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은 6일 오후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갖고 "여야가 같이 국정 전반에 걸쳐 의견을 나누고자 회담을 제의해온 데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각종 국정현안이 원내에 많은 만큼, 여야의 원내대표를 포함한 5자회담을 열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는 곧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다. 김 실장은 브리핑 첫머리에서 "윗분의 뜻을 받들어 비서실장이 한 가지 발표를 드리겠다"고 했다. 김 실장은 "그동안 대통령은 여러 차례 여야 대표와의 회담을 제의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여당 대표와만 회담하신 것을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5자 회동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정치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정치권에서도 모든 일에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국민의 삶과 경제회복을 위해 힘을 기울여 달라"는 메시지를 낸 바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구체적 회담 일시 등에 대해서는 "실무선에서 논의가 있지 않겠느냐"고만 했다. 대변인이나 홍보수석이 아닌 김 실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은 배경에 대해서는 "여야 대표들 제안을 최대한 존중하는 의미"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려 있다. 김관영 대변인은 "영수회담 제안이 변질돼서 여기까지 왔다"며 5자 회담 역제안에 대한 불쾌감을 보였다. 김 대변인은 "김한길 대표가 '의제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한 건 영수회담을 전제로 한 얘기"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다만 "자존심은 좀 상하지만 대승적으로 제안을 수용하자는 의견도 있다"며 "수용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의 최종 방침은 7일 오전 최고위원회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어떤 현안을 의제로 할 것인가는 여당과 야당, 청와대의 의견차가 큰 만큼 조율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야당은 국가정보원 문제를 가장 중요한 의제로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을 국회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관련해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과 박 대통령의 사과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
반면 여당은 여야정 회동 의제와 관련해 "대통령께 국회의 일을 얘기하는 것은 여야회담 뒤 필요시 해도 충분하다"(5일, 황우여 대표)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역시 박 대통령이 '민생 우선' 기조를 강조하고 있고, 원내 계류 중인 국정 현안 논의를 위해 원내대표까지 참석시킬 것을 요구한 만큼 국정원 사태보다는 경제 등 민생 관련 법안 처리를 중하게 논의하자고 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사초(史草)가 증발한 전대미문의 일은 국기를 흔들고 역사를 지우는 일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태를 비난한 바 있다. 현재 여당은 검찰 고발의 당사자이고 야당은 검찰의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특검을 주장해 왔다. 박 대통령이 대화록 실종 사태를 회담에서 다시 언급할 경우 야당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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