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장자연 리스트' 소송 2심도 모두 패소

"공익성 등 위법성 조각 요건 갖춰…술 접대, 성 상납 의혹은 허위"

조선일보가 고(故)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시민단체, 정치인 등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모두 패소했다.

다만 법원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장 씨로부터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허위 사실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8일 서울고법 민사 13부(문용선 부장판사)는 조선일보와 방상훈 사장이 KBS, MBC, 김성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세 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KBS와 MBC의 고 장자연 씨 문건 내용('장자연 리스트') 보도가 "공익성과 상당성 등 위법성 조각 요건을 갖췄다"며 "일부 허위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민사상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더라도 그 행위가 공공의 이해와 관련된 사항이고, 중요한 부분이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결정이다.

그러나 법원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장 씨로부터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은 허위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선일보 방 사장이 장 씨로부터 술 접대와 성 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이 허위 사실임을 입증할 책임은 원고 측에 있다"며 "심리 결과 이를 허위 사실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 고(故) 장자연 씨. ⓒ뉴시스

재판부는 이날 조선일보가 같은 이유로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조선일보 등은 재작년 3월 이종걸 의원과 이정희 대표가 국회 대정부 질문 등에서 '방 사장이 장 씨로부터 부적절한 성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해 회사와 방 사장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총 20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또 KBS와 MBC를 상대로는 '장자연 씨가 남긴 문건에 방 사장 이름이 기재돼 있고 조선일보가 이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등의 의혹을 암시하는 보도를 지속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수억 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항소심 판결이 난 직후 자사 스마트폰 어플 '한줄속보' 서비스를 통해 <서울 고법 "조선일보 사장에 대한 장자연 술접대-성상납 KBS, MBC 보도는 '허위'>라고 알렸다. 이 속보에서 손해배상 및 명예훼손 소송에서 조선일보가 모두 패소했단 정보는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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