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폐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는 같은 시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실손의료보험 개선방안'에 반대하며 열린 기자회견이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측은 "금융위의 개선방안은 민간 보험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실손보험은 폐기하고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아 '비급여'로 분류된 질병을 대상으로 한다. 실손보험료는 질병에 걸릴 위험률과 보험금 지급 실적 등을 반영해 주기적으로 갱신되며 나이에 비례해 증가한다. 지난 4월 가입자만 약 2522만 명에 이른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 위원장은 "실손보험과 건강보험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자기가 책임지지 않는 부분은 네가 맡으라는 식이다. 실손보험이 있는 한 국민건강보험의 적용범위가 확대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가 30일 발표한 '실손의료보험 개선방안'은 ▲현재 3년인 보험 갱신주기를 1년 단위로 변경 ▲실손보험의 비급여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심사 ▲실손보험 가입 형태를 특약계약형태에서 주계약 형태로 변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대책은 내년부터 모든 실손보험에 적용될 예정이다.
▲3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가 '금융위원회는 실손의료보험 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남빛나라) |
갱신주기 3년에서 1년으로 변경은 조삼모사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은 실손보험이 3년 주기로 갱신이 될 때마다 보험료가 60%씩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위가 보험 갱신주기를 3년에서 1년으로 바꾼 것은 조삼모사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김 팀장은 "(금융위가 발표한 정책은) 3년마다 대폭 보험료를 올리다가 이제는 1년마다 나눠서 올리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보험료는 3년 갱신주기마다 급등해 소비자의 원성을 샀다. 통상 3년마다 발병 위험률이 한꺼번에 증가한다고 계산되기 때문이다. 올해 갱신된 상품 중에는 보험료가 무려 60%나 상승한 상품도 있다. 김 팀장은 이런 가파른 보험료 상승률이 "보험 가입자들이 경악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80세가 되면 실손보험료가 60만 원에 이른다고 금융위가 발표했다. 직업도 없는 그 나이에 이걸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대체 누가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민간 보험사 지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손보험의 비급여를 심사하는 경우도 논란이 됐다. 오건호 위원장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이를 너무 많이 이용하니까 진짜로 병원에 갈만했는지, 과잉진료는 아닌지 검사하겠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민간 회사는 이런 검사를 할 권한이 없으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대신하겠다는 뜻인데, 과잉진료 때문에 민간 회사가 손해 보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기관인 심평원이 나서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가입자들의 신상 관련 자료가 고스란히 민간 보험 회사로 넘어가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계약이나 특약계약이나 마찬가지
기존 실손보험은 불필요한 사망보장, 상해보장 등을 주계약으로 내세워 가격을 높게 책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생명보험의 경우 종신보험을 주계약으로 책정한 뒤 실손의료비보장은 특약계약으로 끼워 넣기가 업계의 관행이었다. 금융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손의료비보장을 주계약으로 하는 상품을 의무적으로 내놓으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러나 주최측은 "일부 불필요한 특약이 없어져 보험료 부담이 약간 줄긴 하겠지만 실손의료보험의 구조상 월 2만 원의 보험료는 곧 급등하게 된다"며 "이 역시 나중에는 보험료가 수십만 원에 이르게 될 상품일 뿐"이라고 예측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