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뒤따르려나

중국 6대 은행장 "막대한 경기부양책으로 자산거품 초래" 이례적 경고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중국의 자산 거품이 일본을 '잃어버린 20년'의 고통에 빠뜨린 1980년대 수준으로 가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가 나왔다.

21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노무라 인터내셔널의 이코노미스트 기노시타 토모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공격적인 대출과 동시에 금융규제 완화를 지금처럼 지속하면 1980년대 일본과 비슷한 자산거품을 만들어낼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경제위기 극복을 통화량 남발로 대처하는 G20(주요 20개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가장 많은 재정지출과 통화팽창 정책을 쓰는 나라는 미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많다.

▲ 자산거품 우려 속에 중국에서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건설이 이뤄지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중국의 경기부양책 규모, GDP의 15~17%

<FT>와 독립적인 이코노미스트들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경기부양책은 정부가 유도한 은행대출까지 포함할 경우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려 15~17%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대출 증가를 유도해 올들어 9월까지 신규 대출는 전년 동기대비 무려 149% 증가한 86.5억 위안(12.6억 달러) 에 달했다. 대출된 자금의 상당 부분이 기반시설 사업에 투여됐으며, 총통화(M2) 증가율도 전년 동기 대비 29.3%나 증가했다.

이처럼 대대적인 투자 프로그램에 대해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면서 과도한 은행 대출이 주식과 부동산 가격 급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측면에서의 부작용도 우려됐다. 무분별한 대출이 과잉 시설투자로 이어져 디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국 정부도 이런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다. 21일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중국도 글로벌 경제위기에 타격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하면서 안정된 경제성장을 확보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보다 긴축적으로 가져갈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스탠더드차터드상하이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그린은 "이런 언급은 당국이 통화정책 조정에 나설 것을 시사하는 신호"라면서 "다만 내년 2월 중국의 설날 이전에 금리 인상이나 대출 규제 등의 조치가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회복, 수출 아니라 경기부양책에 의존"

하지만 중국 제 6위의 은행인 자오상(招商)은행의 친샤오(秦曉) 행장은 이날 "올해 시행된 막대한 경기부양조치가 주식과 부동산 거품을 부풀리지 않도록 긴급히 긴축통화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경제 성장 속도를 적절히 늦추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통화정책은 자산가격의 움직임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면서 "통화완화정책을 중립적인 수준으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T>는 친샤오 행장의 발언에 대해 "전년 동기 대비 9% 가까운 성장률이 예상되는 올해 3분기 GDP 발표를 하루 앞두고 나온 이례적으로 솔직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22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3분기 GDP가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하면서 이른바 'V자 경기회복'을 입증했다.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이 20년 만에 최저치인 6.1%를 기록했지만, 2분기(7.9%)에 이어 3분기에는 8%를 크게 웃도는 성장세를 보였으며, 4분기에는 10%라는 두 자릿수 증가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올해 GDP 성장률은 당초 목표인 8%를 넘어 8.2~8.5%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의 이코노미스트 알리스테어 챈은 "중국의 회복세는 수출이 아닌 은행 대출과 인프라 투자에 기반한 것"이라며 경제회복의 건전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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