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독일 베스트셀러 작가의 70%가 동독 출신"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5/09]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남북저작권센터 신동호 대표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오는 6월 15일 남측에서 열리는 6.15선언 6주년 행사에서 남측 가수들이 '반갑습니다' '휘파람' 등 북한의 가요를 부른 음반이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남측에서 북측 가요가 불려진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예전과 다른 점은 남측이 북측에 저작권료를 지불하기로 한 이후 처음 나오는 음반이라는 점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월에는 북한의 주요 문학작품 47편에 대해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남측에서 합법적으로 출판한다는 계약이 맺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의 예술작품들은 중국 측 대리인을 통해 저작권을 지불하거나 저작권 계약 없이 편법으로 남측에 소개돼 왔는데요 최근 남측이 북측의 저작권 사무국과 저작권 관련 합의를 이룸으로써 북한 예술작품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소개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됐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의 남북저작권센터 신동호 대표의 노력이 큰 기여를 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예술작품을 통해서 북한사회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한 신동호 대표의 바람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의 남북저작권센터의 신동호 대표입니다.

신동호 대표는 한양대 재학시절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회) 문화국장을 역임한 운동권 출신으로 <겨울경춘선>울 출간한 시인이기도 합니다. 1997년에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북한문학을 공부하던 중에 북한작품의 저작권 침해실태를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이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설립된 2003년부터 북한 저작권과 관련된 활동을 해왔고 지난해 12월부터는 남북저작권센터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안녕하십니까?

신동호대표 :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최근에 제가 듣기로 6주년 행사를 남측에서 하는데.. 광주에서 하는데 그걸 앞두고 북한의 유명한 가수들의 '반갑습니다' '휘파람' 이런 것들을 남측 가수들이 불러서 음반을 낸다고 들었습니다.

신동호대표 : 그렇습니다. 북측 노래가 흔히 알기로는 좀 내용이 심각하다... 그래서 우리가 부르긴 좀 안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반갑습니다' '휘파람' 이런 건 지금도 노래방에서 불려지니까 아실 것 같구요, '심장에 남는 사람'이나 '생이란 무엇인가' 같은 서정적인 노래들이 있습니다. 그런 노래를 중심으로 음반을 제작할 계획이구요, 이 음반은 남쪽의 유명가수들이 북쪽 노래를 부르겠다고 나서신 분들이 있어서..

박인규 : 어떤 분들입니까?

신동호대표 : 대표적으로 인순이씨, 확정되진 않았지만 김수희 윤수일 이런 분들이 참가예정에 있구요, 그런 분들이 참가해 주심으로써 남북 사이의 거리가 좀 더 좁혀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 음반은 언제쯤 나올 예정입니까?

신동호대표 : 6.15 전에 나올 겁니다. 아마 6월 첫 주쯤 발간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그래서 6.15 남측 행사 때 이 분들이 나와서 공연도 하시고..

신동호대표 : 네. 북쪽 손님들이 오시니까 그 분들의 노래를 우리 가수들이 부른다는 의미도 있구요, 또 음반이 나오면 잘 팔려야 되니까 마케팅 차원도 있고 그렇습니다.

박인규 : 제가 앞서 소개를 해드렸지만, 지금까지는 북한문학이든 가요든 그냥.. 그냥 했는데, 이번에는 말하자면 정당하게 저작권료를 지불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신동호대표 : 네. 남북 분단의 설움이죠. 막 사용해도 된다는 게 그동안의 관례였구요, 물론 남쪽에서도 그동안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크진 않았습니다. 저희도 베른협약에 가입한 게 불과 10년 돼가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어떤 창작물이든지.. 남에서 했든 북에서 했든, 전체적으로 민족의 자산 아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남북의 대결양상이 아니라 북측의 저작물도 우리 민족의 자산으로 보호하자는 의미에서 저작권 문제를 제기했구요, 그러다 보면 서로간 신뢰가 더 쌓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런 걸 물어봐도 될지 모르겠지만, 예를 들면 '반갑습니다' 노래 한 곡에 대해서 저작권료를 얼마나 줍니까?

신동호대표 : 이번에 합의를 봤는데요, 무리하게 북이니까 더 많이 주자 적게 주자 이런 게 아니라 남쪽 관례에 따르자고 각자 합의를 봤구요, 한곡당 북에 300만원씩 지불하기로 했습니다.

박인규 : 어느 정도 이상 팔리면 러닝개런티가 갑니까?

신동호대표 : 네. 10만장 이상 팔렸을 때 인세 10프로를 지불하는 형식으로... 요즘 또 음반시장이 워낙 안 좋아서, 북에서 그런 걸 또 이해를 하더라구요

박인규 : 몇 장이나 팔릴 걸로 예상하십니까?

신동호대표 : 저희 센터에서 직접 제작하는 게 아니라 유비엔터테인먼트라는 전문 음반사에서 하기 때문에, 마케팅도 자신하고 계시구요. 이제는 음반 자체보다는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졌다.. 그러면 핸드폰의 컬러링이라든지 이쪽으로 기대를 많이 하고 계시더라구요

박인규 : 영화도 저작권을 지불했다고 들었습니다. 황진이던가요?

신동호대표 : 우리한테는 영호가 굉장히 대중문화의 장르인데요, 북에서는 영화야말로 프로파간다의 최정점이거든요. 그래서 남북영화가 만날 수 있으리라고 저도 기대는 많이 못했는데, 의외로 벽호 홍명희 선생의 손주분인 홍석중 선생이 북의 베스트셀러인 황진이를 내셨는데, 황진이의 남쪽 영화판권을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굉장히 상징적인 사건으로 영화 계약이 됐구요, 그게 이제 올 6월부터 촬영을 시작해서 올 말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박인규 : 그러니까 홍석중씨가 쓴 황진이를 원작으로 해서 남쪽에서 영화를 만든다..?

신동호대표 : 네. 판권료는 상당히 많이 지불했습니다.

박인규 : 그런 건 여쭤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가요와 영화를 얘기했지만, 이번 1월 달에 북한의 상당히 주요한 문학작품 47편을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남쪽 출판사와 출판계약을 맺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47개 문학작품 중에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신동호대표 : 사실 문학하면 이데올로기가 많이 담겨있는 거라서 어떻게 보면 출판하기가 상당히 힘든 분야기도 한데요, 남북이 서로 만나다 보니까 우리가 이데올로기를 배제하고 서로를 알릴 수 있는 작품들이 있더라구요. 대표적으로 역사소설인데요, 그 다음 아동들의 동화, 실용서들, 또 북쪽의 산하와 풍경을 담은... 지리 관련된 이런 것들은 충분히 가능하고, 또 고려의학은 북이 많이 발전을 해서

박인규 : 고려의학이란 게 한의학..?

신동호대표 : 예. 우리 한의학입니다. 그래서 한의사분들도 많이 관심을 갖는데 그중 대표적으로 이미 최명익 선생이라고, 카프활동도 하셨고 남쪽에서 잘 알려진 분인데요.. 북에서 활동하시면서 '서산대사'라는 역사소설을 쓰셨는데, 그 역사소설이 벽초의 '임꺽정'만큼 북에서 가치 있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구요, 우리 남쪽 평론가들도 '서산대사'는 참 훌륭한 역사소설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 '서산대사'하구요 이미 일제시대 때 김일성 주석이 초안을 만들었다고 하는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 그게 영화로 먼저 나왔는데요, 임종상이라는 작가가 그걸 소설로 다시 썼습니다. 그 두 작품이 이미 한달 전에 자음과 모음이란 출판사에서 이미 출판됐고, 그 다음 '주몽'이란 소설이 지난주 출간됐습니다. 또 '최무선', 사육신의 내용을 담은 '사풍', 한글창제가 어떻게 이뤄졌다 하는 '훈민정음' 같은 작품들이 이가서출판사, 자음과 모음에서 출간 예정에 있구요, 효리원이란 출판사에서 '남북이 함께 읽는 어린이 동화'라고 해서 남북 작가들의 작품을 섞어서 세 권으로 출간했습니다. 북쪽 작품이 40여 편 정도 실렸구요. 그 다음 사계절 출판사에서 또 어린이동화를 한 세 권 정도 출간할 예정에 있습니다.

박인규 : 제 기억으론 한 85, 86년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부터 홍명희 선생의 '임꺽정'. 그 당시에 월북작가들이라고 했는데, 그래서 출판이 안됐던 것들을 출판을 했거든요. 그런 것들을 속된 말로 하면 해적출판이라고...

신동호대표 : 예. 그런데 이제 사계절같은 경우는, 임꺽정을 1985년도에 알리는 것 자체가 상당히 진보적 활동이라고 생각하셔서, 과거 조선일보에서 연재됐던 것을 싹 조사해서 하셨구요. 제가 뒤에 안 사실이지만, 그때 출간하면서 벽초 선생의 가족들을 찾으려고 굉장히 애를 많이 쓰셨더라구요. 그런데 남쪽에는 가족들이 한 분도 남아있지 않았구요, 계속 인세를 지불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북쪽과 접촉이 어려우니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부터 충북 괴산에서 '홍명희 문학제'를 매년 주최하셨습니다. 상당히 많은 돈을 쓰셨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북쪽과 저작권협약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흔쾌히.. 20년 간의 저작권료를 지불하겠다고 사장님이 결정하셔서요, 남북 간에 저작권 관련된 신뢰를 쌓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박인규 : 85년부터 지금까지 20년 간에 해당되는 인세를 북한에 지불했다.. 얼마나 지불했습니까?

신동호대표 : 우리 돈으로 1억5천.

박인규 : 아, 크게 지불하셨군요. 임꺽정을 쓰신 홍명희 선생은 돌아가셨고 그럼 홍석중 선생이 수혜자가 되신 건가요?

신동호대표 : 그렇습니다. 가족이 홍석중 선생님만 계신 건 아니구요, 홍석형이라고 형이 계신데.. 함경북도 당비서인데, 그 가족들이 같이 임꺽정에 대한 후계자가 되시는 거죠

박인규 : 임꺽정에 대한 저작권료 지불 과정에서 재밌는 일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신동호대표 : 저도 참 놀랐는데, 그때 저작권 상속자이고 황진이의 저자시니까 두가지에 사인을 하셨는데요, 사인을 하고 나서 저한테 그러더라구요. 북에선 사인을 '수표'라고 하는데요, 수표 연습을 3일 동안 했다고 하시더라구요. 아니 무슨 수표 연습을 3일 동안이나 하셨냐고 했더니, 우리나라에서는 수표를 할 일이 평생 없다고... 우리처럼 계약서를 쓰거나 무슨 유명한 작가라고 해서 서점에서 사인회를 하는 경우도 없어서, 그때 계약할 때 나이가 65세셨는데 그때까지 한 번도 수표를 해 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박인규 : 저희가 알기론 남측에선 저작권 계약을 하게 되면 작가, 해당 작곡가.. 개인하고 맺는데 북한을 보니까 무슨 내각산하의 저작권사무국이란 게 있어서 거리랑 맺더라구요.

신동호대표 : 저작권이란 게 굉장히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부분인데요, 북은 사회주의 국가다 보니까 작가들, 예술가들이 월급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작가로 성장해서 작가동맹의 맹원이 되는 순간 나라에서 월급을 받게 되구요.. 또 작곡가로 활동하다 음악가 동맹에 들어가면 마찬가지로 월급을 받게 되는.. 그런 구조다 보니까 개인적으로 저작권 관련사업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구요. 또 한가지는 북쪽의 예술가들이 아직까지는 저작권에 대한 개념을 잘 모르십니다. 베른협약에 가입한 것도 불과 3년 됐죠. 2003년에 가입했으니까... 지금 이제 조금씩 알려져 있는 상태다 보니..

박인규 : '베른협약'이란 게 이른바 저작권 관련된..

신동호대표 : 세계저작권협약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그걸 나라에서 관리를 하게 되는 것 같은데요, 내각산하의 저작권사무국이 2004년도 6월에 생겼구요, 저작권사무국에서 각 동맹과 연계를 하고 또 사업소, 출판사, 예술단 이런 데와 다 연계해서 북쪽의 저작권사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사무국이 작가들 대신해서 해주는 건데, 궁금한 건.. 예를 들어 인세를 10% 준다고 하면 그 인세가 본인한테 다 가나요?

신동호대표 : 제가 듣기론 다는 안 가는 것 같구요, 물어보니까 요즘은 또 북에서 각 사업소별로 '자력갱생'이라고 해서 별로 돈을 벌어야 되거든요. 그러다 보니 저작권사무국에서 수수료 5%를 뗀다고 하구요 나머지 돈에 대해서는 작가에게 반이 가고 그 다음 동맹.. 작가동맹, 음악가동맹, 미술가 동맹.. 이런 협회에 반이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우리가 북쪽에서 나온 문학작품이 됐건 가요가 됐건 그런 것들에 저작권을 지불하는데, 그러면 거꾸로, 우리 남한에서 나온 작품이나 가요, 영화에 대해서는 북한사람들이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있는가 사례가 있는가 궁금합니다.

신동호대표 : 아직까지 사례는 전혀 없구요, 북에서 최진희씨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건 중국에서 불법음반들이 굉장히 많지 않습니까? 중국에서 음반이 넘어가서 알려졌다는 게.... 알려진 사실이구요, 최근 제가 알기로 황석영 선생의 '장길산', 김하기 소설가의 '살아있는 무덤' 광주에 계신 홍희담 선생님의 '깃발' 이런 작품들이 북한에서 출간된 걸로 알고 있는데 정식으로 인세는 지불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다음 방송물은.. 남쪽의 방송국도 북쪽의 영상물을 사용하고, 북쪽에는 TV방송국이 조선중앙TV 하나뿐인데 거기서도 남쪽 방송물을.. 특히 데모하는 장면이나 이런 것들을 많이 상영을 하는데, 아직은 국가 간의 협의체결이 없어서 서로 본의 아니게 무단 사용하는 걸로 알고 있구요, 앞으로 그런 체계를 저희 재단이 중심에 서서 협조할 예정입니다.

박인규 : 북한에서, 문학작품이나 가요나 영화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지불해야 된다는 걸 알게 된 건 최근 일이죠?

신동호대표 : 어쨌든 북은 사회주의 국가니까 사유재산 제도가 아예 없습니다. 그런데 2001년도에 저작권법이 개정이 됐는데 법 자체가 굉장히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왜냐하면 '창작자의 재산적 권리와 인격적 권리를 보장한다'라고 돼있습니다. 그 재산적 권리 인격적 권리 안에 사유재산이란 개념이 처음으로 들어간 게 돼서.. 북쪽에서도 작가들이 자기 창작물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다든지, 보호를 한다는지, 이런 표현을 하면서 사유재산에 대한 영역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저작권이란 개념을 통해서 자본주의라는 걸 학습하는 효과도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신동호대표 : 상당히 학습을 많이 하신 것 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의 남북저작권센터의 신동호 대표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북한의 대중가요, 문학작품, 영화들을 합법적으로 소개하는 일을 하고 계신 남북저작권센터의 신동호대표와 말씀 나누고 있는데요, 지금부터는, 어떻게 해서 신동호 대표가 북한 예술작품을 남한에 소개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앞으로 이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런 말씀을 좀 물어볼까 합니다. 신대표는 대학 때 이른바 운동권이셨고...

신동호대표 : (웃음) 자랑할 일은 아닌데 자꾸 말씀하셔갖고..

박인규 : 국회의원 하시는 임종석 의원의 1년 선배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북한의 문학작품이나 대중가요나 영화를 남측에 제대로 대가를 주고 소개하자. 이런 일을 한 번 해보자고 생각한 계기는 뭐였습니까?

신동호대표 : 제가 일반 분들 보다 북에 대해 관심을 더 많이 갖는 건. 통일을 많이 생각하니까 당연지사겠는데요, 그걸 공부한다고는 전혀 생각 안해봤습니다. 대학원에 입학했는데 한 선생님이 '너 학교 다니면서 그렇게 말썽 많이 부렸는데 그걸로 공부를 해봐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날 제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원래 시를 전공하려고 했는데, 북한문학도 전공이 가능하다는 걸 알구요, 북한문학을 그때부터 공부하기 시작하니까 좀 객관적으로 보이더라구요.

박인규 : 운동이 아니라 공부..

신동호대표 : 예. 그러다가 어느 날 제가 교보문고를 갔는데 '조선수군사'라는 책이 눈에 띄어서 꺼내보니까, 서간에는 다 북쪽 책인데 껍데기만 남쪽으로 갈아서 팔고 있더라구요.

박인규 : 필자도 그럼 남쪽 사람으로 돼있나요?

신동호대표 : 필자 이름도 싹 바꾸고.. 그래서, 야 이런 것들이 점점 많아지면, 적어도 이 사람들은 통일을 안 바랄지도 모르겠다. 자기가 한 행동이 들통나는 게 싫으니까. 혹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어쩌면 남북통일에 기여가 될 지 모르겠다 해서, 그때부터 제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구요, 1997년이었는데 한 8,9년 지나서 성과를 보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처음에, 중국에 있는 북한대사관에 가서 저작권계약 같은 거 하자.. 그랬을 때 상당히 이상한 사람 취급당했다고 들었어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신동호대표 : 상당히 무모한 짓을 제가 했는데요.. 김대중 대통령께서 평양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걸 TV로 보고, 아 이제 세상이 바뀌나보다. 이렇게 생각해서 혼자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승인서를 내고, 그 다음에.. 남쪽에서 불법 출판된 북쪽 책들을 조사한 게 있었거든요, 한 500여권 되는데.. 그 리스트를 가지고 무작정 중국 북경의 북한대사관을 찾아가서, 우리 이 문제를 같이 해결하자. 이렇게 얘기했더니 미친 사람 취급하더라구요. 그렇게 쫓겨나가지고,,

박인규 : 그런 식으로 남쪽에서 출판해도 우린 알 바 아니다?

신동호대표 : 네. 그런 것에 관심도 없었구요, 북쪽 대사관에서 아는 사람은 오로지, 옛날에 <말>지 기자하셨던 신준영 기자 한 분 아시고, 남쪽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시더라구요. 그런 일이 있었는데 2003년 무렵에 저희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을 만들면서, 북에 다시 제안을 했는데, 아주 공교롭게 그때 북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해서 출판총국산하에 판권처라는 단체가 있었는데 그게 저작권처로 이름을 바꾸는 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파트너가 생겼던 거죠. 남북사업을 하다보면 파트너가 없으면 상당히 어려운데요. 그런 게 아주 잘 맞아떨어져서 남북 저작권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라는 건, 사실은 제가 오늘 처음 들어보는 것 같은데 어떤 성격의 단체인지 소개를 해주시죠.

신동호대표 : 저희가 유명한 단체는 아니구요, 그동안 선배님 세대가 기여를 많이 하셨는데 상황이 어렵다 보니까 선언적인 활동을 많이 하셨지 않습니까? 저희 세대는 좀 젊으니까 북쪽 사람들과 실제적으로 만나서 경제협력도 하고 문화 협력도 하면서 실제적 이익을 내고, 그 이익을 통해서 북한경제를 살리자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실제 창립된 건 2003년이었구요, 초기에는 적십자 총재로 계시는 한완상 선생님이 이사장으로 계셨구요, 지금은 임종석의원이 이사장을 대리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까, 우리가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경제교류는 뭐, 개성공단도 생기고.. 스포츠 교류도 많았고.. 사실 문화교류도 많이 있었죠. 그런데 신동호대표께서 하시는 일이 중요한 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오가는 거라서 문화교류가 상당히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기도 하는데, 이런 저작권활동을 통해서 남북 간에 어떤 효과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세요?

신동호대표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궁극적으로는 북쪽이 생각하는 문화예술과 우리가 생각하는 문화예술에 편차가 많은데요, 문화예술이야말로 어떻게 보면 일반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정서가 교류되면, 고위급들이 만나서 이뤄지는 것과 다르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깊이나 폭이 깊어지고 넓어지리라 생각하는데, 거기에 많은 기여를 하고 싶구요, 북쪽 문화예술이 사실은 굉장히 만만치가 않거든요. 예를 들면 김일진이란 지휘자는 독일의 카라얀 콩쿠르에서 일등 하셨던 분이 계십니다. 세계적인 지휘자인데 전세계에서 우리만 모르죠. 또 조선국립교향악단 같은 경우도 상당한 실력을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잇는데, 예를 들면 그런,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음반을 남쪽사람들이 좋아하는 레퍼토리로 음반 제작을 해서 판매를 하면, 북쪽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고 정당하게 해서 자기들도 실익을 챙기고, 우리도 북쪽의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서로 좋은 의미로 저작권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북한의 나름대로의 예술적 영역을 제대로 알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상호간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신동호대표께서는 지금 남북저작권센터 대표이시긴 하지만, <겨울경춘선>이란 시집을 내신 시인이기도 하십니다. 조금 전에 북한 예술이 대단하다.. 음악 쪽 예를 드셨는데, 시인으로서.. 북한의 문학수준이랄까, 경향이랄까.. 어떻게 보십니까?

신동호대표 : 그런 걸 물어보시면 제가 이렇게 대답하는데요, 동서독이 통일됐는데 독일의 현재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70%가 동독출신이랍니다. 왜냐하면, 더 잘 아시겠지만 어쨌든 프로파간다를 잘 하려면 굉장히 대중적이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북쪽 작가들의.. 특히 소설 쪽의 작품창작역량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구요, 남북이 다른게... 우리가 서사성을 많이 잃어간다고 한다면 북쪽 작가들은 여전히 서사에 관심이 많고.. 서사성이 많이 살아있습니다. 우리 문학이 자꾸 미시적으로 돼가고 여성취향적으로 돼 갈 때 남북문학이 만나면 우리 문학이 세계적인 문학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남과 북의 나름의 장점이 이른바 시너지 효과를 내면 새로운 어떤 한국문학이 나올 수 있겠다,.? 사실은 저작권과 관련된 사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 같아요. 문학작품도 그렇고 영화도 올해부터 시작인데, 앞으로 활동 계획이랄까요? 어떤 식으로 이런걸 끌고 나가겠다. 계획 같은 걸 마지막으로 말씀해 주시죠.

신동호대표 : 작년까지는 서로의 신뢰를 확인하는 기간이었구요, 선생님 말씀대로 올해부터 새롭게 진행이 되는데, 음반이 곧 출시될 예정이고.. 도서출판은, 지속적으로 아마 올해 안에 50여권 정도가 출간되리라고 생각이 들구요, 또 영화촬영이 시작되고 있구요, 좀 전에 말씀드렸던 조선국립교향악단 음반작업도 저희가 준비하고 있구요. 또 인터넷 사이트에서 북쪽에 조선대백과사전이라든지, 그런 백과사전류를.. 지식정보 서비스를 할 예정에 있구요. 그 다음, 저희가 규모가 큰 방송까지 하게 될 줄은 모르겠지만, 좋은 의미로 남북 간의 방송교류, 방송저작권 문제도.. 교류가 시작이 되면 저희가 옆에서 작으나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까 남과 북 정상의 만남에 이어서 경제교류가 활발해지고, 이제는 문화교류가 활발해지고.. 더 나아가서는 사람까지도 교류가 되면 서로가 잘 이해를 하고, 한반도의 평화나 화해.. 이런 것들도 좀 빨라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많은 일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신동호대표 : 네 고맙습니다.

박인규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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