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사태 수습 회의적, '핵재앙' 절망적 상황"

"멜트다운 초읽기…'최후의 결사대' 원전 철수할 수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미국과 프랑스 등 서구의 원전대국 정부들은 "향후 48시간 이내에 확실한 냉각시스템을 복구하지 못하면 전면적인 노심용해(멜트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를 내놓았다.(☞관련 기사:"48시간 내 통제 못하면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

문제는 이들 정부들이 일본 정부와 원전 운영사 도쿄전력이 진상을 숨기면서 뒷북치기 대책으로 허둥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일본 정부의 상황 통제력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에 헬기를 동원한 바닷물 투하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냉각수조에 이 물이 제대로 들어가느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프랑스 핵안전청 "사태 수습 가능성에 회의적"

17일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 6기 중 2, 3, 4호기는 멜트다운 상황을 막기 힘든 상황으로 가고 있다. 프랑스 <AFP>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의 핵안정청(ANS)은 성명까지 내고 "일본 정부의 사태 수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라면서 "일본 정부가 지난 13일 이후 시도됐던 모든 방법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ANS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지만 일본인들이 방법을 찾아내기를 희망한다"면서 별다른 제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미국과 프랑스의 전문가들도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인 방법을 일본인들이 고안하고, 죽음을 무릅쓴 '용사들의 희생' 없이는 절망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이른바 '최후의 결사대 50명'이 원전 복구 작업에 살신성인을 하고 있어 그나마 지금까지 멜트다운을 저지시켜왔으며, 인원이 절대 부족하자 17일 181명으로 결사대 인원을 늘렸다.

또한 살인적 수준의 방사능이 이미 분출하고 있는 3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봉을 냉각시키기 위해 17일 오전 9시 40분부터 자위대 군인들이 헬기를 몰고 바닷물을 공중 투입하고 있다.

"화재 진압하듯 물 뿌린다고 냉각수조에 제대로 들어가나"

하지만 이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이런 방법이 왜 한계가 있는지 자세하게 보도했다. 우선 지금 대량의 바닷물 투입이 필요한 원자로가 한 두곳이 아니다. 2,3,4호기 모두 냉각수가 증발하며 방사능 흰색 증기를 분출하고 있고, 5, 6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봉도 고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가 최우선 냉각작업 대상으로 바닷물을 집중투입하고 있는 3호기의 경우, 자위대의 대형 헬기에 의해 투하되는 바닷물의 양은 1회당 약 7·5t이다. 일본 경찰청이 테러 진압에 쓰는 고압 물대포까지 동원해 4t의 바닷물을 쏘아대고 있어 합하면 10t이 넘는 엄청난 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미우리> 신문은 "이렇게 해도 냉각이 충분히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400t짜리 냉각수조에 시간당 5t 냉각수 주입해야

3호기은 원자로 내부의 핵연료봉도 심각한 손상을 입고 있는 상태일 뿐 아니라, 원자로 건물 내에 사용후 핵연료봉이 담겨 있는 깊이 12m의 냉각수조가 있다. 이 냉각수조에는 사용후 핵연료봉 514개가 놓여져 있다.

원래 이 냉각수조는 약 1400t의 물이 가득차 있어 사용후 핵연료봉이 20~40도로 유지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지난 14일 3호기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나 건물이 날아갔다.

이런 상태면 뚜껑이 없기 때문에 공중에서 바닷물을 투하하는 것이 오히려 쉬운 작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원전 운용사인 도쿄전력에 따르면 현재 3호기 상공에 강력한 방사능이 분출하고 있어 냉각수조에 실제로 얼마나 물이 차들어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한다. 수온과 수위를 측정할 모든 기기도 고장났고, 눈으로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원자력 공학박사인 미야자키 오사카대 교수는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100만 kw급 원자로에서 나온 핵연료봉들이 냉각수조에 옮겨진 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에서 냉각수를 순환시킬 수 없는 현재 상황으로서는, 냉각수조가 가득차 있는 경우라도 시간당 5톤 정도의 냉각수가 추가 투입되어야 한다"면서 "만일 냉각수조에 물이 거의 없는 상태라면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사태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원자력안전위원을 역임한 스미타 겐지 오사카대 교수도 "화재를 진압하듯이 물을 퍼붓는 방식은 사방으로 물이 흩어져 냉각수조에 물을 채우는 방법으로는 별로 의미가 없다"면서 "냉각수조에 호스로 직접 물을 집어넣어야만 하는데, 방사능이 너무 강력해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스미타 교수는 "지금으로써는 물로 냉각하는 노력과 함께 핵분열 반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붕산도 투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전력 "예전에는 물이 있었다. 지금은 모른다"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미국의 원자력위원회(NRC)의 그레고리 재코 위원장은 "이미 4호기는 사용후 연료봉이 담긴 냉각수조에 물이 모두 증발했다"고 하원 에너지위원회 청문회에서 충격적인 증언을 했다.

<뉴욕타임스>는 "재코 위원장의 증언에 대해 도쿄전력은 '12시간 전에 봤을 때 냉각수조에 물이 있었다'며 강하게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도쿄전력 측은 방사능이 너무 세서 지금은 어떤지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재코 위원장은 자신의 증언은 후쿠시마 원전 현장에 가있는 미국 핵전문가들이 직접 확인해서 보고한 내용에 기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도쿄전력은 예전에 물이 있을 때를 기준으로 말하고 있을 뿐 현재 상태는 알지 못한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핵안전청(ANS)은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봉이 완전히 노출된다면 멜트다운이 진행돼 체르노빌 사태와 같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ANS는 "5, 6호기에서도 느리기는 하지만 온도가 점점 오르고 있다"면서 "며칠내에 냉각수조의 물이 끓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의 분석이 정확하고, 현재 사용후 핵연료봉의 냉각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면, 4호기는 물론이고 원전 전체의 복구작업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모든 직원들이 원전에서 철수하고 원자로 안에 있는 핵연료봉과 냉각수조에 담겨 있는 사용후 핵연료봉이 멜트다운이 되는 상태로 내버려둘 수밖에 없게 될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만일 이런 상황이 온다면, 체르노빌을 훨씬 능가하는 '지구적 재앙'이 닥치는 끔찍한 사태가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체르노빌 사태 때는 이처럼 통제불능 사태가 닥치자, 콘크리트로 원전 자체를 파묻어버려 지금까지 죽음의 땅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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