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철군 계획은 미 국내정치용 사기극"

부시 인기 만회ㆍ내년 중간선거 겨냥한 자작극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 잘마이 칼리자드는 지난 1일 현지 부임 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조만간 미군이 이라크 내 특정지역의 관리책임을 이라크군에 넘길 것이며 "우리 군은 이들 지역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군 철수 지역을 구체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미국과 이라크 임시정부가 미군의 구체적 철수 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공동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칼리자드 대사는 "더욱더 많은 지역에서 관리책임 이양이 이뤄지고 나면 동맹군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것이며 다국적군의 상당 부분이 이라크에서 철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라크 헌법기초위원회는 당초 요구했던 헌법안 마련 시한의 연기를 철회하고 예정대로 8월 15일까지 헌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라크의 정치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가운데 나온 칼리자드 대사의 이같은 발언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철군을 진지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치일정과는 달리 이라크 치안상황은 갈수록 악화되는 가운데 미군이 철군을 추진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미국의 언론비평가이자 시민운동가인 노먼 솔로몬(Norman Solomon)은 이번 철군 추진은 한마디로 국내정치용 사기극이라고 주장한다. 이라크전쟁이 곤경에 빠지면서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나날이 떨어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라크 철군이 임박했다는 환상을 미 유권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자작극이라는 것이다.

솔로몬은 특히 부시 행정부가 지난해 대선 직전에도 워싱턴포스트의 로버트 노박 같은 '어용 언론인'들을 앞세워 '2005년 이라크 철군설'을 유포해 정치적 이득을 톡톡히 챙긴 '전력'이 있다면서 이번 '가짜 철군 소동'은 내년 11월 중간선거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이라크 상황을 감안하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철군을 부시 행정부가 표나게 추진하는 속내에 대한 예리한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한 진보적 웹사이트 1일자에 실린 솔로몬의 글 전문을 소개한다. 원문은 http://www.commondreams.org/views05/0801-26.htm에서 볼 수 있다. <편집자>

***사기철수작전(Operation Withdrawal Scam)**

며칠 전, 이라크전쟁에 관한 백악관의 새로운 선전전이 시작됐다. 신호탄은 조지 케이시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의 7월 27일 발언이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불시에 이라크를 방문했던 이날) 케이시 사령관은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내년 봄과 여름에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의 '상당히 실질적 수준의 감군'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시 사령관은 "이라크의 정치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이라크 보안병력의 창설 및 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미군이 감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케이시 사령관의 이날 발언은 즉각 미국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이 발언은 중간선거가 있는 내년 11월까지 15개월간 계속될 대언론공세의 신호탄이었다. 우리는 부시행정부의 이같은 선전전을 '사기철수작전(Operation Withdrawal Scam)'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작전은 2가지 목표를 노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미군철수의 거짓 시나리오를 흘리면서 한편으로는 이라크에서의 살상을 계속하는 것.

철군 일정을 제시하라는 요구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이제까지 거부로 일관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언론이 미군의 철수 가능성에 대해 열광했던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가을에도 이름 깨나 있는 언론인이 이번과 비슷한 보도를 한 적이 있다. 칼 로브의 추악한 공작(리크게이트: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부시행정부의 주장이 거짓임을 밝힌 윌슨 전 대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그의 부인이 중앙정보국 비밀요원임을 고의로 드러낸 일)을 열심히 대행해준 워싱턴포스트의 로버트 노박 말이다.

노박은 지난해 9월 20일 자신의 칼럼에 이렇게 썼다.

"부시행정부의 정책입안자들 사이에서는 내년에는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강력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같은 결의는 조건부가 아니다. 이라크에 민주주의가 정착되거나 내부안정이 달성돼야 철수하겠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관리들은 '준비가 됐건 안 됐건 우리는 떠난다'고 말하고 있다."

노박의 칼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군부 지도자들은 이번 대선의 승자에게 이라크에서의 효율적 전쟁수행을 위한 미군 병력이 부족하다고 말할 것이다. 여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3가지 현실적 대안이 있는데 첫째는 미군의 전력을 전반적으로 증강시키는 것이다. 둘째는 현재의 병력으로 전쟁을 계속하는 것이며 셋째는 이라크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행정부의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부시의 선택은 이라크 탈출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한다. 관리들은 현 국가안보팀에서도 이라크 탈출을 권고하고 있으며 차기 안보팀도 똑같은 권고를 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행정부의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른 이같은 평가는 지난해 11월 대선 선거전이 시작될 즈음에 노박의 칼럼에 의해 소리높이 외쳐졌으며 일부 언론에 의해 반복됐다. 노박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10월 7일자 칼럼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부시행정부의 어느 누구도 내 칼럼의 내용을 공식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칼 로브의 가장 충성스러운 칼럼니스트는 이처럼 아주 분명한 어조로 부시행정부가 2005년에는 '반드시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부시의 선거운동팀은 노박의 이같은 주장을 부인했지만 이 칼럼들은 부시에게 도움이 됐다. 부시 대통령은 공개적으로는 단호한 전쟁의지를 천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부인할 수 있는 이 칼럼들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부시행정부가 이라크에서 손 떼기로 이어질 수 있는 유연함과 참신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환상을 심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편으로는 "무책임하게 손을 떼지는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군 철수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이뤄질 수 것처럼 보이게 한다면 백악관으로서는 얻을 게 많다. 이러한 두길보기 전략-철군이 곧 시작될 것 같은 암시를 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노력을 계속하는-은 평론가나 유권자들이 (행정부의 행동방침을) 자기 입맛대로 생각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다.

결국 부시 행정부는 앞으로 15개월 동안 이라크 주둔 미군의 대폭 감축을 시사하는 발언들을 계속해댐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할 것이다. 부풀려진 철군 시나리오들은 거대한 사기극의 일환인 셈이다.

전쟁이 계속되고, 이에 대한 대중들의 비판여론이 높아감에 따라 의회내 공화당 의원들은 내년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이라크전쟁이 잘 마무리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언론보도가 많이 나올 것을 고대하고 있다. '사기철수작전'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시작된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미 군사적.정치적 목적에 의해 이라크 주둔 미군병력을 증강 또는 감축한 바 있다. 또한 올해 후반기에 이러한 군사력 조정이 한차례 더 있을 것임을 시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7월 28일, 오는 10월의 이라크 헌법제정 국민투표 및 12월 총선과 관련하여 "가까운 시일 내에 병력 감축이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앞으로 일정기간 동안은 병력이 증강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1면 머리기사의 제목은 '미 정부, 내년 이라크 주둔 미군 대폭감축의 가능성 열다'로 상당히 희망적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백악관은 여론조작 전문가들은 기사의 제목이 그나마 희망적이라는 데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사실 '대폭 감군'이 가까운 장래에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설사 그런 일이 이뤄진다 해도 미군의 이라크 개입이나 이라크인 살상이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내년 여름 이라크 주둔 미 지상군 병력이 줄어든다 해도 그곳에서의 미군의 파괴적 역할은 여전할 것이며 오히려 더 악화될 수도 있다.

부시 행정부 관리들과 언론계의 하수인들은 현재 점령군이 짊어지고 있는 짐을 앞으로는 이라크인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이른바 '이라크화'는 베트남전쟁 말기의 수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단지 학살의 양상만을 바꿔놓을 뿐이다.

1969년 괌 방문 당시 닉슨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미국 정부는 (아시아 각국에게) 조약의 의무에 따라 각 나라가 요구하는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보상 직접적 위협을 받는 각국이 스스로 자국 방위의 주된 책임을 떠맡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군 병사 대신 아시아 각국의 병사들이 스스로의 방위 책임을 떠맡으라는 이른바 '닉슨 독트린'의 천명은 미국 대중들의 근심을 크게 덜어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이 미국의 손에 묻힐 피의 양을 덜어주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닉슨 독트린이 발표된 지 3년 후 베트남 주둔 미군 병력은 6만9000명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50만명 가까웠던 미군이 베트남에서 철수하는 3년동안 베트남 땅에 퍼부은 미군 폭탄의 양은 오히려 늘어났다.

이라크 주둔 미 지상군 병력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간에 미 국방부는 그곳에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실린 한 독자의 편지는 이라크에 대한 부시행정부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유명 언론인들의 알맹이 없는 논평보다도 훨씬 많은 것을 알게 해준다. 로날드 M. 애셔 2세라는 독자는 이렇게 썼다.

"미네소타 주 공군 방위대에 배속돼 있는 내 처남이 최근 이라크에서 돌아왔다. 비록 이라크 어느 지역에 주둔했었는지는 말할 수 없었지만 그는 그곳 공군기지 건설의 규모와 유형으로 보아 미군이 이 나라에 아주 아주 오랫동안 주둔할 계획인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고 말했다."

'사기철수작전'은 이제 막 시작됐으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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