서 신기하고 재밌게 읽게 됩니다. 뒤에는 친절하게도 1인 시위에 대한 매뉴얼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일명 집시법)에 대한 설명도 나옵니다. 다들 언제든지 1인 시위를 잘 해보자라는 취지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불의든, 불이익이든 당하지 말고, 체념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기꺼이 집회든, 시위든, 단독 데모든, 1인 시위든 해야 개인도 살고 우리 사회도 더욱 발전하지 않을까요. 우리 국민이 겪고 있는 불의와 불이익은 반드시 시정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1인 시위에 대해서 다시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집회나 시위를 떠올릴 때마다 천부인권이라는 말을 생각합니다. 우리 헌법은 우리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이는 절대적 기본권에 해당할 정도로 중요한 인간의 권리라고 주창해봅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한 사회를 구성하며 말하고, 표현하는 것을 할 수 없다면 이미 그것은 인간도, 사회도 아닐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집회와 시위, 표현의 자유가 가장 중요한 민주 사회의 기본권이지만, 집회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진행해야 함으로 여러 모로 주최하는 측에서도 부담이 있고, 사회적으로도 관리 비용이 들게 되는 (그렇다 해도 집회, 시위, 표현의 자유는 전면 보장되어야 합니다!) 측면이 있습니다.

1인 시위는 누구나 손쉽게 진행할 수 있는 기본권 실현 방안이고, 사회적으로도 관리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결정적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필요에 따라서 다중의 집회가 보장되는 것이 당연한 만큼이나 많이 장려되어야 할 일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와 경찰은 (자기들에게도 참 편한) 1인 시위마저도 억누르고, 탄압하려 하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 회의 때 1인 시위까지 탄압하고 연행한 것이 압권이라 하겠습니다.

수고하시는 대다수 경찰관님들께는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한국 경찰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헌신적 수고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기본권에 대한 오해와 무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입니다. 즉, 헌법과 대법원 판례를 통해 확립된 표현의 자유, 집회의 권리, 노동3권, 양심의 자유 등 국민들의 중대한 기본권에 대해서 '아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죠.

말은, 헌법적 권리니, 적극 보장하느니 하지만, 실제 그들의 내심에선, "데모하는 것들, 빨갱이 것들, 노가대 것들, 말 많은 것들…"이라는 편견과 선입관 그리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한 시민들에 대한 적대적 태도와 권력에 대한 뒤틀린 충성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그들이다 보니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심지어 가장 합법적이고, 또 합리적인 1인 시위마저 봉쇄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실제로 위협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제발 경찰님들도 이제는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1인 시위는 누구라도, 언제든지 진행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억울한 사람 누구나, 하고 싶은 말 있는 사람 누구나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진행할 수 있습니다. 저도 수없이 많은 1인 시위를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어쩌면 '1인 시위 마니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배우 김여진 님도 참여했던 반값 등록금이 될 때까지 1인 시위를 지금도 광화문 광장에서 매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반값 등록금 1인 시위는 많은 이들이 서로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인기 만점 1인 시위'입니다. 그 만큼 1인 시위가 이제는 완전히 보편화 돼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1인 시위에 대한 최초의 대중적 출판물이라서 더욱 의의가 있어 보입니다. 잘 읽혀지는 장점도 갖췄습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좋아져야 하고, 그를 위해서 조그만 실천이라도 고민하는 모든 이들께 이 책을 권해봅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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