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로 번진 '점령하라'…"우린 99%다"

[포토에세이] 미국ㆍ영국ㆍ독일ㆍ호주 등 80여개국서

지난 17일로 한 달을 맞은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WS) 시위는 전세계로 번졌다. 전세계적 공동행동이 벌어진 15일에는 무려 80여개국 1500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금융자본의 탐욕에 대항한 세계 곳곳의 '점령'은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난 이번 주말까지 계속되고 있다. 영국 런던의 시위대는 런던 중심부의 세인트폴 대성당 인근과 핀스베리 광장에 진을 쳤다. 이들은 월스트리트의 시위대들에게 연대를 표하는 외에도 재정적자 삭감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강하게 냈다.

▲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핀스베리 광장에 텐트를 치고 있는 시위대의 모습. ⓒ로이터=뉴시스

이들이 핀스베리 광장으로 '확장'을 감행한 것은 원래의 캠프 옆에 있는 세인트폴 대성당이 일시 폐쇄됨에 따라 인원을 분산시킴으로써 '민폐'를 줄이고자 함이었다. 그래엄 놀즈 세인트폴 대성당 주임사제는 성당 밖 시위대 때문에 화재 등 안전상의 위험이 있다며 일반 방문객 입장을 중단한다고 21일 밝혔다.

스위스 취리히의 금융가 파라데플라츠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들은 UBS 은행 등 금융자본을 강력히 비난하기도 했고 한편에서는 아무 조건 없이 음식을 나눠먹으며 연대정신을 과시하기도 했다.

▲ 22일 스위스 취리히의 UBS 은행 앞에서 한 시위대 참가자가 다른 이들과 빵을 나누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는 22일 300여 명이 금융자본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고 유럽의 금융 허브인 프랑크푸르트에서도 이날 4000여 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 22일 독일 시위대들이 베를린의 명소 브란덴부르크 문 앞을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도 1000여 명이 증권거래소와 중앙은행 앞 등지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 중 일부는 "은행가들은 XXX들" 등 노골적인 비난이 담긴 피켓을 치켜들었다.

▲ 암스테르담의 시위대들 ⓒ로이터=뉴시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도 시위는 계속됐다. 호주의 멜버른에서는 21일 100여명이 경찰에 체포당하는 과정에서 20명 정도가 부상을 입기도 했다. 경찰은 경찰관 8명도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에 대한 '과잉 진압' 비판 여론이 트위터 등을 통해 들끓고 있고 22일 400여명이 또다시 거리로 나서 시위를 벌였다. 아시아 금융의 허브 홍콩에서는 60여 명의 시위대가 HSBC 은행 본사 앞에 자리를 잡았다.

▲ 홍콩의 금융 심장부에 위치한 HSBC 은행 앞에 진을 친 시위대들의 모습. ⓒ로이터=뉴시스

시위의 진원지 미국 뉴욕의 시위대는 경찰의 폭력성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경찰이 1%를 보호한다'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뉴욕 시내를 행진했다. 미국에서는 뉴욕시 외에도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남부 뉴멕시코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비슷한 시위가 열리고 있다.

▲ 22일 미국 뉴욕에서 시위대들이 경찰의 폭력성에 항의하는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한편 날씨가 늦가을로 접어들면서 뉴욕의 주코티 공원의 시위대들은 추위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2일 전했다. 시위대는 밤에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텐트를 칠 수 있게 해달라고 시 당국에 요청했지만 시는 공공장소에 텐트와 같은 구조물을 세울 수 없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반대하고 금융권을 비판하는 집회가 열렸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로 이뤄진 '99%의 행동 준비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서울을 점령하라'(Occupy Seoul) 2차 집회를 개최했다. (☞관련기사 보기)

▲ 영국 런던의 시위 참가자들 중 연인으로 보이는 두 남녀가 카메라 앞에서 익살스런 포즈를 연출해 보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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