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비밀계좌의 신화' 깨졌다

UBS "美 거주 탈세 고객의 계좌 정보 제공할 것"

"스위스 은행들의 악명 높은'비밀계좌'의 신화가 깨졌다".

세계 최대의 프라이빗 뱅킹(PB) 그룹을 거느린 스위스의 UBS은행이 미국 거주자를 위한 모든 해외계좌를 폐지하는 한편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 거주 고객들의 계좌 정보를 미국의 국세청에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세계 금융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말이다.

세계 금융계를 놀라게 한 이번 발표는 미국 상원까지 나서 스위스 은행 등 이른바 '조세회피처'로 이용되는 금융기관들에 대해 대대적인 압박을 가하면서 나온 것이다.

스위스는 연방법으로 고객의 동의 없이 계좌정보를 알려줄 수 없도록 정부 차원에서 예금주를 보호하고 있으나, UBS 고위관계자는 "탈세와 연관된 경우는 이 법 적용에서 예외'라고 밝혔다. 정부의 의지에 따라 미국 뿐 아니라 어느 국가에서도 자국 거주자들의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탈세를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미국 거주자, 조세회피처 이용한 탈세액만 연간 100조 원

미 상원이 앞서 지난 16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UBS에만 미국 거주자의 계좌는 2만여 개(약 200억 달러로 추산)로 이 중 1만 9000여개(약 180억 달러)가 미 국세청에 신고되지 않았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해외에 빼돌린 미국 거주자의 자금은 전 세계 50여 곳의 조세 피난처에 약 1조 5000억 달러(약 1500조 원)이며, 이에 따른 세금 포탈액이 연간 1000억 달러(약 100조 원)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 세계적인 검은돈의 규모를 5조∼7조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UBS는 2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거주자의 비밀 계좌 제공 대가로 매년 2억 달러를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UBS는 이번 탈세 공모 혐의로 5억 달러의 벌금을 물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원에서 이번 성과를 올린 조사단은 지난 2월 발족했다. 조세피난처로 악명 높은 유럽의 소국 리히텐슈타인의 LGT 은행 전 직원이 독일 등 세계 각국의 관세 당국에 1400여 명의 계좌 자료를 넘긴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호주 등 12개국이 동시다발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반면 리히텐슈타인은 이 직원 현상금으로 1000만 달러를 걸 정도로 이를 갈고 있다.

"비밀의 벽을 뚫었다"

LGT 전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LGT는 고객들의 계좌가 드러나지 않도록 계좌 주인에게 일일이 암호를 부여하고, 고객들은 반드시 공중전화만 사용하도록 하는 등 철저하게 거주지 과세당국의 감시망을 피하도록 관리해왔다. 계좌 이체 역시 중간의 비밀 유령회사를 경유하도록 했으며 해외에는 재단이나 자선단체를 설립, 이를 이용해 자금을 세탁했다.

이처럼 구체적인 증언이 나온 데 이어 UBS의 개인 자산관리사로 일해온 미국인 브래들리 버켄필드는 자신이 관리해온 2억 달러 비밀계좌가 들통나면서 미국의 법망에 걸리자, 미국 거주자들의 탈세를 도왔다고 털어놓으면서 형량 조정 신청을 한 바 있다.

이런 증언들을 이끌어내며 상원 활동을 주도한 칼 레빈 의원은 UBS의 발표가 나오자 "기대 이상"이라며 "비밀의 벽을 뚫었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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