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 인권활동가, 입국 거부된 후 인천공항에 억류

"동아시아 민주주의 모범국가 이미지 손상됐다" 비난 일어

중국 내 위구르족의 인권 신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고위급 인사가 한국에 들어오려다가 인천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하고 사흘째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위구르족 망명자들의 단체인 세계위구르회의(WUC) 돌컨 이사(Dolkun Isa. 42) 사무총장이 지난 15일 한국에 입국하려다가 저지당했다면서, 이 사실을 한국 정부가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돌컨 아이사가 17일 오전까지 공항에 머무르고 있었다며, 그가 언제 떠나게 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법무부 대변인은 그가 왜 입국을 거부당했는지 설명을 거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법무부는 '모른다'고 답하기로 정리했다"며 기자들의 질문에 일체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언론 대응을 안 할 것이며, 외교통상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중이다"고 말해 억류를 사실상 확인했다.

국제뉴스를 전하는 <어스타임스>(www.earthtimes.org)도 복수의 관리들이 이 사실을 확인했다고 서울발 기사로 전하면서, 이사 사무총장이 서울을 언제 떠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 돌컨 아이사 WUC 사무총장 ⓒUNPO 홈페이지
이사 사무총장은 16일부터 18일까지 서울 마포 가든호텔에서 열리는 '제3회 아시아민주화 세계포럼 비엔날레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15일 한국을 찾았다.

아시아민주화 세계포럼(WFDA)이 주최하는 이 회의는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등 국내 9개 연구단체가 주관하고 국가인권위원회 등 6개 기관이 후원하는 행사로 한국, 일본,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27개국 200여 명의 정치인, 학자, 시민활동가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사 사무총장은 중국에서 위구르족 인권운동을 하다가 1997년 추방된 후 독일로 망명, 2006년 독일 시민권을 획득했다.

중국은 세계위구르회의(WUC)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것은 물론 단체의 의장이자 '위구르 독립운동의 대모'라고 불리는 레비야 카디르, 사무총장인 돌컨 이사 등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7월 5일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일어난 유혈사태의 배후에 WUC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사 사무총장은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의 자결권과 자유, 인권을 위해 싸우는 모든 활동가들을 테러리스트로 매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월스트리트저널>는 아이사 사무총장이 공항에 억류된 것과 관련해 몇몇 비정부기구(NGO)들은 한국 정부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소수민족들의 유엔 본부'라고 불리는 소수민족협회(UNPO) 마리노 부스다친(Marino Busdachin) 사무총장은 16일 성명을 발표해 "한국이 이사를 체포함으로써 동남아시아 민주주의의 모범국가(lodestar)이라는 한국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혔다"고 비난했다.

부스다친 총장은 또 "이사는 독일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다른 독일인들에게 주어지는 모든 권리를 보장하고 보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며 "그를 즉각 석방하고, 그에 대한 중국의 날조된 주장을 거부해야 하며, 그를 중국으로 송환하려는 어떤 시도도 차단하고 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NPO는 16일 보도자료에서 이사 사무총장이 인천공항에서 몸수색과 억류를 당한 뒤에 수 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면서, 중국이 한국의 협조를 얻어 아이사의 송환을 시도하려고 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중국은 지난 7월 유혈사태에 대해 위구르 인권운동가들에게 책임을 씌우고 있기 때문에 이사가 송환된다면 그는 재판을 받고 처형을 당할 게 거의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7월 유혈사태 이후 일본과 호주가 레비야 카디르 WUC 의장에게 비자를 발급해 입국을 허가하자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두 나라는 카디르의 입국 신청이 민간 차원의 행사에 참여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에 중국과의 외교마찰을 감수하고서라도 입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순수 민간 학술회의에 참여하려는 아이사 사무총장의 입국을 불허하고 사실상 억류한 것은 지나친 '중국 눈치보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어스타임스>는 서울 주재 독일 대사관이 이 사건에 관해 알아보고 있고, UNPO가 유럽 각국의 의회와 외교관들에게 사건을 알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독일 등 다른 나라와의 외교마찰이 생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또한 한국이 인권운동가를 억류하는 것에 대한 국제 여론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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