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는 강경한 게 아니라 솔직할 뿐이다"

[기고] 진실 외면하는 팔레스타인 지도자들도 사태의 공범

강경 보수파 정치인으로 지난 3월 이스라엘 총리에 오른 벤야민 네타냐후가 14일 텔아비브의 바르-일란 대학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한 기본 원칙을 천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팔레스타인이 군대를 보유하지 않고, 이란이나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적대세력과 동맹을 맺지 않으며, 이스라엘을 '유대인 국가'로 인정하면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인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 문제에 대해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밖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이스라엘을 그냥 '국가'가 아닌 '유대인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난민의 귀환을 거부한다는 분명한 메시지였다.

또 하나의 쟁점인 예루살렘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은 통합된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불법적으로 점령한 동예루살렘을 반환하라는 팔레스타인의 요구를 거절한 것이다.

네타냐후는 야당 정치인 시절 이스라엘과 별도로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운다는 이른바 '2국가 건설안'에 부정적이었다. 따라서 이날 그가 이른바 '비무장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요구한 데 대해 제한적으로나마 미국 등 서방이 지지하는 팔레스타인 국가수립안을 처음으로 수용한 게 아니냐는 긍정적인 해석이 나왔다. 미 백악관이 이 연설을 "진일보'라고 평가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나자 대학에서 정치학을 연구하는 사타르 카셈 교수는 17일 <프레시안>에 보내온 기고문에서 네타냐후가 밝힌 입장은 과거 그의 주장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비무장 팔레스타인 국가'를 과연 국가라고 봐야 하는지도 의문이고, 귀환권과 예루살렘 문제에서도 기존의 극단적인 태도를 고수했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이러한 평가는 일반적이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대변인은 네타냐후의 연설 직후 "모든 (평화 정착) 노력을 파괴하고 마비시키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압바스 수반의 온건 노선에 비춰 볼 때에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카셈 교수는 이런 평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스라엘과의 관계에서 팔레스타인 정치 지도자들이 보여 왔던 위선을 고발했다.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이 이스라엘과 각종 협정을 맺으면서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계속 양보해 왔고, 그 사실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속여 왔기 때문에 오늘날 네타냐후 같은 강경 발언이 활개를 치게 됐다는 지적이다.

카셈 교수는 네타냐후가 강경파처럼 보이는 것은 그가 '진실'(유대인들의 속마음)을 공개적으로 말하기 때문일 뿐이라며 "아랍과 팔레스타인의 지도자들은 그 진실에서 눈을 돌리고 있고 진실이 이야기되는 것을 매우 꺼려한다"고 개탄했다.

다음은 카셈 교수의 칼럼 전문이다. <편집자>

네타냐후는 진실을 말했다

아랍인들, 특히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14일 연설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그의 말은 너무나도 호전적이고 극단적이었으며, 이스라엘인들 스스로 평화 프로세스라고 부르는 것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네타냐후의 발언을 진일보로 평가한 백악관에 대해서도 불만을 품었다.

네타냐후는 연설에서 팔레스타인 민족의 권리를 전면 부정했다. 한 민족(국가)으로서의 자기 결정권에 대해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연설 전반에 깔려 있었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이 유대인들의 역사적인 땅에 건설된 나라라는 신념을 강하게 주장했다. 웨스트뱅크(요르단강 서안 지구. 유대인들은 히브리어로 '야후다'와 '쇼므론'이라고 부른다) 역시 그 땅의 일부라고 강조했지만, 현재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살고 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네타냐후는 또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을 유대인 국가(그냥 '국가'가 아니라 '유대인 국가'라는 표현에는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권을 포기하라는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다 - 역자)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할 경우 이스라엘의 안보를 고려해 비무장 팔레스타인 정치체(네타냐후는 그걸 국가라고 불렀다)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는 이스라엘 밖에서 해결돼야 하고, 예루살렘은 통합된 상태로 이스라엘의 수도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점령지에 대한 정착 활동에도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필자는 아랍인들이나 팔레스타인인들이 왜 그렇게 분노하는지 모르겠다. 1993년 오슬로협정과 96년 이집트 국경도시 타바에서 맺은 협정에 사인한 팔레스타인의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이 아랍 측과 협정을 맺을 때마다 이스라엘의 안보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한편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권 문제를 양보하곤 했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을 인정하는 바로 그 때 귀환권을 사실상 양보했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저지르는 테러라고 불리는 것과 싸우는 걸 받아들이면서 이스라엘의 안보를 수호했다.

또한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난민 귀환권을 간접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2003년 제네바협정을 받아들였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모집해 테러와 싸우는 훈련을 시키는 것, 달리 말해 팔레스타인인들이 다른 팔레스타인인들과 싸우는 것을 승인했다.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1994년 이후) 언제나 유대인들의 정착촌 건설이 협상을 꼬이게 한다고 경고해왔지만 새로운 정착촌을 건설하고, 기존의 것들을 확장하고, 땅을 몰수하고, 나무를 뽑고, 집을 부수는 일들은 협상과 늘 함께 진행되었다. 사회·경제·문화적으로 거침없는 변화를 겪고 있는 예루살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한테 솔직하지 않았고, 무엇인가를 말하고 무엇인가를 승인해왔다.

네타냐후가 말하고 있는 정책은 과거 노동당이나 카디마당이 이끌던 정부의 정책들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네타냐후는 전임자들이 시작한 것들을 계속하겠다는 선언과 같은 정책을 채택하겠다는 말을 돌려서 말했을 뿐이다.

네타냐후가 강경파로 보이고 다른 역대 총리들은 온건파로 보이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바로 네타냐후가 '진실'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랍과 팔레스타인의 지도자들은 그 진실에서 눈을 돌리고 있고 진실이 이야기되는 것을 매우 꺼려한다.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이 네타냐후의 연설 내용을 진정으로 우려하고 있다면, 이스라엘과 맺은 각종 협정들을 백지화하고, 팔레스타인 민족(국가)의 통합을 주장하고, 민족적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을 추구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파괴된 일상을 보상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유 의지(free will)만 있으면 된다.

(번역=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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