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가 미국에서 우리를 구한 영웅, 스노든"

[해외발언대] 엘스버그 "누가 반역자라 하는가"

다음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기밀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행위에 대해 대니얼 엘스버그가 <가디언>에 기고(6.10일자)한 글이다.

'에드워드 스노든: 경찰국가 미국으로부터 우리를 구하다(Edward Snowden: saving us from the United Stasi of America)'라는 글을 쓴 엘스버그는 미국이 온갖 거짓말로 베트남 전쟁을 확대했다는 것을 드러낸 '펜타곤페이퍼'를 폭로해 베트남 전쟁 종식을 앞당긴 인물이다.

엘스버그의 이 기고문은 스노든의 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선언하는 동시에 "스노든의 행위는 정부의 거짓말을 폭로한 엘스버그의 경우와 다르다"거나 "합법적인 국가 활동에 대한 반역행위"라고 몰아부치며 보복을 경고하고 있는 미국 정부와 일부 정치권의 공격에 대한 반론이다.

엘스버그는 이 글에서 "스노든의 폭로는 미국 헌법에 대한 '합법적 쿠데타' 상태에 빠진 현실을 정상으로 돌릴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이다. <편집자>

(☞관련 기사: "구글·페이스북도 NSA 감시망…美 최고 정보기밀 폭로")
▲ 대니얼 엘스버그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폭로"라고 평가한 NSA 내부고발자가 <가디언>의 독점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신분까지 스스로 공개했다. 사진은 <가디언>이 제공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인터뷰 모습.

미국은 '합법적 쿠데타'로 헌법 파괴된 상황

미국 역사상 스노든의 NSA 기밀 유출보다 더 중요한 폭로는 없다고 본다. 40년 전 펜타곤 페이퍼도 분명히 이 기밀에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노든의 내부고발은 미국 헌법에 대한 '합법적 쿠데타'가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중요한 요소를 회복할 가능성을 선사한 것이다.

9.11 테러 사태 이후 미국에서는 건국 이래 투쟁 끝에 얻은 시민권들이 처음에는 은밀하게, 시간이 갈수록 공공연하게 무력화돼 왔다. 특히 영장 없이 정부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지 못하도록 한 수정헌법의 조항들은 사실상 파기됐다.

미국 정부는 외국정보감시법(FISA)에 따른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감청을 해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영장은 위헌적이며 포괄적인 내용으로 비밀법원에서 발부받는 것이며, 정부의 요청에 거의 자동적으로 이뤄져 실질적인 감시에 벗어나 있다. 전 NSA 분석가 로셀 타이스는 "고무도장을 찍어대는 불법법원"이라고 표현했다.

따라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법의 감시 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의회의 정보위원회가 감시한다고 하지만 마찬가지다.

이들이 감시하고 있다는 기관들이 서로 협력해서 저지르고 있는 고문, 납치, 억류, 암살과 함께 이들의 행위는 국민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의회 지도자들이 이런 행위들에 대해 보고를 받고 어떠한 공개적인 논의나 청문회, 분석, 반대 의견 표시도 없이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에서 견제와 균형 장치가 망가져있다는 것을 드러낼 뿐이다.

"완벽한 경찰국가 체제 구축"

국민의 프라이버시에 대해 정부가 침범하는 수준으로 볼 때 이미 미국은 경찰국가 체제를 갖추고 있다. 베트남 전쟁처럼 대규모 반전운동을 초래할 전쟁이나, 9.11 사태 정도의 공격이 또 발생한다면 미국의 민주주의가 우려된다. 미국은 전자적, 입법적 기반으로 볼 때 경찰국가적인 완벽한 체제를 갖고 있으며, 그 힘은 극도로 위험하다.

국가적인 비밀, 특히 통신 내용 같은 정보에 대해서는 비밀이 지켜져야할 정당한 이유들이 있다. 브래들리 매닝과 내가 '톱 시크릿'보다 더 엄격한 취급인가가 요구되는 정보를 입수하고도 이런 정보들은 폭로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스노든도 폭로할 수도 있는 대부분의 정보들을 유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위헌적인 프로그램을 감추기 위해 비밀유지 장치를 이용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1975년 당시 프랭크 처치 상원의원은 NSA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서 독재를 가능하게 하는 능력을 가진 기관이 있다. 이런 기관과 그런 능력을 부여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관들은 법과 적절한 감독 하에 운영되는지 반드시 감시해야 한다.우리는 이들이 무소불위가 되는 심연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단 그 심연에 빠지면 되돌아 나올 수 없다."

처치 의원은 "미국의 정보수집 능력은 언제든지 미국인을 향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어떤 미국인도 프라이버시의 영역이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당시는 디지털 시대 이전이다. 처치 의원이 경고한 것은 현실이 되었고, 게다가 지금의 미국의 정보수집 능력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미국의 정보기관 연합체, '슈타지'도 상상못할 수준

스노든이 폭로한 공식 비밀문서들이 바로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 NSA, FBI, CIA가 첨단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자국민에 대한 감시 능력은 과거 동독의 비밀경찰 '슈타지'조차 상상못할 수준이다. 스노든은 미국의 정보기관 연합체가 바로 미국의 '통합 슈타지'가 됐다는 것을 폭로한 것이다.

이미 우리는 처치 의원이 경고한 심연에 빠졌다. 문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그의 판단이 맞느냐 틀리냐다. 또한 그렇다면 실질적인 민주주의라는 것은 달성 불가능하냐는 것이냐다.

1주일 전이라면 나는 이런 질문에 대한 비관적인 답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안보 빙자한 자유 파괴 행위

하지만 스노든이 목숨을 걸고 정보를 폭로하고, 그의 행위가 일반 시민, 의회, 정부에 있는 여러 사람들에게 그와 필적할 용기를 내게 할 지식과 양심, 애국심을 고취시켰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예상하지 못했었지만, 심연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있다.

스노든이 폭로한 내용에 대해 의회가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여론의 압력이 가해지고, 다른 이들도 이런 흐름에 동참한다면 NSA 같은 정보연합체가 실질적인 감독과 규제를 받게 되면서 시민권 보호 장치가 회복될 수 있을지 모른다.

스노든은 NSA 감시프로그램의 본색을 알아차렸기에 그들의 정체를 폭로하는 행동에 나섰다. NSA가 위험하고 위헌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린 것이다. 미국과 외국의 시민들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전면적인 침범 행위는 미국의 국가안보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지키려는 바로 그 자유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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