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은 (한국전쟁에 이어) 다시 압록강을 건넌다. 이번엔 상인으로서”, “조선(북한)에서 금캐기 그 전망은” 등 지난해 하반기 발행된 중국 시사지 요망동방주간(요望東邦週刊)의 헤드라인은 최근 중국의 대북 자본진출 러시를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2005년 1월 15일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시에서 열린 ‘조선반도 투자합작설명회’에서는 “중국의 어제가 북한의 오늘이고, 중국의 오늘이 북한의 내일이다”라며 지금이 대북 투자 적기임이 강조되었다.
이러한 와중에서 북한에서 제일 규모가 큰 평양제일백화점의 임대권과 경영권이 중국기업에게 넘어가는지 여부가 관심사다. 최근 정부 당국자는 10년간 75억원을 투자하는 임대계약을 체결했다는 언론보도를 부인하고 여전히 북한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8월 중국 심양의 중쉬(中旭) 그룹의 쩡창뱌오(曾昌飇) 회장은 홍콩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일백화점 10년 임대권을 따냈고 2004년말 개장을 목표로 내부수리를 하고 있다”며 합의내용을 공개했다.
논란의 사실여부를 떠나 중국 자본은 왜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가난한 북한에 진출하는 것일까? 평양은 가까운 시일 안에 수익을 남기는 시장이 될 것인가? 북한은 중국자본을 본격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는가 등등이 우리의 분석대상이다.
중국자본의 평양 투자는 북·중간에 몇 가지 측면에서 이해가 합치된다. 우선 북한은 북핵 위기에 따른 미·일의 경제봉쇄로 중국 자본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을 강화하는 바람에 돈줄이던 무기 수출과 마약밀매가 막히고 있다. 지난해 4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여 경제교류협력을 합의한 이후 2004년 북한의 대중(對中)교역 규모는 13.8억 달러로 전년보다 무려 34%가 증가하였다. 북한의 전체 무역액 중에서 대중 무역 규모는 60%에 육박하고 있다. 2005년 2월에 베이징에서 발족한 차오화유롄(朝華友聯) 문화교류공사는 사실상의 대북무역전문 국영기업이다. 북한은 톈진시 등 중국에서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남포시를 개성·금강산과 유사한 개발특구로 육성키로 확정했다고 한다. 또 화교가 밀집한 함흥에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 새로운 경제개방 구역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문도 있다.
주목할 부분은 중국의 평양시장 선점전략이다. 지난해 1만여명의 중국 기업인이 투자를 목적으로 평양을 방문했고, 평양의 상주 비즈니스 인원만도 3천여명에 이른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2004년 하반기 중국기업 대상 대북투자 설명회만도 10여 차례에 이른다. 중국 자본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압록강을 건너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2002년 7월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기업의 독립채산제가 확립되고 비즈니스 관행이 정착되기 시작한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세금인하 등으로 투자환경이 대폭 개선되고 저렴한 생산비용은 중국 기업인들에게 10년안에 훌륭한 시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게 하였다. 중국기업인들은 북한의 현재를 중국의 70년대말ㆍ80년대초와 비교하고 있다. 미개척 시장의 봇물이 터짐에 따라 경공업과 사회간접자본 투자수요가 급증할 것이며 단기보다는 장기적인 미래시장 선점의 논리는 명확해진다.
마지막 관심 부분은 동북공정(東北工程)의 경제 버전(version)이다. 중국으로서는 김정일 이후까지도 대북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외교목표를 지켜야 한다. 중국의 입김이 정치적 차원을 떠나 경제영역에 까지 확대될 경우 역사에 이어 경제 분야의 동북공정은 자연스럽게 완성된다. 동북3성의 중화경제권이 한반도로 확대되는 것이다. 북한 경제 회복의 수장인 박봉주 내각총리의 2005년 3월 중국 방문은 이러한 북·중 경제 협력이 북핵 문제 해결과 함께 당국간 최우선 관심과제가 되었다는 것을 상징한다.
***북중교역 증가와 북일 교역 감소**
2003년도 북한의 대중국 교역은 10억 2,293만 달러로 전년 대비 38.6% 증가하였다. 이중 수출은 3억 9,534만 달러로 전년보다 46.1% 증가하였고, 수입은 전년 보다 34.4% 증가한 6억 2,758만 달러를 기록하였다. 2004년 대중 교역 규모는 13.8억달러로 전년대비 34.6%가 증가하는 등 2년 연속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수출은 전년대비 47.2% 증가(4.0억달러 -> 5.8억달러), 수입은 전년대비 26.5% 증가하였다. 북·중 교역규모는 1999년 3.7억 달러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2001년 1월 김정일 방중 및 2001년 9월 장쩌민 방북 등 북·중 정상간 교환방문이 있었던 2001년부터 7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2003년에 10억달러를 돌파했다. 중국과의 교역액은 북한의 전체 대외 무역의 42.8%로서 북한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는 2002년의 32.7%보다 더욱 심화되었다. 북중 교역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어패류 등 수산물 및 섬유 제품의 수출이 급증하였고, 광물성 연료와 식량의 도입이 전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표 1〕최근 5년간 북한의 대중 교역규모 (단위:백만달러)**
(*표 생략, 내려받기 파일 참조)
일본은 2005년 3월 1일부터 북한 선박의 입항을 규제하는 등 독자적인 대북 경제제재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선박유탁배상보장법은 일본에 입항하는 1백톤 이상의 선박에 대해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법이다. 현재 일본을 왕래하는 북한 선박의 2.5%만 책임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이 법의 시행으로 북한의 대일 수출은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일본은 북한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행법을 동원해 조용히 제재효과를 거두려고 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제재는 현실적으로 북·일교역의 축소로 나타났다.
대일 교역규모는 2.5억 달러로 전년대비 4.9%가 감소하여 2003년에 이어 감소세가 지속되었다. 수출은 1.7억 달러에서 1.6억 달러로 전년대비 6.3%가 감소하였고, 수입은 9,100만 달러에서 8,900만 달러로 전년대비 2.2%가 감소하였다.
***표 2〕최근 5년간 북한의 대일교역 규모 (단위:백만달러)**
(*표 생략, 내려받기 파일 참조)
***중국의 대북 투자 증가**
2004년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00년 중국이 북한의 대외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7%였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5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2004년을 기점으로 중국 기업들은 단순한 교역 차원을 넘어서 2억 달러 이상의 대북 투자를 감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3년 중국의 대북 투자가 130만 달러에 불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 2004년 1년 동안 대북 투자가 급증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중국의 대북 투자가 요식업, 서비스업 등에서 점차 전략자원 개발과 사회간접자본(SOC) 선점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선두주자의 이점을 살려 시장을 먼저 장악한다는 장기 목표 아래 중국기업들의 북한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대북 진출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은 우선 각종 규제가 완화되고 세제혜택이 증가되는 등 북한의 기업 환경이 개선되고 있어 10년 안에 북한경제가 시장(Market)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였다. 중국은 북한경제가 2002년 7월 경제관리개선조치를 기점으로 하여 질적인 변환을 하였으며 자신들의 1978년 개혁과 유사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2005년 1월 중국기업가친목회의 대북사업위원회에서 주최한 조선반도 투자합작설명회에서 진영창(陳永昌) 성(省) 행정간부학원장은 현재 북한이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시기에 있으며 지금이 대북 투자적기라고 강조했다.
현재 아직은 북한 기업이 원자재를 직접 조달할 능력이 부족하고 업무 추진과정에서도 관료와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중요한 변수이지만 북한 당국이나 기업들이 중국 기업인들의 불편함을 신속히 해결하고 제도와 법규를 제정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유치를 보이는 점도 중국기업들의 투자가 증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속도는 중국 기업인들로 하여금 20년 이상 지속된 중국의 개혁보다 빠르다는 평가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중국기업들은 그들 자신이 특혜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함으로써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전 근로자들이 정치학습에 참여하는 등 비효율적인 사회주의 근로관행이 여전하지만 근로자들의 잔업확대 등으로 목표량 달성에 협력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기업들은 남한기업들과 달리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북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하는데 2-3년을 투자하고 다시 시장을 개척하고 나서 최종적으로 시장을 점령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단계별로 향후 다양한 분야의 투자를 시도할 것이다. 1단계로 서비스, 무역, 2단계로 여행사, 호텔, 제조업 등으로 확대할 것이다. 이러한 분야에서 4-5년간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북한 당국이 금융 분야의 규제를 완화하는 등 금융개혁을 시도할 경우 보험, 증권, 은행 등으로 투자를 시도할 것이다.
***북·중 경제협력의 문제점 및 과제**
북·중 경제협력의 결정요인은 경제적 요소와 정치적 요소다. 2004년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등장으로 실용주의 노선이 강화되고 있지만 북·중 경제협력은 단순히 유무상통에 의한 경제논리에 의하기보다는 호혜적 특혜적 요소가 강하다. 이러한 불균형적인 경제교류는 역설적으로 북한의 산업구조 조정을 착실히 추진할 기회를 상실시키고 있다. 북한이 중국으로 도입하는 경공업 제품과 원자재는 증가하고 있으나 북한이 중국에 수출하는 재화는 수산물 및 단순 자재 등에 그치고 있다. 북한 내수경제를 확대하고 자본을 형성할 기회를 중국에 의존하여 해결함으로써 북한내 산업을 육성할 수가 없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은 동북공정에 따른 역사왜곡과 더불어 한반도의 안정을 위하여 투자를 제도화함으로써 북중 경제 종속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자신들의 투자비용이 중국 경제 규모로 볼 때 그렇게 크지 않고 북한 경제권의 중국 동북 3성 경제권의 연계와 한반도 북반부의 정치적 안정에 유용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현재의 추세대로 갈 경우 북한은 대중국 적자가 심화됨에 따라 주기적으로 정치적 협상에 의해 외채를 탕감 받을 수밖에 없으며, 북한의 저임금을 활용한 국제노동 분업체계 방식으로 경제협력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북·중간에 경제교역이 증가하는 데 대해 양면적인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의 경제제재로 고립 상태인 북한이 중국의 자본과 교역에 의존하여 경제회복을 시도하는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질 수는 없다. 한국의 남북경제협력이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중국자본에 의존하여 경제를 회복한 후 민족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노력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방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 자본 의존이 과도하게 신속하게 진행될 경우 중국의 동북공정 전략이 역사에 이어 경제분야로 확대된다는 정치적 측면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이러한 추세는 한국의 경제공동체 형성 노력에도 배치되고 중국의 한반도 북반부에 대한 실효적 지배권과 경제적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에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의 정책 선택은 제한적이다. 북핵 위기로 중국과 경쟁하여 북한에 진출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중국 자본의 북한 진출 실상은 정확히 파악하고 북핵 위기가 해결된 후 수행할 대책은 마련해야 한다. 과거 북ㆍ중간에 은밀한 거래는 한반도의 운명을 갈라놓았기 때문이다. 한반도 북반부가 중국 동북3성 경제권에 편입되는지 한국 경제권에 편입시킬지 여부는 21세기 한민족의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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