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부흥' 앞에서 누가 일자리 창출 약속하나

[해외시각]"중산층 일자리 줄면서 성장하는 미국을 보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기 정부를 시작하면서 중산층을 위한 일자리를 많이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국내에서도 이런 약속을 하는 정치인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약속을 지키기 힘든 이유로 기술의 발전, 특히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로봇의 위협을 거론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로봇에 의한 일자리 대체는 산업 선진국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애플 아이폰의 하청업체로 유명한 중국의 팍스콘은 향후 3년 동안 100만 개의 로봇으로 기존 인력을 대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로봇의 일자리 대체'는 조만간 글로벌 현상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지난 4일 <파이낸셜타임스>에 게재된 'Obama must face the rise of the robots(오바마는 로봇의 부흥에 대처해야 한다)"는 칼럼은 이런 문제를 미국을 위주로 다루고 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미국의 웹휠이라는 제조업체에서 기계가 브레이크 드럼 페인트 칠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 3년간 한 명의 노동자도 새로 뽑지 않고 로봇으로 대체해 연간 30만대의 드럼을 추가 생산, 25%의 생산성 향상을 이뤘다. ⓒAP=연합

제조업체 일자리 증가 없는데, 제조업은 활발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은 컴퓨터가 가장 뛰어난 지능의 인간들을 넘어서는 실력을 보여줬다. 무인기는 미국의 무기로 쓰이고 있다. 무인차는 현실이 됐다. 이제 로봇의 부흥은 과학소설이 아니라, 오바마의 경제정책에서 다룰 수밖에 없는 중심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는 매달 자동화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불과 4000개 늘었으며, 지난해 7월 이후로 따지면 실제로 증가한 일자리는 없다. 그런데 같은 달 제조업 활동은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차이는 간단히 말해 로봇 탓이다. 로봇이 늘어날 수록 생산성과 성장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반면 중산층의 상황은 나빠졌다. 미국의 중간소득은 지난 5년간 연속 하락했다.

변화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전세계에서 제조업 고용은 위축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산업로봇으로 노동력을 대체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산업로봇은 독일과 일본의 제조업이 지배하고 있다.

로봇으로 노동자를 대체하는 중국 기업들

애플을 비롯한 휴대폰 조립업체인 팍스콘은 향후 3년간 100만 대의 로봇을 투입해 반복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얼빈의 한 레스토랑은 지난해 웨이터를 모두 로봇으로 바꾸었다.

2009년 중반 이후 미국의 일자리는 가사 보조 등 저숙련 노동에서 주로 늘었다. 그 다음으로 첨단 서비스 일자리가 늘었다. 중간 소득을 올리는 일자리는 줄었다.

경기침체 때 저임금 일자리가 22% 줄었는데, 경기 회복기에 들어선 뒤 58%가 감소했다. 중간소득 일자리도 비슷하다.

미국의 중간소득은 오바마가 취임할 당시에 비해 9% 정도 감소했다. 오바마가 이런 하락세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미국의 경제가 높은 성장을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 정책당국자들은 '지속적인 성장과 중산층 소득 감소'라는 양립할 수 없는 현상을 두고 씨름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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