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스토리? 이런 건 어때?

[핫 피플]〈퍼햅스 러브〉의 진가신 감독

〈금지옥엽〉 〈첨밀밀〉의 진가신 감독이 뮤지컬영화 〈퍼햅스 러브〉로 돌아왔다. 자신을 포함해 한국, 홍콩, 태국 등의 감독이 모여 만든 3개국 합작 프로젝트 〈쓰리〉 이후 3년만이다. 공포영화로 잠깐 외도를 하긴 했지만 진가신은 줄기차게 러브스토리를 찍고 있다. 사실 〈쓰리〉까지도 공포영화의 틀을 빌어 만든 지독한 사랑이야기다. 이번 신작 〈퍼햅스 러브〉를 두고 사람들은 진가신표 러브 스토리의 결정판이라고 부른다. 자신 스스로도 〈첨밀밀〉의 완결판이라고 자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영화 역시 홍콩의 금성무, 장학우, 중국의 주신과 한국배우 지진희 등 다국적 배우가 출연했다. 진가신 감독과의 '사랑스런' 토크.

박스시작
〈퍼햅스 러브〉는 어떤 영화?

〈퍼햅스 러브〉는 한 여자를 둘러싼 두 남자의 질투와 애증을 담은 러브 스토리를 뮤지컬로 풀어낸 작품이다. 중국 최고의 스타 지엔이 유명한 감독 니웨의 신작 뮤지컬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상하이로 온다. 뮤지컬의 또다른 주인공은 10년 전 지엔을 버리고 떠난 손나. 10년 전 영화감독 지망생이었던 지엔은 가수의 꿈을 키우던 손나와 영원한 사랑을 꿈꿨으나 손나는 성공을 찾아 지엔을 떠난다. 니웨의 뮤지컬영화는 기억을 잃은 한 여자가 자신의 연인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녀를 구해준 서커스 단장을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삼각관계를 다룬다. 영화촬영이 진행되면서 영화 속 이야기와 실제 상황이 똑같아지고, 지엔과 손나의 관계를 알게 된 니웨는 질투에 사로잡히게 된다. 〈퍼햅스 러브〉에는 금성무, 장학우, 주신, 지진희 등 중국, 홍콩, 한국 출신의 다국적 배우들이 활약했다.박스끝

-신작 〈퍼햅스 러브〉는 역설적으로 〈쓰리-고잉홈〉의 쓰라린 사랑과 맥이 이어져 있는 것 같다.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흥미로운 시각이다. 그런 관점에서 영화를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말하자면 〈퍼햅스 러브〉는 〈첨밀밀〉을 더 리얼하게, 더 정직하게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은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퍼햅스 러브〉도 결국 아픈 사랑 이야기 아닌가?

뭐 그렇게 본다면야! 사랑이란 추억으로 이루어지고, 추억이란 결국 사로잡힘과 같은 말이다. 〈쓰리-고잉홈〉은 진실한 사랑을 그린 영화다. 생각해 보면 그간 내 영화의 주인공들은 처절하게 서로를 사랑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쓰리-고잉홈〉의 주인공들은 지고지순하게 사랑한다. 그들의 운명적인 사랑은 기본적으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다.

-〈퍼햅스 러브〉를 보면 영화 속 영화감독(장학우)이 우동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천사 몬티(지진희)가 그런다. 예전에 당신은 우동을 허겁지겁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우동처럼, 영화의 '맛'이 바뀌었나?

개인적으로는 바뀐 건 전혀 없다. 영화에 대한 나의 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의 어떤 부분은 없어지거나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태도나 인간에 대한 믿음에는 변화가 없다. 나에게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세상에 대해 내가 믿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나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영화 속 장학우가 연기한 영화감독은 바로 당신의 모습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그러나 금성무가 연기한 지엔 역이 더 나와 가깝다. 그 역 때문에 이 영화를 만들게 됐기 때문이다. 지엔은 내가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면서 다루기를 피해 왔던 인물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정면으로 다뤘다. 지엔의 에피소드가 〈퍼햅스 러브〉를 만드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고, 이제는 옛날의 기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치료용이었다고는 생각하지 마라(웃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의 내 모든 영화는 〈퍼햅스 러브〉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다룬 것이었다. 〈퍼햅스 러브〉는 〈금지옥엽〉과 〈첨밀밀〉의 완성본 같은 작품이라고 봐도 된다.

-이 영화는 러브 스토리지만 가슴으로 얘기하기보다는 사랑에 대해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뮤지컬이라는 장르, 지진희가 맡은 천사 몬티가 내레이터를 겸하는 것,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영화 속 이야기가 겹치는 것 등등 많은 요소들이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한다. 근데 그게 의도적으로 보인다.

맞다. 지진희의 역할은 관찰자다. 외부인물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금성무가 맡은 지엔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영화는 지엔의 과거를 좇고 지엔의 감정선을 따라가지만 손나(주신)가 어떤 인물인지는 묘사하지 않는다. 나는 지엔의 과거와 지엔의 손나에 대한 감정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철저하게 지엔 중심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지엔의 관점에서 영화를 보면 된다.

-〈퍼햅스 러브〉는 〈금지옥엽〉이나 〈첨밀밀〉 〈쓰리-고잉홈〉 같은 당신의 이전 영화들과 형식적으로는 다르지만 러브 스토리라는 점에서는 같다. 홍콩의 중국 반환이라든가, 사스라든가 하는 정치사회적 이슈들은 당신에게 별 영향을 못 미친 것인가?

물론 내가 살아 오는 동안 중요한 시기마다 개인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친 사건들은 있었다. 당신이 말한 대로 홍콩의 중국 반환이라든가, 사스라든가 하는 사건들은 그 순간 순간의 나에게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게 중요한 것은 사랑이었다. 러브 스토리야말로 내게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러브 스토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퍼햅스 러브〉는 그런 점에서 내게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러브 스토리를 다룬 영화의 종착점이 바로 〈퍼햅스 러브〉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 이후 어떤 영화를 만들게 될지 나도 잘 모른다. 그러나 이런 영화를 다시 만들지는 않을 것 같다.

-감독과 배우 사이에는 정서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감독은 외국배우 쓰기를 두려워하는 편이다.

동의한다. 외국배우들과의 작업은 친밀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특히 일본인과 한국인은 외국인들과 소통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그러나 소통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못할 건 없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왕가위 감독처럼 배우들에게 이미지를 던져주는 감독은 오히려 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내 경우는 다르다. 나는 말로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내 시나리오는 완벽하지 않다. 배우가 시나리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야 비로소 영화가 완성된다. 감정이 중요하다는 말인데, 그 때문에 나는 외국배우와 작업하기가 쉽지 않다. 지진희의 경우도 처음에는 아주 힘들었다. 그렇지만 점차 좋아졌다. 봐라. 결국 우리는 해내지 않았는가?

-뮤지컬이 아시아권에서는 실험적인 장르다. 홍콩에서도 뮤지컬이 흔한 장르가 아닌 걸로 알고 있다. 드문 시도인 만큼 아쉬움이 있다면?

홍콩에서도 뮤지컬이 드물다. 하지만 이 영화도 뮤지컬이라기보다는 뮤지컬로 만들어진 러브 스토리라고 해야 맞다. 중요한 건 이 지점이다.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건 2년 반 전이었다. 당시에는 한번도 뮤지컬을 만들어보지 않은 내가 뮤지컬 영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고민이었다. 솔직히 이번 영화의 제작진 가운데 뮤지컬을 가장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바로 나였다. 그만큼 뮤지컬로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할지 감이 안 와 닿았었다. 그러나 결국 나는 방법을 찾아냈고 〈퍼햅스 러브〉를 완성됐다. 나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뮤지컬을 만들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통해 보여주느냐가 문제였을 뿐이다.

-한국인들은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하다. 그래서 뮤지컬 영화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반응이 어땠나?

2005년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됐을 때 매우 놀랐다. 나는 이 영화가 매우 중국적인 영화라고 생각했다. 중국 관객을 대상으로 만들었으니까. 그 다음으로 염두에 둔 관객은 일본과 한국이었고. 그런데 웬걸. 반응이 뜨거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서양인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는지, 이 영화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나도 궁금하다. 솔직히 전세계로 배급하게 될 줄은 몰랐다.

-당신은 다른 아시아 국가의 감독들과는 달리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 범아시아적 감독인 것 같다. 그래서 당신은 홍콩감독이 아니라 그냥 아시아감독으로 불려야 된다.

칭찬으로 듣겠다. 근데 당신은 아시아인들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물론 개별 국가의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아시아 각국의 영화산업이 서로 한 몸이 돼야 하지 않을까?

어떤 면에서는 동의한다. 그러나 각 국가의 로컬리티를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아시아 각국의 배우가 모여서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보다는 영화의 스토리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알다시피 영화는 스토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각국의 배우를 모아 스토리를 만드는 건 정말 어렵다. 이번에 중국배우, 한국배우, 홍콩배우 등 다국적 배우들과 작업을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프로듀서와 감독, 배우 등이 국제적으로 만나 작업하는 데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모든 아시아 영화시장이 무조건 협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처럼. 이렇게 만나 얘기하고 소통하는 일이 보다 많아지면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식으로. 소주 한잔 하면서.(웃음)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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